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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심리#24.이성으로 안 풀릴땐 '직관'을 믿어봐요

(이미지 출처 : 매일경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단어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의 이성과 의식적 노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점점 세상은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성의 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훨씬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좋은 판단과 결정을 위해 감정과 무의식의 영향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감정이 머리이고 이성이 꼬리

뉴욕대 심리학 교수인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감정이 머리이고 이성은 꼬리에 불과하다"며 '감정이 대통령, 이성은 대통령의 공보비서관'으로 비유했다. 감정이 무슨 선택을 하든 이성은 최대한 그 선택을 변호하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인간의 감정은 강력한 에너지의 원천이다. 일상에서 분노, 슬픔, 기쁨 같은 감정이 압도할 때 이성적 사고와 판단이 마비된 적이 있지 않은가?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견해에 따르면 감정이 생각의 중심이고, 감정은 이성의 부속물이 아니라 이성적 사고의 근원이다.


판단과 결정에서 감정의 역할

트롤리 딜레마라는 윤리학 사고 실험이 있다. 제동장치가 망가진 기차가 선로 위를 달리고 있다. 선로 위에는 다섯 명의 사람이 있어 선로를 바꾸지 않으면 다섯 명이 죽게 된다. 선로를 바꾸면 다섯 명은 살지만 새로 바뀐 선로 위에 있는 한 사람이 죽게 된다. 스위치는 당신 앞에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이런 시뮬레이션 상황을 통해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릴 것인가를 생각하지만, 이런 가상 연습은 실제 상황에서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이성적 사고와 실제 상황에서 판단하는 방식은 동일하지 않다. 왜냐하면 실제 사건이 일어나는 특정 장면에서는 감정과 본능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내리는 판단과 의사결정에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성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감정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택과 결정 장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좋은지, 나쁜지'와 '유쾌한지, 불쾌한지'에 대한 감정적·직감적 판단이다. 이 감정을 기준으로 선택지를 압축하고 이후 이성적 판단을 결합하여 결정을 내린다. 특히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감정이 더 크게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한다.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며 행동할 때 감정적으로 인지하고 판단하는 비율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에게 감정이 없으면 적절한 판단이나 결정을 할 수 없다.


예측 어려워지는 현대사회
합리적 사고에만 매몰되면
올바른 결정 내리기 어려워
사고의 근원은 감정·무의식
샤워·운전 중 영감 떠오르듯
행동과 판단에 큰 영향 미쳐


의식과 무의식

일상에서 우리가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많은 것은 의식적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의식은 왜 그런 생각이나 행동을 했는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의식은 전체 사고 과정의 극히 일부 영역이다. 심리학자들은 무의식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다. 무의식은 늘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배우며, 무의식적으로 하는 학습량은 엄청나게 많다. 다만 배우며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모를 뿐이다.


최근 많은 학자들은 의식적 사고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의식과 이성을 과대평가하는 이유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 중 의식할 수 있는 부분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며, 이 부분이 실제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심리학계 석학 리처드 니스벳은 그의 책 '마인드 웨어'에서 무의식이 환경 정보를 접수하는 수준은 의식이 그런 정보를 파악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며, 그리고 놀랍게도 무의식은 의식만큼이나 '철저히 합리적'이라고 강조한다.



선택과 무의식

무의식은 우리의 선택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의식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울 때에는 무의식이 판단할 수 있다. 집을 사거나 직장을 옮기는 등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우선은 의식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가장 많은 의식적 접근은 체크리스트다. 중요한 판단 기준과 우선순위, 가중치 등을 조합해 최적안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무의식이 작동할 시간과 여지를 주는 것이 좋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의도적인 거리 두기다. 잠시 그 주제에 대해 뒤로 제쳐놓고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렇게 거리 두기를 하면 그 주제에 대한 관심에서 일시적으로 해방되게 되고 우리의 무의식은 그 사안에 대해 고심할 시간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선택 과정에 무의식이 작동하게 하기 위한 전제는 무엇인가? 네덜란드 심리학자인 압 데이크스테르하위스는 우리가 문제점을 명확하게 의식적으로 정리하기 전까지는 무의식적 사고 과정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즉 우리가 마음속에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무의식적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무의식을 작용시키려면 의식적인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일시 멈춤과 브루잉 효과

예전부터 아이디어가 가장 잘 떠오르는 곳을 마상(馬上), 침상(枕上) 이라고 했다. 요즘으로 보면 운전 중이거나 자려고 누웠을 때나 샤워 중으로 보면 될 것 같은데, 이 공간들의 공통점은 '잠시 생각을 접어두기'와 같은 상태다. 즉 의도적으로 해결책이나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순간이다. 이렇듯 특정 주제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을 멈출 때 오히려 결정적 답이 떠오르는 현상을 브루잉 효과(Brewing effect)라고 한다. 이는 일시적인 내려놓기가 고정된 사고 패턴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관점을 얻게 해준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브루잉 과정은 사고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전반적인 사고 과정을 잠재의식 영역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잠재의식을 통해 기억 속에 저장해둔 관련 정보를 조합하고 '영감' 같은 사고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일컫는다. 이런 상태를 만드는 게 중간 휴식이다.


이렇듯 감정과 무의식이 행동과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활용한다면 우리는 더 좋은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최윤식 공동대표가 매일경제(이성으로 안 풀릴땐 '직관'을 믿어봐요 [트라이씨 기업심리학] - 매일경제 (mk.co.kr), 2024.06.13)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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