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서로를 위해 거리두기

by 솔솔

회사를 다니며 발견한 놀라운 사실 하나. 회사 대표가 직원에게 하는 많은 일들이 의외로 선의에서 비롯한다. 심지어 거친 언사조차도 그 시작은 좋은 마음에서 출발했다. “일을 그딴 식으로 밖에 못해?”의 진짜 마음은 “우리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구나.”,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한 건지 속상하다.”였다. 문제는 본인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일이 타인에게는 전혀 중요하거나 좋은 일이 아닐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매일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직원도 회사가 잘되길 바란다. 이놈의 회사 그만두든지 해야지 하면서도 못 그만두는 직원도 그렇다. 회사에 소속된 이상 같은 배를 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도 한편으로 회사가 잘되길 바란다는 점에서 목표가 대표와 아주 다르지 않다. 이 둘은 어쩌다 서로를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된 걸까.


대표에게 회사가 잘되는 건 나도 잘되고 회사도 잘되는 일이지만 직원에게 회사가 잘되는 일이어도 내가 잘되는 일이 아닐 경우가 있다. 오히려 이러다 내가 없어지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 경영자와 실무자는 입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렇기에 대표에게 중요한 일, 잘해준다고 하는 복지는 직원에게는 동기부여가 안 되는 일이고 원하지 않는 복지일 수 있다.


작은 회사는 대표와 직원의 자리가 가깝다. 업무도 너무 많이 공유한다. 좋든 싫든 스트레스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경영자와 가까워서 더 빨리 소통하고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경영자가 어떤 마인드로 어떤 가치를 가지고 일하는지 알 수 있다. 옆에서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을 책임을 덜 지면서 가까이 볼 수 있다. 업무 전문성뿐 아니라 경영적 측면에서도 배울 게 많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걸 다 차치하고 일단 당장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그럴 때는 정말로 거리를 둬야 산다.


기억하자. 사업체는 대표 소유이지 직원 소유가 아니다. 엄연히 법적으로 응당 그러하다. 직원이 주인 같은 마음으로 근로시간이나 주어지는 급여에 국한받지 않고 참여하기 원한다면 회사 지분을 나누어주면 된다. 아니면 직함을 올려주면 된다, 공동대표로. 뭔 소리인가 싶다면 당신은 대표는 대표로 직원은 직원으로 있기를 바라는 거다.


또 기억하자. 우리는 일로 만났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면접날 혹은 입사 첫날. 아직 서로를 모르는 게 당연한 그렇지만 나는 그대에게 노동을 그대는 나에게 급여를 주기로 했다. 우린 처음부터 그 정도 사이였다. 근로계약서에 없는 마음까지 바라는 건 너무 가깝다. 물론 내어주고 싶어지면 주겠지만.


어떨 때는 일로 만난 사이가 가족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매일 얼굴을 보고 단기로든 장기로든 같은 목표를 공유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종종 실수한다. 작은 조직일수록 거리두기가 더 어렵다. 경영자는 “아, 이건 내 사업인데 잘못되면 안 되는데’하고 실무자에게 맡겨도 되는 일에 한 마디 더 하게 된다. 아는 게 많기에 잘못될 변수도 더 보이는 자리라는 거 안다. 하지만 대안 없는 지적은 직원 사기만 떨어뜨린다. 거리를 침범받은 실무자는 안전거리 확보 차 더 멀어진다. 그러다 어느새 그는 영혼을 두고 출근하게 된다.


적당선은 사실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표와 직원이라는 입장 차이뿐 아니라 같은 직원이라고 해도 개개인마다의 목표에 따라 다르다. 내 경우 커리어 목표가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는 게 아닌 개인사업자로 독립과 성장이 목표였다. 때로는 내 담당이 아닌 일들도 상황에 따라 맡아왔고 디자인 포트폴리오에는 전혀 도움 안되지만 경험이 된다고 여겨지는 일들은 큰 불만 없이 맡았다. 무엇보다 나는 이 일을 사랑했다. 하지만 너무 사랑해서 솔직히 적당선을 자주 넘었고 자주 무너졌다. 그러면서 나름 조정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계획했던 것들을 다 이루지 못하고 퇴사를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삶의 목표는 사람마다 다르다. 회사의 비전을 전적으로 동의하는 직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있을까?) 개인적 목표가 회사 방향과는 전혀 무관한 직원도 있을 수 있다(이게 더 많을걸?). 그런 그에게 뭘 더 요구해서는 안된다. 약속된 업무, 자기 할 일 다 하고 정시 퇴근하는 사람에게 말이다. 개인은 업무를 위해 자기 계발을 할 필요가 있다지만 동시에 회사는 개인이 자기 삶을 꾸릴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디자인 쪽 더군다나 작은 회사들은 그게 참 안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결국 스스로를 지키기. 자기가 자기 업무를 완급 조절해야 한다. 회사가 해 줄 건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다. 솔직히 대단한 것도 아니다.


작은 회사들은 대부분 업력이 짧거나 사회 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없어 제일 안 되는 게 사람관리 같다. 결국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회사도 회사만의 기준을, 개인도 개인만의 기준을 잘 세워나가는 수밖에 없다. 물론 변화를 위해 뭐든 해봐야 착오도 있다. 현행 유지는 시행이 아니다.


최근 코로나로 회사도 자연스레 거리를 두게 되었다. 재택근무가 늘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재택을 지속하기로 한 회사도 많다고 한다. 꼭 재택이 아니어도 많은 회사들이 불필요한 미팅과 업무 확인을 줄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거리를 두니 말 한마디를 해도 조금 더 신경 써서 하게 된다. 덕분에 감정에도 거리를 두게 되고 확실히 부정어가 줄었다. 거리를 두니 거기에 길이 있었다. 앞으로 우리는 더 멀어지길 바란다. 그럴수록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가까워지지 않을까. 버리면 얻게 된다는 노자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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