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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과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그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자주 마주하게 되는 장면이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과 문제점을 파악한 다음 경영층 보고를 할 때 나오는 멘트.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 회사에 즉시적용할 수 있는 벤치마킹 사례를 알려주세요. 구체적인 방법까지요."
그럴 때면 참 난감하다.
예를 들어 방송에 나오는 잉꼬부부의 행동을 우리 집에서 따라 했다간 욕먹기 십상이다.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세게 했더니, '그럴 돈 있으면 현금으로 줘라' '당신은 내 마음을 정말 모른다' 등 예상 밖 반응이 나오게 된다. 나는 방송에 나온 그 남편이 아니고, 내 아내는 그 여자가 아니다. 역사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
경영 컨설턴트 로버트 퀸이 '기업과 개인의 혁명적 생존전략'에서 언급한 내용도 동일하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벤치마킹 사례나 체크리스트를 달라고 하지만, 이것은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지금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곳에 이르기 위한 노력의 시작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것은 바로 배움에 관한 것입니다. 거기에는 딱히 비법이란 없습니다."
물론 성공 사례를 확인하는 것은 좋은 시도이다. 하지만 그건 참고용일 뿐, 내 것은 아니다. 벤치마킹의 역설은 사람과 역사가 관련된 사건은 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품은 복제할 수 있지만, 문화는 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만의 방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다음 3가지만 신경 써도 이전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이유를 분명히 하라
첫째,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하라. 누군가 조직문화를 진단한다면 그 이유를 물어라. 물론 '구성원들이 회사에 대해 가진 생각들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한 번 더 물어보자. 그걸 파악해서 뭘 하고 싶은 것인가? 우리 회사 점수를 타사와 비교하고 싶은 것인지, 점수 순으로 부서들을 줄 세우고 싶은 것인지, 상황이 안 좋은 부서를 찾아내서 개선하려는 것인지 말이다.
그럼 담당자는 지금 말한 내용들을 다 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제발 부탁인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에서 일타쌍피를 노리지 마라. 가장 중요한 하나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
사전에 파일럿 테스트를 하라
둘째, 본격 시행에 앞서 반드시 파일럿(사전)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파일럿을 해보면 미처 몰랐던 허점들이 나오게 된다. 그 제도를 만든 사람이 보기엔 너무 당연하게 여겨졌던 부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수 인력이 이탈하는 문제 때문에 에이스들을 특별 관리하려고 핵심 인재 제도를 만들었는데, 파일럿 없이 곧장 시행하고 나서 이탈이 더 심해진 경우도 있었다. 핵심 인재에 선발되지 못한 80%는 이탈할 명분이 더욱 커져 버렸고, 핵심 인재에 선발된 20%는 다른 회사에 제출할 이력서에 추가할 수 있는 멋진 한 줄이 생긴 것이다.
세상은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언제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그렇기에 파일럿을 해야 한다.
3년은 해보고 수정하라
셋째, 일단 시작했으면 3년은 해보고 나서 수정하는 것이다.
일 잘하는 사람은 사전에 고민을 많이 하되, 일단 시작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추진해 나가는 반면 일 못하는 사람은 사전에 별 고민 없이 시작해 놓고, 하는 과정에서 수시에 고치고 붙이는 일을 반복한다.
충분히 고민하고, 파일럿을 거쳤으면 그냥 가는 거다. 그렇게 3년 정도 지나고 나서 상황을 복기하며 수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상당수 회사들은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절차를 더 세분화하고, 항목을 계속 추가하고, 분량을 두 배로 만든다. 이렇듯 복잡하고 정교하게 개선했는데, 그 이후 효과는 반감되기 시작한다. 개선의 핵심은 일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쉽게 남이 만든 성공의 길을 따라가면 나만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술책을 부리려 하지 말고 솔직한 자신이 되어야 한다. 단언컨대 짝퉁은 절대로 진짜를 이길 수 없다."
축구 감독 조제 모리뉴(Jose Mourinho)의 이야기다.
이 글은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김도환박사가 매일경제(벤치마킹은 힌트만 줄 뿐 … 정답은 내가 찾아야 한다 [트라이씨 기업심리학] -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