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험으로 취향을 찾아가는 중
슬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거리에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시작하면 빵집과 슈퍼에서 어김없이 보이는 빵이 하나 있다. 바로 팡데피스. 직역하자면 향신료 빵이라는 이름인데, 이름 그대로 향신료의 향과 맛이 가득한 빵이다. 향신료가 들어간 빵이라 첫 입은 '무슨 빵이 이래?'싶을 지도 모르지만 어느새 중독된 듯 코끝 시리는 겨울이 온다 싶으면 생각나는게 바로 이 빵이다.
팡데피스는 빵보다는 파운드 케이크나 단단한 나가사키 풍 카스테라에 더 가까운데 왜 빵이라고 부를까? 라는 의구심이 들어 기원을 찾아봤다. 일단 팡데피스는 과자류인 파티세리로 분류되어 있으며, 부르고뉴-프랑슈콩테 지역(디종, 랭스, 알자스)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과자로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과자였던 팡드미엘 (꿀빵)이 조상이라고 한다. 십자군 전쟁을 거치며 빵드미엘과 동양의 향신료가 유입되면서 독일과 프랑스에 레시피가 유입되었고, 수도사들을 통해 유럽에 전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에서도 비슷한 맛이 나는 과자를 연말에 판매하나보다. 프랑스의 팡데피스가 파운드 케이크와 유사하고 더 촉촉하다면, 독일식 팡데피스는 겉을 흰색 슈가파우더나 다크 초콜렛으로 코팅한 비스킷과 비슷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향신료 맛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지고 단맛이 적은 독일식이 더 취향이다.
이 빵에 사용되는 향신료는 뱅쇼로 알려진 향신료와 오렌지, 레몬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을 넣어 푹 끓인 따뜻한 레드와인에 들어가는 향신료와 거의 일치하는데, 유럽인들에게는 이 향신료의 향이 겨울이 왔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기억같다. 집 근처 단골 빵집에도 11월이 되자 어김없이 팡데피스를 팔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2% 부족한 향신료의 향과 맛에 올해는 직접 만들어보기로 마음먹고 환상의 향신료 조합을 찾기 위해 여러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이 빵에 빠질 수 없는 향신료는 시나몬(계피), 스타아니스(팔각), 그리고 클로브(정향)이다. 이 세가지 향신료를 주축으로 생강과 넛맥 등 취향에 따라 각 향신료의 배합을 이리 저리 하다보면 내 취향에 딱 맞는 환상의 조합을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설탕대신 꿀을 아주 가득 넣는다는 것이다. 밤꿀 또는 아카시아꿀을 넣어 만들어 한 눈에 봐도 윤기가 흐르고 촉촉해진다. 물론 프랑스답게 버터도 아주 사정없이 넣는다. 설탕대신 꿀을 넣어 조금 건강해보일 뿐이다.
파운드 케이크처럼 모든 재료를 한 번에 넣고 섞는다는 간단한 레시피 덕분에 부담없이 도전해보았다. 팡데피스도 굽고 하루정도 재료의 맛이 잘 어우러지도록 숙성시킨 뒤 먹는게 맛있다. 홈베이킹을 하게된 계기가 2% 부족한 향신료 맛 때문이어서 욕심내서 시나몬과 생강을 좀 많이 넣었더니 매운맛이 강해져버렸다. 디저트 먹으면서 맵다고 말하는 날이 오다니. 역시 과유불급. 팡데피스는 각 도시별로 조금씩 레시피가 다른 것 같았다. 기회가 된다면 연말에 부르고뉴-프랑슈콩테 지역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면서 레시피를 비교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