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너 내 동료가 되어줄래

by 솔솔

당연한 말이지만 작은 회사에도 사람이 있다. 아니 오히려 작은 회사이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는 지분이 크다. 우리는 적은 예산 덕에 좁은 공간에 부대 끼며 함께 한다. 사람 때문에 힘들기도 했다만 아이러니하게 사람 때문에 견디고 성장했다.


선을 넘게 하는 상황 덕에 선 넘은 정이 많이 오간다. 그런 면에서 중소기업 모집공고에 종종 올라오는 ‘가족같은 회사’라는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다. 고운 정보다 미운 정이 더 무섭다고 부장님이 집안 못난 삼촌같이 애틋하다.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낸 사람들과는 전우애가 생긴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동료와 함께 해낼 때가 좋았다. 다른 사람과 합을 맞추는 건 힘들긴 하지만 꽤 짜릿한 경험이었다.


신입사원 때는 윗 선임들에게 많을 걸 배웠다. 유독 기억에 남는 선임이 있다. 그가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당시 나에게 충격이었다. 그는 1을 보여주기 위해 100을 준비했다. 도전이 되는 아이디어들을 늘 팀에게 공유했다. 무슨 일이든, 아무리 시간이 없든 간에 늘 마무리를 제대로 지었다. 물론 좋은 모습만 있었던 건 당연히 아니다. 가까이서 일하는 동료는 가장 좋은 모습과 안 좋은 모습을 모두 공유한다. 그의 완벽주의는 때론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을 갉아먹기도 했다. 방법이 조금 틀릴 때도 있었지만 그가 일에 누구보다 진심이라는 점이 내게는 큰 자극이 되었다. 그가 일하는 방식을 조금씩 내게도 적용시켜보았다. 나에게 맞는 것도 아닌 것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성장했다.


그 주니어는 어느 날 선임이 되었다. 서당개 생활 1년이 채 돼가기도 전이었다. 겨우 내 몫을 해내는 나에게는 그건 전혀 다른 세계였다. 바라던 만큼 좋은 선임이 되지는 못했다. 욕먹기는 싫어서 친절한 사람처럼 굴다가도 제 성질에 못 이겨 작은 일로 화내는 날도 많았다. 좋은 사수이고 싶었지만 그냥 사수였다. 그렇게 새로오는 사람들에게 헛소리를 몇 년 동안 씨부리다가 깨달았다. 선임이든 후임이든 결국은 동료지 선생님과 학생이 아니라는 걸. 다들 일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나는 내 몫을 너는 네 몫을 하도록 하면 될 일이었다. 의지가 없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었다.


고속승진으로 나름 책임이 늘고 나니 윗 직급분들에게 배울 점들이 보였다.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내 눈에 대표나 부장님은 굉장히 힘들게 일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 같은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도 그 속으로 들어가게 되니 보였다. 그들은 억지로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다. 열정과 책임감으로 힘들지만 기쁜 마음으로 하는 거였다. 물론 일하는 방식과 가치는 변하기 마련이니까 고인 물이 되는 건 늘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답도 어디까지나 일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일이 잘되게 하려면 신입사원의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고인 물로 남을지 매일 물을 새롭게 할지는 본인에게 달렸다.


대표든 부장, 신입사원이든 결국 모두 동료다. 조직이라는 게 그렇다. 마음에 아주 들지 않아도 같은 배를 탄 이상 우리는 한 팀이다.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있더라도 제출하는 날까지는 최선을 다해 이해하고 싸워간다. 오래 보다 보면 아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없다. 물론 입장도 너무 다르고 성격도 목표도 다 다른 사람들이라 합을 맞추는 건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나라는 존재는 사회에서 아직 작고 귀엽다. 이럴 때 쓰는 표현이 ‘먼지 만하다’겠지. 이 작은 존재는 작은 회사에서 사람들과 복닥 인다. 존재와 존재가 만나면서 내 우주는 조금 더 커진다. 작은 회사에서도 사람을 통해 더 자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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