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세민 방법론 Apr 06. 2020

내가 만든 교육용 게임이 왠지 별로인 이유 2

게이미피케이션, GBL을 교육에 활용하려면 먼저 알아야 합니다.

교육의 영역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이 잘 정착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는 교육용 게임을 만드는 생각의 출발점에 대해서 다뤄보았다면 이번 글은 만드는 과정에서 짚어야 할 것들을 중심으로 다뤘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의 '굳이 겪을 필요 없는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바로 잘 설계되지 않은 교육용 게임을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4.
껍데기만 게임이다.

게임에 대해서 여러 정의가 가능하겠지만 여기서는 조금 높은 차원의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정해진 규칙 속에서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선택하고 선택에 따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 게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교과서 귀퉁이에 위치한 짝 맞추기 같은 'Mini Activity'에서는 발견하기 쉽지 않은 특징입니다. 단순하고 간단한 활동들은 게임이라기보다는 시뮬레이션, 역할극의 수준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들도 충분히 게이미피케이션과 GBL의 범주에 해당합니다.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멋진 수단입니다.


문제는 교육용 게임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마음에 단순하고 간단한 활동은 성에 차질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도 거대한 볼륨의 보드게임을 만들고 싶어!"의 마음입니다. 마음속에 부루마블이나 모노폴리를 생각합니다. 십중팔구 방대한 볼륨 앞에 많이 고생하겠지만... 어쨌거나 예산이 충분하다면 게임을 만들 수는 있을 것입니다.


시각적 비주얼이 충만한 교육용 보드게임을 앞에 두고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이 게임을 완성한 것에 의미를 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무엇이고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목표는 무엇인지를 돌이켜봐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어쩌면 10분의 작은 활동이면 끝낼 수 있는 학습내용을 겉만 거창한 게임으로 풀어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학생은 수업시간에 게임을 하느라 즐겁긴 할 텐데, 과연 그만큼의 수업시간을 할애할 이유가 있을까 돌이켜봐야 합니다.



5.
충분한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

특히 게임을 만들 때, 한 번의 시도로 완벽한 결과물이 나올 수 없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괜히 알파테스트, 베타테스트의 개념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을 만든다면 당연히 테스트를 해야 합니다. 시간 부족 또는 귀찮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질 수 없습니다. 또 예산의 측면에서도, 생각보다 보드게임을 만드는 것이 비쌉니다. (특히 이것저것 구성물이 많아질 경우) 완성품에서 큰 수정 소요가 발생한다면 그만큼 손해를 봅니다. 테스트는 낮은 퀄리티의 출력물을 통해서 진행해도 좋습니다. 많이 할수록 대체로 좋습니다.


테스트는 게임 중과 게임 후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게임 중에는 의도했던 게임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구현되는지를 확인합니다. 밸런스, 시간 소요, 전반적인 진행사항을 파악합니다. 게임 후에는 학습자들이 교육목표의 달성여부는 물론이고, 학습자의 소감을 들어봐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에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 내려갔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들의 감정에서 즐거움, 아쉬움, 분노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고 싶은지를 물어봅니다. 이 외에도 게임을 테스트를 할 때 고민할 것들이 많지만, 요약하면 위와 같습니다.



6.
지루하다.

'재미없다'와는 조금 다릅니다. 교육용 게임이 다루는 교육내용 특성상 게임 진행이 꽤나 진지할 수도 있고, 주제에 따라서는 학습자에게 어떤 스트레스를 느끼도록 설계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학습자가 게임에 몰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몰입할 수 없다면 게임이 지루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게임은 지루합니다. 대표적으로 '할 것이 없을 때' 또는 '가망이 없을 때' 지루한 감정이 많이 목격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턴제 게임에서 누군가의 턴이 진행될 때 내가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경우입니다. 특히 한 플레이어의 턴이 길게 진행될수록 그동안의 다른 플레이어의 행동을 고려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묘수풀이를 할 수는 없습니다. 또 다른 예로, 역전이 불가능하거나 너무나도 운에 의존하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가망이 없다고 판단해 포기를 선택해버리면 게임이 지루해져 버립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한 번 테스트를 하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확인하면 고치면 됩니다. 학생들에게 '이 게임을 쉬는 시간에도 플레이할 것인지'와 '그 이유'를 물어보세요.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때때로 게임을 전부 갈아엎어야 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게임을 완성시키는 한 발짝을 내딛는 과정입니다.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 유행 속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각자의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게임과 활동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글 만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팀만 협업툴 도입을 실패하는 이유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