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심리#35.칭찬과 비판엔 '조삼모사' 법칙 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장자'의 제물론 편에 나오는 말인데, 원숭이 사육자가 원숭이들에게 도토리 먹이를 아침에 셋, 저녁에 넷을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그러자 반대로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을 주겠다고 하니까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는 이야기다. 조삼모사는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고 눈앞의 차이에 속아 넘어가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뜻이다. 하지만 심리학자 입장에서 보자면 똑같이 7개이지만, 그것을 어떤 순서로 배분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상당히 크다.


결과가 같아도 순서가 중요하다

친구들과의 골프 라운드를 예로 들어보자. 첫 홀 더블보기로 시작해서 마지막 홀 버디로 마치고 80타를 친 것과 첫 홀 버디로 시작했으나 마지막 홀 더블보기로 마치면서 80타를 친 것은 기분이 같을까, 다를까? 조삼모사의 고사를 떠올리면 결과가 같으므로 차이가 없어야 되는데, 과연 그럴까?


사람들은 긍정적 정보 1단위와 부정적 정보 1단위를 동등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오랜 인류의 생활에서 생존이 인간에게는 가장 중요한 본능이었으므로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진화론적으로 적응하는 데 유리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정적 정보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잘 기억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에 더 가중치를 부여해서 부각시킨다. 사람들은 부정성에 더 많은 지배를 받는다.


부정성 지배가 가져온 또 다른 측면은 손실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주식 투자에서 100만원의 손실을 본 사람은 다음번 주식 투자에서 얼마의 이득을 얻어야 손실이 만회됐다고 생각할까. 여기서 만회는 금전적 만회가 아닌 심리적 만회를 말한다. 2002년 심리학자로서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 200만원 이상을 얻어야 손실이 만회됐다고 느낀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해에 두 배 이상의 비중을 둔다. 사람들은 이득(긍정)과 손실(부정)을 동등하게 수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긍정과 부정이 어떻게 배열되는지가 인간 심리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부정과 긍정의 시소게임, 어느 것 먼저 할까

우리의 일상은 긍정적인 사건(일)과 부정적인 사건(일)들이 뒤섞여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을 먼저하고 어떤 일을 나중에 하는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가 우리의 심리적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인 생각은 마음에 드는 일(긍정)을 먼저 하고 나중에 여력이 있을 때 불편한 (부정)일을 처리하려 한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 결과는 먼저 힘들고 어려운 일을 처리하고, 즐겁고 의미 있는 일로 마무리하라는 것이다. 끝날 때 느낀 정서가 전체 경험에 대한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간은 부정적 정보에 강한 반응
괴로운 경험은 한번에 겪게하고
즐겁고 의미있는일로 마무리해야
전체 경험을 긍정적으로 인식해
직원에 피드백 줄때도 순서 중요
먼저 부정적 의견부터 전달하고
긍정적 평가해줘야 더 오래 기억



즐거움 늘리고 괴로움을 줄이는 법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경험 시에는 중간에 자주 쉬려 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할 때는 중간에 교란이나 방해가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은 중간에 아무런 중단없이 단번에 겪는 것이 덜 고통스럽고, 즐거운 경험의 경우 중간에 쉬어주는 편이 더 즐거울 수 있다. 내키지 않은 집안일을 나누어서 처리하는 것과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심신의 건강에 좋겠는가. 부정적 사건을 몰아서 하라는 이유는 어떤 경험이 중간에 끊어지면 그 경험에 적응하기까지의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리게 되기 때문이다. 소비를 줄여야 할 때도 서서히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줄여야 한다. 처음에 느끼는 상실감과 고통은 매우 크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통의 크기는 최소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과 부정의 피드백 주는 순서

많은 조직에서 리더와 구성원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고 이의 일환으로 구성원에게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리더들이 구성원에게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을 동시에 제공해야 할 때 어떤 방식으로 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인간은 긍정적 정보와 부정적 정보를 동등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부정성 지배처럼 부정적 피드백에 과도하게 신경을 곤두세운다. 사람들은 심지어 빈말이거나 아첨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했어도 칭찬은 무의식적으로 수용한다. 반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 정보(피드백)는 칭찬보다 훨씬 더 면밀하게 검토하고 꼼꼼하게 따져서 듣는다. 그래서 긍정적 의견과 부정적 의견을 함께 제시할 때는 순서가 중요하다.


부정적 피드백 먼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먼저 칭찬하고 나중에 나쁜 소식을 전달하는 방식, 즉 긍정 후 부정은 좋지 않다. 이유는 역행 간섭(retro active interference)으로 최근 정보가 이전 정보를 간섭하는 것이다. 우리는 비판을 듣기 전에 무슨 말을 들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부정적 의견을 듣는 데 많은 에너지와 신경을 쏟아서 우리 뇌가 그전의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이동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정과 긍정의 피드백을 동시에 전달할 때에는 먼저 부정적 피드백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유는 순향 증강(proactive enhancement)으로 부정적 사건을 접한 후에 우리의 기억력은 실제로 향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칭찬한 후 비판하고 다시 칭찬하는 '샌드위치식 비판'은 효과가 더 떨어진다. 사람들에게 조종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이 원리는 똑같이 적용된다. 먼저 긍정 이후 부정(손실조건)은 처음부터 일관된 부정 조건보다 더 안 좋다. 반대로 처음 몇 번 부정 이후 계속 긍정인 경우(이득조건)는 일관되게 긍정인 조건보다 더 좋다. 나는 지금 손실과 이득 중 어떤 관계를 더 많이 맺고 있는가.



이 글은 저자가 속한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최윤식박사가 매일경제("김대리, 그래도 잘했어"…칭찬과 비판엔 '조삼모사' 법칙 있다 [트라이씨 기업심리학] - 매일경제)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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