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 중 가장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 첫 번째로 꼽는 것이 회의다. 직장인들이 회의에 불만족하는 이유는 결론 없이 흐지부지 끝난다는 점과 상급자 위주로 수직적으로 이뤄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조직에서 회의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횟수나 시간 줄이기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시도의 효과를 높이려면 회의를 비생산적으로 만드는 심리 현상들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첫째는 동조 현상이다. 회의 장면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토론을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동조에는 정보신호와 사회적 압력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작동한다. 정보신호란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이 기준값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남들이 공개적으로 말한 정보(기준)에 따라가다 보니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특히 상급자의 의견은 구성원에게 더 큰 정보신호로 작용한다. 사회적 압력은 앞서 나온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내세우는 데 부담을 느끼게 되면,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침묵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비동조자보다 동조자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수용과 거부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가장 큰 보상이고 처벌이다. 진화의 역사에서 사회적 배제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동조는 집단에 순응하고자 하는 뿌리 깊은 유산이다.
둘째는 집단극화 현상이다.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논의한 결과 논의가 시작되기 전보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그들이 선호하던 방향으로 한층 극단화된 결론을 도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여러 사람이 집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집단 내 다양성을 억누르고 서로 다른 구성원들을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셋째, 일사불란하고 조용한 조직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다. '두려움 없는 조직'의 저자인 에이미 에드먼슨은 하버드의대 병원에 딸린 8개 병동을 대상으로 6개월간 면밀한 연구를 수행했다. 최고의 병동일수록 투약 실수가 적을 것이란 가설과 달리 최고라고 인정받는 병동일수록 투약 실수가 더 많다는 상식에 반하는 결과를 얻었다. 분석 결과 의료진이 자신의 실수를 겉으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상급자의 실수 지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연시하는 병동일수록 기록된 투약 실수 건수가 많았고 의료 과실이 적었다. 이는 실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그것을 통해 학습하려는 의료진의 자발적인 노력과 문화 때문이었다. 만약 조용하고 일사불란한 회의를 선호한다면 그것은 이견 제기와 실수를 통한 교정 작용이 발휘되지 못하도록 막는 장애물이 된다.
"실제 회의에서 나오는 이야기의 80% 이상은 들으나 마나 한 뻔한 얘기이거나 엉뚱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을 경청해야만 의미 있는 20%가 나올 수 있더라구요. 80%의 뻔한 이야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듣다 보니 의미 있는 이야기 비율이 점점 높아지더라고요."
회의에서 구성원 의견을 잘 듣는 것으로 알려진 어느 대기업 임원의 말이다.
직장인이 꼽는 비효율 1위 '회의'
상급자에 동조해야 하는 압박과
조직서 배제될 수있다는 우려에
뻔한 얘기만 오가고 생산성 낮아
회의 질 높이려면 리더 역할 중요
내가 정답이라는 오만 떨쳐내고
구성원들의 비판적인 사고 독려
허심탄회한 토론 분위기 조성을
회의를 하는 목적은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함인데 그러려면 리더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리더 자신의 에고를 조율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해야 하고,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이 인정받아야 하는, 이런 에고를 다스리려면 '내가 모든 답을 알고 있지는 않으며 내 말이 곧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리더가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 의견을 경청하려는 의지를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인 회의를 만들 수 있다. 또 리더가 진짜 호기심을 보인다면 기대하지 못한 무언가를 배울 가능성도 크다.
둘째, 토론 전 각자의 의견을 묻지 말아야 한다. 회의 때 "각자 돌아가면서 자기가 생각한 것을 말해봅시다" 하는 방식은 문제가 많다. 그 이유는 첫째, 의도적인 자기 검열 문제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걸 꺼린다. 그래서 남과 다른 의견이 있어도 침묵으로 동조하는 것이다. 둘째, 이 결과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정보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고 있는 정보만을 다루게 된다. 따라서 이런 말로 회의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회의 초반에 각자의 아이디어를 메모지에 기입하고 진행자 한 명이 모든 메모지를 종합해 읽는 것이 훨씬 낫다. 그다음 토론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판적 사고 독려하기다. 로마시대에는 전쟁에서 패했다는 소식을 가져온 전령을 죽이는 문화가 있었다. 불편한 소식을 꺼리는 인간의 본성에서 나온 결과다. 리더가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에 속지 않으려면 비판적 사고를 독려해야 한다. 숨은 프로필(hidden profile)은 집단이 내부적으로 얻을 수 있었지만 얻지 못한 정확한 정보를 가르키는 용어다. 이런 핵심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 집단은 논의 전보다 후에 훨씬 나쁜 선택지를 고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숨은 프로필이 계속 숨어 있는 것은 앞서 나온 정보신호와 사회적 압력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는 "내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말해주세요"라는 자세로 숨은 프로필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내 생각은 이런데 각자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얘기해보세요." 이렇게만 하지 않아도 회의의 수준과 논의의 질은 올라갈 것이다.
이 글은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최윤식박사가 매일경제("돌아가며 생각 말해봅시다" 했다간 회의 내내 부장님 비위맞춘 의견만 [트라이씨 기업심리학] -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