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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pr 19. 2024

컬럼비아 대학교 내 경찰 진입_240418

미국생활 245일 차



어제부터 학교 교문 앞에 경찰들이 즐비했다. ‘대학교 앞에 경찰이라니’ 의아하게 생각하며 캠퍼스에 들어가 보니,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메인 잔디밭에 텐트를 쳤다. (적어도 내가 봤을 때) 딱히 과격한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특정 시간에 모여 일회성 시위를 하던 기존과 달라서, 한시적으로 경찰이 대기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그러고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난리가 났다.


나는 메인 캠퍼스가 아닌 다른 건물에서 수업을 받는 날이었는데, 동기들 채팅창에 난리가 났다. ‘텐트를 밀려고 경찰들이 캠퍼스에 들어온다. 학생들과 교수진들은 밖으로 나와라’라는 친 팔레스타인 학생들의 문자가 공유됐다.



학교 정문의 7 street 아래까지 경찰 버스가 늘어서 있다며 사진이 올라오더니, 드론들이 날아다니고 있으니 참여하는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핸드폰을 끄라는 조언도 올라왔다. 설마 2024년 미국 뉴욕 한가운데에서 딱히 폭력적인 시위도 일어나지 않은 대학 교정에 진짜 경찰들이 들어올까 싶었는데, 문자를 볼수록 점점 기분이 이상해졌다.


여기는 벤들이, 다른 쪽 교문에는 버스들이 늘어서 있었다.


곧 대학 총장의 메일이 왔다. 텐트를 친 사람들에게 철수를 요구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그러니까 이게 다 정말 일어나는 일이었다.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떴다. 체포라니. 아니 아이들이 뭘 했다고. 캠프를 치기 전부터 컬럼비아 멤버들만 교정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 그 이들은 학생들일 것이었다.


총장 메일의 일부. 학생들이 친 텐트를 clearing 하라니. 텐트 친 지 만 하루 지났을 뿐이고 딱히 폭력적인 양상도 없었다.



부끄러웠다. 이런 학교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여러 가지 이유를 핑계로 저지하는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부끄럽다. 사실 학교 내의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시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하나는 안다. 이건 진짜 아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80년대든 2024년이든 (그것도 딱히 소요 사태가 없던) 대학 교정에 경찰이 들어와 학생들을 잡아가다니. 진짜 대학 측의 이번 조치는 참혹했다. 대학이 이러면 안 되지.


뉴욕 타임즈 기사. 부끄럽다.


동기 방에서는 내내 성토가 벌어지고 있고, 각 학생회에서 학생들의 체포를 규탄하는 메일을 대학 측에 보냈다. 체포된 이들에게 차별을 가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대학 측에 전달하려는 노력에 이 일에 의견을 딱히 내지 않았던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붙잡힌 이들의 법적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링크도 돌았다. 나도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뭘지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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