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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심리#17.직원 성격 못바꾼다.성과낼 환경 만들어야

(이미지 출처: unsplash)


"아무리 상사라고 해도 폭언을 하거나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는 언행은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 상황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해져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최근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퇴사 경험이 있는 직장인 2288명을 대상으로 '퇴사 사유'를 조사한 결과, 52.1%의 퇴사자들은 자신이 퇴사하는 '진짜 이유'를 숨겼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이 밝히지 않은 퇴사 사유 1위는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이었다. '회사 보고 입사해서 상사 보고 퇴사한다'는 말이 실제로 증명된 셈이다. 그렇다면 상사들은 자신이 이런 원인이라는 데 동의할까?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상황의 힘

심리학은 사람의 행동을 개인 특성과 상황 사이의 함수(행동=개인 특성×상황)라고 설명한다. 즉 어떤 사람의 행동은 그 사람의 성격, 경험, 연령 같은 개인 특성뿐 아니라 시대, 업종, 회사, 하는 일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처럼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개인의 특성보다 상황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하다 보면 분기점 같은 갈림길에서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자칫하면 다른 차로를 침범하거나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른 진입로로 주행하는 상황도 생기게 된다. 이럴 때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컬러 주행 유도선이다. 국토교통부가 컬러 주행 유도선을 설치하기 전과 후로 나눠 총 76곳을 비교해본 결과, 주행 유도선을 설치한 후 교통사고가 약 27% 감소했다고 한다. 주행 유도선이라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운전자의 시선과 행동을 유도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 처음 도입된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 파리 스티커는 화장실 청결도를 무려 80%나 개선했다. 아무리 '한 발 앞으로' 다가서라고 안내판을 붙여도 말을 듣지 않던 남자들이 파리 스티커를 보자 본능적으로 쏴서 맞히려고 자연스럽게 소변기 쪽으로 한 발 다가서게 된 것이다.


인간은 본인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어떤 상황 속에 들어가면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우리는 의지력의 힘을 강조하지만,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상황주의(Situationism)'라고 한다. 사람의 특성보다 상황과 맥락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람일까 상황일까'의 공저자인 심리학자 리 로스는 "나는 한 개인의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행동이 고정된 성격적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을 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회사 내에도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게 하는 제도적·문화적 상황 요인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적 상황은 인사, 특히 평가와 보상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승진을 하고 어떻게 하면 탈락하는지, 어떻게 하면 성과급을 더 많이 받고 어떻게 하면 덜 받는지와 같은 평가와 보상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리더는 업무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는 장면에서 개인 능력 못지않게 상황의 함수를 가능한 한 제대로 구분해서 평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성공과 실패에 미친 개인과 상황의 조합을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평가해줄 때 일의 몰입도와 리더의 신뢰도가 올라간다.


리더가 상황의 힘을 이해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리더가 된다는 것은 타인을 통해 일을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무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해내면 된다. 즉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리더는 구성원들이 했던 일의 결과에 대해 책임도 지고 평가도 받는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이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성격을 바꾼다는 의미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과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조직에선 개인의 특성보다는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가 중요
리더가 직원들에겐 핵심 '상황'


구성원들에겐 리더가 '가장 중요한 상황'

셋째, 리더 자신이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상황 요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핵심인데, 많은 리더들은 자신이 구성원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상황 요인이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잘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2007년 노스웨스턴대 심리학자 애덤 갈린스키 교수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타인의 관점이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적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 이유는 내 마음대로 했을 때 뒤따르는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자신을 보호하려고 타인의 감정 변화에 더 주목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부하직원이나 후배들과 함께 있을 때보다 상사나 선배와 함께 있을 때 상대를 더 많이 의식하고 눈치를 본다. 그래서 리더 자신이 어떤 상황을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조직 전체를 복지부동하게 만들 수도, 표리부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 "안 봐도 알아" "뻔한 이야기 하지 말고" "역시 내가 없으면 안돼" "나에게 불가능은 없다" 이런 말들이다. 직속 상사가 본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떠올려 본다면 역지사지로 본인 역시 팀원들에게 그렇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늘 경험하는 이런 단순한 현상이 지위가 높고 권력을 많이 가진 리더일수록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성찰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이유다.


또 리더가 상황이라는 점은 일대일 관계에서도 크게 작동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는 팀원의 개인 특성이 속전속결을 중요시하는 리더(상황)에게는 무능하게 보일 수도 있다. 반대로 그 팀원과 비슷한 스타일의 리더(상황)가 볼 때엔 무슨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팀원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개인의 의지 이상으로 상황의 힘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리더가 안다면, 그리고 나 자신이 직원들에게 중요한 상황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직원 개인의 성격과 기질을 바꾸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상황을 만드는 데 시간을 노력을 써야 한다. '나는 지금 그들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를 돌아볼 시간이다.



이 글은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구자복이 매일경제에 기고(직원 성격은 못바꾼다…성과낼 환경 만들어라 [트라이씨 기업심리학], 2023.07.06)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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