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240일 차
20주에 돌입했고, 둘째는 16.5cm쯤 컸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는 이때 즈음이면 굉장히 편했던 것 같다. 입덧은 끝났고 몸은 크게 무겁지 않고. 매일 점심때 30분씩 낮잠을 자는 거 말고는 일상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첫째 때보다 힘들다.
일단 몸이 많이 무겁다. 최근 1-2주 간 배가 빠르게 나왔는데, 그래서인지 요 며칠은 몸이 너무 무겁다. 굉장히 피곤하고 늘어진다. 첫째 때는 30주는 되어야 이랬던 것 같은데. 전에는 임신 후기에 왔던 요통이 임신 초기부터 온 걸 생각해 보면, 확실히 두 번째 임신이라 모든 증상이 더 빨리 오나 싶다. 소화도 잘 안된다. 이것도 후기 증상이었는데.
이상한 증상들도 있다. 오늘은 점심이랑 저녁을 할 때 두 번 다 배가 너무 뜨거워져서 많이 불편했다. 계속 배에서 뜨거운 열기가 안 빠지고 갑갑한 느낌. 첫째 임신 때는 막달에 육아휴직하고 떡 배운다고 3시간씩 서서 떡 찜기 앞에 있어도 그런 느낌을 못 받았는데 이상하다. 물론 첫째 임신 때는 취미로만 요리를 하고 평소에는 회사 음식을 먹거나 엄마가 가져다준 반찬을 먹었고, 둘째를 가진 지금은 가족들 먹이려고 삼시 세끼를 해서 요리의 스트레스가 다를 것 같기는 한데 ㅋㅋ 그래도 이상하다. 심지어 오늘은 날씨도 추웠는데. 앞으로 조리는 좀 삼가야겠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무겁고, 그래서 몸이 더 무거운 것 같기도 하다. 학기 말이라 기본적으로 과제/ 시험/ 발표가 산재해 있다. 여름 학기에 뭘 할지도 알아봐야 한다. 기숙사 계약이 끝나면 이사 갈 곳도 알아봐야 하고, 보험도 해결해야 한다. 엄마가 오기 전에 한국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해야 하니 둘째 출산 준비도 좀 빨리 해야 한다. 졸업식도 얼마 안 남아 그때 입을 옷이라도 사야 되는데, 그 와중에 밥 때는 하루 세 번 돌아온다. 아, 아이의 서머스쿨도 마저 알아보고 신청해야 한다.
임신하고 감정적으로 기댈 곳은 없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담이 가중되기만 한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이 맥스일 것 같다. 해결해 나갈 일만 남았으니까 하나씩 해나가면 조금씩 가벼워지겠지. 아님 자고 나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