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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병장수 Jun 27. 2024

프로스트와 베타_ 로저 젤라즈니

완벽하지 않기에 인간이다

우리는 자주 완벽하게 일을 수행하지 못해 내는 자신의 무능감에 무너진다. 완벽한 사랑을 주지 못하는 파트너, 자녀, 부모를 헐뜯고 비난하면서 상처 주고 상처받는다. 완벽한 직장이나 배우자, 집, 차 등등을 기다리면서 좋은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거나 그런 것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불완전한 다른 인간의 단점을 기어코 찾아내어 물어뜯고 위안받는다. 우리는 대체 왜 이토록 완벽에 집착하는가? 인간에게 결코 완벽이 가능한가?


뉴웨이브 SF의 거장 젤라즈니가 1967년도에 발표한 프로스트와 베타는 인간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말하는 동화 같은 SF 소설이다. 인간이 멸망한 황폐한 지구에는 인간이 만든 기계들만 남아 목적 없이 재건을 작업을 하고 있다. 북반구를 관장하는 완벽한 슈퍼컴퓨터인 프로스트는 우연히 인간에게 흥미를 갖게 된다. 완벽히 논리적이고 완벽한 계측이 가능한 프로스트는 비논리적이고 불완전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 유한하고 불완전한 신체와 감각을 가진 인간이 되어서야 인간을 이해하게 된다는 매우 인간중심적인 소설이다.


인간은 유한하고 불완전한 신체와 감각기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감각과 지각은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인지는 제한적이고 주관적이므로 사고는 무지할 수밖에 없고, 무지하기에 확신이 없어 감정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혼자서는 절대적으로 완벽할 수 없고 모든 생은 죽음으로 이어지기에 인간은 두려움, 절망,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혼자서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고 그것이 인간적인 것인데 현대인들은 자신과 타인에게 완전함을 기대하며 지옥을 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개인차가 있지만 어떤 측면에서든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죽을 수밖에 없는 취약한 인간인 우리는 나에게 주어진 몫의 일을 하면서 죽음으로 향해가는 절망적인 삶을 희망으로 버텨내야 한다. 두렵고 슬프기에 주어진 삶 속에서의 소소한 기쁨을 기어코 찾아내서 누려야 한다. 외롭기에 나와 같이 절망적이고 두려운 삶을 살아내고 있는 서로를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고 연대하지 않고서는 무자비한 삶의 여정을 결코 버텨낼 수 없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완벽은 컴퓨터에나 줘버리고, 제발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나와 타인에게 친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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