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미피케이션, GBL을 교육에 활용하려면 먼저 알아야 합니다.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 단어 자체가 세상에 나온 것은 오래전 일이지만 이제는 널리 알려졌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공공기관에서조차 자체 교육용 보드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창 게이미피케이션이 유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글은 교육의 영역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이 잘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굳이 겪을 필요 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이 "어렵다.", "복잡하다."라고 느끼는 선생님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제대로 교육용 게임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이나 GBL이나 그 무엇이든 잘 활용하면 정말 좋습니다. 텍스트의 한계를 최대한 극복하며 글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보통은 워크숍이나 컨설팅으로 진행합니다.)
글을 시작하기 앞서 여기서 다루는 게임이나 활동은 "교육용 목적"이 더 중요한 경우에 한합니다. "게임"으로서 팔리는 것, 중독성이 강한 것이 더 중요하다면 그 내용이나 우선순위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를 전제로 '내가 만든 교육용 게임이 왠지 별로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육용 게임을 만든다면 스스로에게 "게임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답해서는 안됩니다. 그 교육은 어떤 교육인가요? 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세계시민교육에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고 가정하면, 다음 질문이 이어집니다. "왜 하필 세계시민교육에 게임이 필요한가요?" 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했다면 '시작점을 잘 잡은 교육용 게임'이고, 답을 못하면 '조금 더 생각해보면 좋을 교육용 게임'입니다.
위 질문에 답을 못한 경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구체적인 교육내용과 상관없는 답을 한 경우입니다. 대표적으로 "학습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등의 답이 해당합니다. 충분한 이유로 보이나 이 답만 있을 경우 문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학습자의 참여'는 비단 해당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에서 똑같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학습자의 참여는 당연히 고민해야 하는 것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학습자들이 참여한 다음에 무엇을 하는가?'입니다. 교육의 목표, 메인 컨텐츠와 관련된 내용을 답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교육목적에 따라 학습자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겠습니다.)
"왜 하필 세계시민교육에 게임이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에 적절한 답은, '게임의 이러한 특성이 세계시민교육의 이러한 교육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써 적합하다.'입니다. 학습자의 동기 유발도 중요하지만 이는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교육을 위한 어떤 수단을 선정한다면 그 수단이 교육목적 달성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흔히 교육과 관련된 게임을 이야기할 때 "학습자의 참여" 또는 "재미"에 대해 많이 이야기합니다. 한번 더 언급하자면 이는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요소입니다. 우유에 비유하자면 이는 '저지방', '고칼슘', '바나나 맛'과 같은 요소에 해당합니다. 필수적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요소는 '유통기한'입니다. 교육용 게임이라면 반드시 어떤 교육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어야 할 것입니다. 학습자의 참여와 재미는 두 번째로 고민합니다.
잘 만든 게임은, 게임 이후에 무언가 남습니다. 게임이 끝난 후 학습자는 소감을 적을 수 있고, 이 인사이트는 교육의 목표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세계시민교육에 게임을 도입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세계시민교육에는 많은 분야가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살펴보면 암기식 교육보다는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언어정보나 지적기능보다는 태도에 해당하며 학습자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기 까다로운 영역입니다. 특히 요즘 학생에겐 말이죠. "지구가 아파하니까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면 안 돼"라고 감정에 호소하는 것은 공감받지 못하며, 역시 "우리는 인간으로서 인류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옳아"라고 이성에 호소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묻습니다. "왜요? 왜 우리가 그래야 하죠?"... 이전에는 주입식으로 어떻게든 넘겼다면, 오늘날에는 어려울뿐더러 교육적 의미도 없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자 세계시민교육이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스스로 답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게임을 도입합니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선택의 결과를 게임의 결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적절히 설계된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학습자)는 세계시민으로서 고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습자는 게임 속에서 "이기적으로 행동할까? 아니면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협력적으로 행동할까?"를 선택지를 고민합니다. 마치 세계시민이 고민하듯이 말이죠. 학습자가 게임 속에서 한 경험과 스토리는 실제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는 태도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교육용 게임을 개발할 때 위와 같이 교육목적에 따른 개발목적과 설계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면 이 시작점만으로도 깊이가 달라질 것입니다.
위 사례는 구체적으로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메커니즘을 활용한 것입니다. 이미 많은 협업 게임이 '죄수의 딜레마'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게임의 메커니즘은 나중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을 활용하겠다고 이야기한다면, 적어도 게이미피케이션과 GBL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교육에 활용하는 입장에서 단어의 정의를 복잡하게 다룰 수 없습니다. 교육의 분야에서 게이미피케이션과 GBL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GBL은 게임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교육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게임의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 둘은 크게 다르진 않음으로, 세세하게 구분하진 않고 혼용하여 글을 적어나갈 것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두 단어의 차이가 아니라, 공통적인 키워드입니다. 교육에서 게임은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수단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