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전에 - Part 3

by 물개사랑

바로 옆집 대문이 쿵 하고 열렸다.

“재민아, 밥 먹자!”

앞치마를 맨 여자가 골목으로 나왔다.

아이가 곧바로 그녀에게 소리쳤다.

“엄마! 저 아저씨가 내 트럭 부쉈어!”

아이 엄마는 아이 얼굴, 진호의 뒷모습, 부서진 트럭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야!!!!”

엄마의 고함이 천동처럼 퍼졌다.

진호는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거기 안 서! 너!! 파란 셔츠! 지금 거기 멈춰!”

골목이 울렸다.

슬리퍼가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발걸음에 분노가 느껴졌다.

진호는 뒤돌아보지 않고 뛰면서 외쳤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꼭 물어드릴게요!”진호는 이를 악물고, 더 빠르게 달렸다.


지름길의 끝자락, 작은 하천이 길을 가로막았다.

평소엔 발만 옮기면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였지만, 지금은 공사 중이었다.

울타리엔 커다란 글씨로 쓰여 있었다.

< 보행자 통행금지 >

다른 다리를 건너려면 한참을 우회해야 했다.

그럴 시간은 없었다.

준호는 울타리 옆 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터질 듯한 심장 때문에 틈에 끼여 바둥거렸다.

물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뒤따라 오는 여자의 목소리도 더 가까워졌다.

“너 잡히면 죽어!”

도랑엔 그나마 수위가 낮은 지점이 있었다.

거기에 돌 몇 개가 띄엄띄엄 놓여 있었다.

그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한 발을 디뎠다.

첫 번째 돌. 미끄러웠지만 버틸 수 있었다.

두 번째 돌. 중심이 흔들렸지만 앞으로 내디뎠다.

세 번째 돌.

“철퍼덕”

발이 빠졌고, 발목을 넘은 물이 허벅지까지 훅 차올랐다.

몸이 휘청했고, 두 팔을 휘저었지만 중심을 잃었다.

물에 빠졌다.

파란 셔츠는 물에 흠뻑 젖었고, 바지 자락은 돌에 찢어졌다.

옷에 묻은 진한 양념이 씻겨 나가면서 물과 함께 바지 안쪽으로 들어왔다.

준호는 이를 악물었다.

젖은 바지를 끌어올리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모든 것이 더디고, 더 무겁고, 더 축축해졌다.

그는 홀랑 젖은 채로 다시 뛰었다.

셔츠가 피부에 들러붙고, 운동화 안엔 물이 찰랑거렸다.

“거기 서!”

그러나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하천을 벗어나자 거짓말처럼 시야가 트였다.

멀리서 보이던 강이, 이제는 바로 앞에 있었다.

철제 난간 너머로 저녁 햇살이 반짝였다.

한강.

넓고, 유장하고, 그 자체로 시간을 삼켜버리는 강.

준호는 강변 자전거 도로로 몸을 옮겼다.

젖은 신발은 발바닥에 착착 붙어 걸음마다 발바닥이 불타는 듯했다.

셔츠는 이미 축 늘어져 걸음마다 겨드랑이가 찢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수연과의 기억이,

이 길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함께 걸었던 강변 산책.

자전거를 타며 웃던 날.

무심히 찍은 셀카 속 그녀의 눈동자.

모든 것이 이 강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늦지 마. 절대 늦지 마.’

자전거가 옆을 스치듯 지나갔다.

강변을 걷는 사람들이 그를 미친놈 보듯 쳐다봤다.

비 맞은 거지 몰골에,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른 남자.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는 달렸다.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고,

심장은 사정없이 쿵쿵거렸지만,

그는 지금,

놓치고 싶지 않은 그녀를 향해,

강을 따라 죽도록 달리고 있다.

“내 치킨……!”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여자가 달리며 외쳤다.

“장난감……!”

앞치마를 입은 채 한참 뒤처져 달리는 여자가 간신히 외쳤다.

그 모습을 본 청년 셋이 일어나 속삭였다.

“무료 치킨 이벤트 하나 봐.”

“장난감도 주는 것 같아. 오케이, 고고!”

세 명이 뛰기 시작했다.

앞 서 달리는 거지꼴의 남자,

한참 뒤에서 달리는 두 여자,

그 뒤를 따라오는 세 남자를 보고,

사람들은 물었다.

“무슨 일이죠?”

“치킨이랑 장난감 뿌린대요!”

순식간이었다.

소문은 퍼졌고,

강변의 공기가 들썩였다.

산책하던 이들, 조깅하던 사람들,

줄줄이 진로를 꺾어 달리기 시작했다.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태양은 지평선 아래로 천천히 가라앉으며, 마지막 금빛을 강물 위에 뿌렸다.

준호는 다리 아래에서 멈춰 섰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어 다리를 올려다봤다.

그 위로는 차량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고,

가로등은 하나둘씩 불을 밝히고 있었다.

다리 입구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리에 오르는 순간, 무릎이 후달렸다.

지금껏 버티던 힘이 스르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한 계단씩 올라섰다.

달리는 것이 아니라, 몸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다리 위에 오르자 강바람이 얼굴을 후려쳤다.

젖은 옷 사이로 바람이 파고들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웠다.

‘시간이……?’

손목시계도 없고 핸드폰 배터리도 없어서 알 수 없었다.

다리 끝까지, 아직도 몇 백 미터는 남았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한 발, 또 한 발.

이제는 의지만으로 버티는 달리기였다.

신호등이 깜빡였다.

그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나는 자전거가 그를 지나치며 경적을 울렸다.

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만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다리 끝 벤치.

거기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검은 머리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수연은 벤치 앞에 서서, 다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퀭한 얼굴로 달려오는 준호를 보았다.

붉은색이 곳곳에 물든 젖은 셔츠, 찢어진 바지 자락, 헝클어진 머리, 숨 가쁜 얼굴.

아무 말 없이 그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준호는 멈추지 않았다.

수연을 향해 마지막 몇 발자국을 더 달렸다.

그는 그녀 앞에서 멈추지 않고,

그녀를 와락 안았다.

수연도 젖은 몸을 안고도 말 한마디 없이 팔을 꼭, 더 꼭, 조였다.

노란 가로등불이 켜지며 무대에 선 주인공인 양 그들을 비추었다.


“야……! 너 잡히면 죽어!”

준호를 따라오던 여자가 저 멀리 힘겹게 소리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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