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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기 초보 Jul 15. 2022

찾을 초심이 없어요.

처음부터 원치 않은 일을 시작해서 초심부터 탈출이었다.

"초심을 생각하자"

방황하거나 힘들어할 때 또는 포기하고 싶을 때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초심이 없다면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까.


나는 기자다. 기자를 하고 있지만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원래 꿈은 드라마 감독/PD였다. 하지만 방송국의 문은 좁고 나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서른. 앞자리 '3'은 큰 압박이 됐고 나는 어디든 들어가서 돈이라는 것을 벌고 싶었다. 여기저기 자기소개서를 넣었다. 말도 안 되는 수많은 이유로 나를 속이고 결국 취업에 성공했다. 기자가 됐다.


기자는 됐지만 나에게는 기자로서 욕심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없다. 바이라인에 이름이 나와도 기쁘지 않았다. 1면에 내 이름이 있어도 아무 느낌이 없다. 기사의 조회수가 높아도 기쁘지 않았다. 선플이든 악플이든 댓글은 그저 몇 자의 텍스트일 뿐이다.


기자를 하면서도 꾸준히 방송국에 지원을 했다. 그래도 드라마 PD는 물론이고 그래도 기자보다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예능/시사교양 PD도 지원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자를 하고 있다.


기자로서 초심이 없는 나에게 돌아갈 곳은 어딜까. 기자를 하고 있어서 기쁜 점이 있다면 딱 하나 월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랜 기간 취업 준비를 하면서 부모님에게 손 벌리면서 살던 내 인생이 조금은 당당해졌다는 것뿐이다.


나태해졌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누군가는 타인에게 초심을 찾으라고 말할 때가 있다. 하지만 초심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초심이 없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취업이 되지 않아서 수십, 수백 개의 자기소개서를 밀어 넣다 보니 취업이 됐을 것이다. 여기저기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고 혹은 다른 곳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공무원이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직업인으로 초심은 그저 남한테 손 벌리지 않고 자신의 경제적 독립을 이뤄내는 것뿐이다. 그래서 워라벨을 찾고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


초심을 찾으라는 말은 이제는 무효한 단어이다. 초심이 사라진 시대에서 우리가 찾아 할게 뭔지 너무도 궁금하다. 나도 무얼 찾으며 이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너무도 혼란스럽다. 누군가 답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나에게 누군가 답을 줄 수 있다면 그 답을 나는 평생이고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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