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통장은 이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돈을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다. 물론 돈은 꼭 필요하다. 돈을 멀리한다는 성직자 조차 알고보면 성도들의 헌금으로 살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돈이 인생의 첫 번째 목적일 수는 없다. 사람은 돈보다 귀하다는 인본주의적 슬로건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저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을 매스로우는 욕구5단계에서 최고의 가치인 자아실현으로 표현했다. 돈은 결국 당신의 자아실현에 필요하다. 우리가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에 확 땡기는 이유도 돈 걱정없이 하고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유혹 때문이다.
그런데 묻고 싶다. 경제적 자유에 얼마나 가까워 졌냐고? 유투브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 평범한 직장인이 등장하여 이렇게 저렇게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다며 당신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되냐고? 물론 정확한 숫자나 비율을 확인할 수 없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짐작할 수는 있다. 마치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아이돌 가수로 데뷔한 경우의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오해하지 말 것은 경제적 자유라는 목표 자체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느날 문득 뒤돌아보니 패기만만했던 청춘과 치열했던 사십 대를 지나도록 경제적 자유는 개뿔, 직장에서조차 명예퇴직을 압박받는 지경에 이르러 그동안 지구가 아니라 안드로메다에 살았었다는 중년의 독백이 당신의 이야기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
“투자는 정말 어려워요...”
20년 넘게 고객들의 재정관리를 해 오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다. 맞다. 투자는 어렵다. 다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당신은 왜, 투자를 원하는가? 예컨대 가능하면 빨리 많은 돈을 불리기 원한다면 투자는 분명 어렵다. 더 나이브에게 말하면 어쩌면 당신은 금융회사가 쳐 놓은 덫에 걸려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컨대 그들 이익의 상당부분은 고객들에게 금융상품을 팔거나 중개하는 행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 빨리 더 많이 불릴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투자의 세계에 뛰어들기 원하며 때때로 탐욕과 불안에 시달리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적당껏 조작하기도 한다. 당신이 금융호구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투자와 재테크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 채널들도 마찬가지다.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정신승리를 부추킨다. 그러다 당신이 지쳐보일 때 쯤, 이런 저런 방법으로 가능한 빨리 많은 돈을 벌었다는 어떤 영웅의 인터뷰를 내어 보내면서 당신의 용기를 북돋운다. 그래서 당신은 너무 쉽게 포기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그 결과 가능하면 빨리 많은 돈을 불려야한다는 유혹에 빠져 지금 이 순간에도 복잡하고 어려운 재테크 책과 씨름하거나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각종 재테크관련 유료강좌에 붙들려 있을 수도 있다. 심지어 급등주, 대박주 등을 추천한다는 불법사이트에 가입하여 큰 돈의 회비는 물론 원금을 손해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당신에게 진심으로 묻는다. “재테크, 공부한 만큼 쫌 벌었나요?”
그런데 돌아보면 자본시장의 평균은 항상 올랐다. 아니, 거침없이 올랐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예컨대 자본시장의 평균지수 가운데 대표적인 미국의 S&P500에 투자하는 ETF인 SPY는 2004년부터 2023년 말까지의 20년 동안 년복리 9.6%씩 올랐고 나스닥100에 투자하는 QQQ는 년평균 13.75%씩 올랐다. 2014년부터 10년 동안은 SPY 11.93%, QQQ는 무려 17.65%씩 올랐다.
그러니 더 빨리 더 많이 불리기 위해 시간 들이고 돈 들여서 오히려 손해보지 말고 더 쉽고 간단하게 투자하자. 그것을 위해 공부할 필요도 없다. 자본시장의 평균에 투자하고 기다리는 것, 그것이 전부다. 이것은 봉지라면 끓이는 것과 같다. 물론 투자전문가가 되어야할 필요도 없다. 봉지라면 끓이는데 요리전문가가 되어야할 필요가 없는 것 처럼. 그냥 냄비에 물끓이고 라면넣고 뚜껑닫고 기다리면 된다.
대신 일이나 열심히 하자. 부자가 된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재테크로 불린 돈보다 직장이나 사업으로 번 돈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재테크에 게을러야 하는 이유도, 그래서 쉽고 단순하게 투자해야하는 이유도 더 많은 시간을 나 자신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한번 올려놓은 몸값은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필자는 '몸 값의 복리효과'라고 부른다. 재테크도 마찬가지지만 자기계발은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을 못견뎌 온갖 미디어가 쏟아내는 유혹에 빠지는 순간, 그나마 위태로운 통장이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 당신의 통장은 그런 결심을 하는 순간을 제일 두려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