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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졸업사진 촬영_240409

미국생활 236일 차

by 솜대리



요즘 캠퍼스에는 졸업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적어도 나 때는) 모든 졸업생들이 일괄적으로 졸업 사진을 찍고 단체 졸업 앨범을 받는데, 여기서는 이 것도 개인주의였다.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학교의 졸업 사진을 신청하고 사진을 받는다. 그리고 더 많은 학생들은 그 프로그램을 신청하기보단 개인적으로 사진 기사를 고용하거나 사진을 잘 찍는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졸업 사진을 찍는다. 일괄로 찍으면 며칠 사진을 찍고 마는데, 제각각 사진을 찍으니 요새 학교에는 언제나 졸업 사진을 찍는 학생들이 있다.


학교에서 졸업 시즌이라고 선언했다 ㅎㅎ


일괄로 찍는 것도 아니고 따로 신경을 써야 하니 할까 말까 싶었다. 이 나이에 졸업 사진을 찍는다고 신경 쓰는 것도 그런가 싶기도 하고 ㅎㅎ 그래도 그냥 지나가려니 못내 아쉬워서 간단하게 남편과 핸드폰으로 졸업 사진을 몇 장 찍어보기로 했다.


아직 졸업식까지는 한 달이 남았지만, 배가 더 나오기 전에 졸업 사진을 찍고 싶어 날을 엿보고 있었다. 올해 뉴욕의 봄은 내내 흐리고 강풍이 불거나 비가 내려서 도무지 사진을 찍을 새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날이 맑았다. 오늘도 흐릴 예정이었는데 일기 예보가 틀렸다. 수업도 없는 날이겠다 바로 학교로 사진을 찍으러 갔다.


날씨 보소


아침 8시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바로 갔는데 깜짝 놀랐다. 캠퍼스에 졸업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다. 어느 과정은 오늘이 졸업식인가 싶을 정도였다. 아침 8시 반에! 오늘도 흐릴 예정이었는데! 다들 나 같이 해 나기만을 기다린 모양이었다. 특히 학교의 상징과 같은 여신상 앞에는 벌써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아니 이게 무슨 일


뭐 줄을 설 만큼 열정이 있지는 않아서, 줄이 없는 적당한 몇 군데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찍어도 사진에 늘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잡혔다. 캠퍼스가 사람들로 바글바글해서 뒷 배경에 사람이 안 걸리는 자리는 없었다.


남편은 사진을 잘 못 찍는데, 햇볕이 좋아서 그런가 사진이 나쁘지 않았다. 오후에도 날이 좋으면 아이랑도 함께 나와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오후에도 날이 좋았다! 아이가 가라테 수업을 마치는 시간에 맞춰 캠퍼스에서 만났다. 아이와 남편은 마땅한 비즈니스 캐주얼 급 옷이 없고 그렇다고 정장과 원피스를 입히면 사진 자체를 거부할 것 같아서, 새로 산 멀끔한 티셔츠를 입혔다. 그래도 그나마 내 하늘색 가운이랑 어울릴 만한 색깔을 골랐더니 내 눈에는 괜찮았다. ㅎㅎ


하얀 티에 하늘색 리본핀 달고 ㅎㅎ


오후에는 기온이 22도까지 올랐고 햇볕이 강해져서 딸내미는 얼굴이 벌게졌는데도 40분 정도 촬영에 잘 협조해 줬다. 방긋방긋 웃고 꼭 끌어안아 주고. ㅎㅎ 그런 딸내미와 (아침에 한 시간, 오후에 한 시간 총 두 시간이나!) 열심히 사진 찍어주는 남편을 보니, 이 둘 덕분에 내가 이 과정을 잘 해낼 수 있었구나 새삼 느꼈다.


아침에도 그렇고 오후에도 그렇고, 가족사진도 한 번씩 찍었다. 두 번 다 근처에서 셀프로 졸업 사진을 찍고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부탁했는데, 다들 졸업 사진에 진심인 상황이라 그런지 사진을 진짜 열심히 찍어줬다. 덕분에 예쁜 가족사진들을 건졌다. 꼭 인화해야지 ㅎㅎ


좋다 ㅎㅎ


지난 학기에는 적응하느라 바빴고, 이번 학기도 최근까지 임신 초기의 풍파에 정신없었는데, 이제야 조금 여유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애초에 여기 올 때 계획한 대로 가족들과의 시간도 많이 보내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여러 경험을 즐기고 ㅎㅎ 둘째 낳기 전까지 얼마 안 남은 기간 동안마저 바짝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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