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듯 알싸하면서도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매력적인 생강과 그 역사
생강(生薑, Ginger)
여러 향신료 중 내가 자주, 즐겨 사용하는 향신료는 단연 생강이다. 톡 쏘는 듯 알싸하면서도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매력적인 생강. 각종 요리는 물론 차나 음료, 베이킹까지 활용도가 높은 향신료다. 물론 한국인의 식탁에서 마늘만큼 친숙하고 필수적인 향신료는 없지만, 음식을 먹고 난 뒤 남는 특유의 잔향 때문에 나는 마늘대신 생강을 자주 사용한다. 맛과 향은 살리면서 깔끔한 끝맛은 일상적인 요리에 더없이 유용하다.
언제부터 생강을 사용했을까?
생강의 원산지는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추정된다. 인도 아유르베다에서는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해 왔고 중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소화를 돕는 약재로 사용해 왔다. 기원전 3000년 경부터 생강을 섭취했다고 전해지며, 기원전 500년 경 유교 경전에서 그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생강은 고대 해상 무역에서도 각기병 예방을 위한 필수품으로 배에 실리곤 했다.
가장 오래된 동양의 향신료 중 하나인 생강은 이미 기원전 150년 경, 로마 제국에 아랍과 페르시아 상인들을 통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와 인도를 연결하는 홍해 무역 노선을 통해 유럽에 들어왔다. 이집트, 그리스, 로마인들 사이에서도 소화를 돕기 위한 의료 목적으로 소비되었으며, 소화를 돕는 중요한 약재로 여겨졌다.
중세 유럽의 '가장 저렴한 사치'
중세 유럽에서도 동방과의 무역을 통해 생강 Ginger, 육구두 Nutmeg와 그 껍질인 메이스 Mace, 정향 Clove, 계피 Cinamon, 카르다몸 Cardamom, 후추 Pepper, 설탕 Sugar, 그리고 꽃술인 사프란 Saffron 등 수십 가지의 향신료가 이미 유통되고 있었다. 이러한 향신료는 강렬한 향과 맛으로 주로 의료적 목적, 최음제로 사용되었으며, '이국적 사치품'이었다. 그중 생강은 가장 저렴한 편에 속했다. 당시 유럽인들은 생강을 한동안 '후추의 뿌리'로 오해하기도 했지만, 그 인기는 후추 못지않았다. 생강은 유럽인들이 인도로 향하는 해상 무역로 개척에 지속열을 올리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
중세 아랍과 포르투갈 상인들은 무역과 식민지 정복 활동을 통해 생강 재배를 확산시켰다. 13세기, 베네치아의 상인이자 탐험가인 마르코 폴로 Marco Polo는 동방 원정을 통해 생강 재배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15세기, 역시 베네치아의 상인이자 탐험가 니콜로 데 콘티 Niccolò dei Conti는 인도에서 목격한 생강 재배 방법과 건조 생강에 대해 기록으로 남겼다. 이 무렵 유럽에서 향신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각국은 열대 식민지 개척에 나섰다. 특히 열대 기후를 가진 캐리비안 연안의 국가에서 설탕과 생강 재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포르투갈은 브라질, 영국은 자메이카에서 생강 재배를 시작했고, 자메이카는 이후 생강과 사탕수수의 대표적인 생산지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플랜테이션을 기반으로 한 생강 재배의 보편화로 생강은 다른 향신료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참고로 계피는 생강보다 2배 정도, 사프란은 15배 더 비싼 향신료였다.
이국적이고 강한 맛과 가격 경쟁력 덕분에 생강은 음식 재료는 물론, 민간요법과 최음제로도 널리 쓰이게 된다. 특히 중세 영국과 프랑스 조리법의 약 4분의 1에 생강이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 같은 시기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사용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열대 식민지에서 안정적으로 향신료 보급이 가능해지자 16-17세기 영국에서는 생강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생강을 재료로 한 진저비어, 진저브레드 등 각종 음식이 등장하게 된다.
Reference
Site
https://recettemedievale.fr/les-epices-au-moyen-age/
https://sramdin20.medium.com/ginger-b38cdc18cf71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Niccolo-dei-Conti
https://medieval.ucdavis.edu/120D/Money.html
https://nabataea.net/explore/travel_and_trade/trade-on-the-red-sea/
Book
Bruno Laurioux, Manger au Moyen Âge : Pratiques et discour alimentaires en Europe au XIVe et XVe siècle, Fayard/Pluriel, Paris, 2013, 320 p.
Michel Balard, Histoire des épices au Moyen-Âge, Perrin, Paris, 2023, 478 p.
Philippe Chavanne, Épices Miracles, Édition Artémis, Chamalières, 2021, 128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