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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솔부는 책바람 Nov 01. 2023

그는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책리뷰] 동급생 / 프레드 울만 / 열린 책들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넘은, 9천 일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별다른 희망도 없이 그저 애쓰거나 일한다는 느낌으로 공허한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갔다.

그중 많은 나날들이 죽은 나무에 매달린 마른 잎들처럼 종작없고 따분했다.

내 가장 큰 행복과 가장 큰 절망의 원천이 될 그 소년에게 처음 눈길이 멈췄던 것이

어느 날 어느 때였는지를 나는 지금도 기억할 수 있다.

동급생 p.21



오래전에 읽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여운이 깊게 남는 책이 있다.

1930년대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배경으로 두 소년의 우정과 이별을 다룬 프레드 울만의『동급생』은 나에게 그런 책이다.

이 책을 몇 해 전에 읽었지만 당시 느꼈던 감정이 퇴색되지 않은 채 아직까지도 그대로 남아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두 소년의 엇갈린 운명과 그들을 갈라놓은 시간 앞에서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동급생』의 저자 프레드 울만은 1901년 독일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히틀러가 집권한 후 나치의 탄압을 피하고자 1933년 독일을 떠나 프랑스로 망명한 후 그림을 그려가며 생계를 유지한다.

이후 스페인에 머물기도 했으나 스페인 내전으로 그곳을 떠나야 했고 1936년 영국으로 건너가 정착하게 된다.

1971년 그의 나이 70세가 돼서야 동급생을 출간하지만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1977년에 재출간을 했는데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아서 케스틀러가 '작은 걸작'이라 평가한 서문이 실리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p.21



회상 형식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로 두 소년의 순수한 우정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16살의 유대계 독일인 한스 슈바르츠는 시인을 꿈꾸는 사춘기 소년이다.

한스는 의사인 아버지 덕분에 비교적 유복하게 자라지만 또래 친구나 학교 수업을 시시하게 여기는 조숙한 학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독일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의 '콘라딘 폰 호엔펠스'라는 소년이 한스가 다니는 '카를 알렉산더 김나지움'으로 전학을 온다.

한스는 콘라딘의 우아함과 성숙한 태도에 끌려 그와 친구가 되길 바라게 된다.

콘라딘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전과 달리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동안 수집한 고대 동전으로 콘라딘의 관심을 끌면서 친구 사이가 된다.

그 둘은 시를 읊고 예술과 철학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서로 다른 종교관으로 충돌하기도 하지만 그 무엇도 그들의 우정을 방해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유대인을 혐오해.

만일 어머니가 죽어 가고 있는데 살려 줄 수 있는 사람이 네 아버지 하나뿐이라고 해도

어머니는 그분을 집 안으로 들이지 않을 거야.

동급생 p.120



한스와 콘라딘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영혼의 단짝처럼 지내지만 콘라딘은 부모님이 없을 때만 한스를 초대한다.

한스는 그런 콘라딘에게 서운함을 가진다.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오페라 관람을 하는 콜라딘을 한스가 발견하지만 콜라딘은 한스를 못 본척하고 지나쳐버린다.

이 일로 인해 한스와 콜라딘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고 한스는 콜라딘의 부모가 유대인을 혐오하는 인종차별주의자임을 알게 되면서 둘 사이의 관계는 이전과 다른 기류가 형성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고 이에 위협을 느낀 한스의 부모님은 한스를 미국 친척 집으로 보낸다.



너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나는 독일을 위한 다른 어떤 희망도 찾아볼 수가 없어. 

우리의 선택은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선택이고 나는 히틀러를 선택할 거야. 

그의 사람됨과 성실함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를 감동시켰으니까.

동급생 p.138



미국으로 떠나기 전 한스는 콜라딘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콜라딘의 복잡한 심경이 담긴 편지에는 독일에 남은 한스의 부모님은 안전할 것이며 지금의 혼란을 히틀러가 종식시켜줄 것이고 곧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콜라딘의 예상과 달리 한스의 부모님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한스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와 친구들에게 받았던 차별과 모욕은 독일을 떠난 지 3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상처로 남아 평생을 낯선 이국땅에서 살아야만 했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어 독일에서의 기억을 애써 지우려 하는 한스는 카를 알렉산더 김나지움으로부터 동창 인명부와 호소문을 받게 된다.

그리고 콜라딘과 뜻밖의 재회를 하게 되는데······






친애하는 한스! 너는 내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어.

나에게 생각하는 법과 의심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의심을 통해 우리 주님과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찾는 법도 가르쳐 주었어.

동급생 p.137



콜라딘은 한스를 만나기 전까지 세상의 부조리함에 대해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이해되지 않는 죽음과 현상으로 신의 존재에 대해 한스는 본질적인 의문을 갖지만 그에 반해 콜라딘은 같은 문제를 놓고 종교 지도자를 찾아가 답을 구한다.



또 유대인을 혐오하고 히틀러를 맹신하는 부모님을 바라보는 콜라딘의 미숙한 태도는 한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콜라딘은 한스를 만나기 전까지 세상의 부조리함에 대해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이해되지 않는 죽음과 현상으로 신의 존재에 대해 한스는 본질적인 의문을 갖지만 그에 반해 콜라딘은 같은 문제를 놓고 종교 지도자를 찾아가 답을 구한다.

또 유대인을 혐오하고 히틀러를 맹신하는 부모님을 바라보는 콜라딘의 미숙한 태도는 한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한스와 헤어진 후 콜라딘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소설에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콜라딘의 마지막 행보에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짐작만 할 뿐이다.

콜라딘은 자신이 지지했던 히틀러가 벌이는 끔찍한 일들을 바라보며 한스와 나누었던 철학적 고민들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봤을 것이다.

부모님이나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순진함이 아닌 똑바로 알기 위해  의심하고 생각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이 한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지 처절하게 배웠을 것이다.

미숙하지만 순수했던 사춘기 시절 함께했던 두 소년의 우정에서 서정적 아름다움을 느낌과 동시에 나치즘과 홀로코스트라는 역사 속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질문하게 하는 책 『동급생』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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