신이 있다면 좀 알려줄래요?
나는 무교다.
천주교 교리 공부를 하고 세례도 받았건만 (자의로)
자꾸 신에게도 반발심이 생기고 의심이 생겨서
신앙생활과는 안 맞는 인간이라고 판단하고 믿음을 가져보려고 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나는 철저히 이 세상에서 이방인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제 3자(?)의 시선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면
경이롭다. 이 말 말고는 어울리는 말이 없다.
그래서 나는 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포 하나하나, 생물 하나하나,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것부터 너무나도 커다란 것까지
세상에는 모든 것들이 각각의 필요가 있고, 정말 세밀하게 잘 짜여진 질서로 돌아간다.
(그래서 이 세상이 코딩된 게임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고 있는데 이건 나중에 써보겠다.)
해가 좋은 아주 화창한 날에
빛을 반사하며 파도치는 잎사귀들을 바라보며 앉아있으면
이런 사무치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 신이 참 존경스럽고 경외감이 든다.
하지만...
하지만!
따지고 싶은 것도 많다.
나는 신을 사랑하면서도 혐오하는데
이렇게 아름답게 세상을 만들 줄 아는 작자가
이렇게 재능 있고 천재적인 그런 분께서...
왜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왜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이 세상을 설계해 놓았는지
그것을 좀 따져 묻고 싶다.
당신이 만든 아름다운 피조물들을
그 신성한 생명들을 아무렇지 않게 먹어야
어떤 생명의 삶을 이어가게 만들어놨다는 것이
흠... 맘에 들지 않는다.
한낱 인간인 나 따위가 모르는 아주 원대한 뜻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충분히 평화로운 방법이 있을 텐데
식물처럼 모두가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만들거나
딱히 뭘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모두가 너무 게을러져서 세상이 굴러가지 않아서 그럴까?
나는 내 생명 하나 이어가자고
이렇게나 많은 생명들을 죽이고 없애고 싶지 않다.
한때 생명이 있었던 누군가의 살을 먹을 때
맛있다고 느끼며 행복해하는 내 자신이 가끔 수치스럽다.
신이시여. 왜 이런 식으로 저를 코딩하셨나요
한 사람당 먹을 수 있는 생명의 수가 할당되어 있다면
나는 아마 곧 죽을지도 모른다.
치킨을 너무 많이 먹었다. (사실 오늘도 먹었다..)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한다.
인간보다 훨씬 더 커다랗고 지배적으로 힘이 센 무언가가 있어서
인간을 키워서 먹든 잡아서 먹든 한다면
나는 과연 맛있는 인간일까
나도 성인이 되기 전에 잡아먹혔을까
살을 찌우기 위해 무언가를 많이 먹였을까
인간을 잡아먹는 무언가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슬프다
생명이 있었던 무언가를 계속 먹어야 하는 것이
그것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슬프다
내가 죽어서 만약 신을 만나게 된다면
꼭 물어봐야지.
어쩌면 신이 나를 잡아 먹을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