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서 생산성에 엄청난 증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느 대기업 임원의 말이다. 많은 조직이 AI를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필요한 자료를 효율적으로 모으고, 보고서를 더 빨리 쓰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이로운 변화의 이면에 예상치 못했던 문제도 있다. "과제를 받으면 챗GPT를 먼저 돌리다 보니 직원들이 고민을 덜하게 되고, 자기가 쓴 보고서에 대해 질문을 해도 답을 못하는 경우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AI가 우리의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는 만큼 리더십도 변화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I가 속도를 높이고 정보와 지식을 확장한다면 리더는 판단과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통찰·질문·관계'를 책임져야 한다.
첫째, 관점과 의도를 명확히 하는 리더
AI가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의사결정을 돕지만, 그것들의 전략적 함의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AI는 여전히 연산 중심이어서 방향성이나 가치 판단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격동과 혼란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좋은 판단과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왜 중요한가' '의도와 배경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와 같은 관점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또 조직문화, 감정, 인간 동기 등 AI가 놓치는 비가시적 요소들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또 AI가 제공하는 자료나 권고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면 인지적 편향이나 과잉 확신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 결과 맥락을 놓치고 조직 방향성과 연계되지 않을 위험이 증가한다. 이런 오류를 줄일 수 있는 것이 리더의 통찰력이자 맥락 해석 능력이다. 리더의 이런 능력은 단순히 '무엇을 할까' 또는 '어떤 방법을 선택할까'의 수준을 넘어 현장의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것, 목적과 방향을 중심에 놓고 대안을 탐색하는 것, 기회와 위험 요인을 평가하는 것 등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깊게 관련돼 조직의 방향과 구성원의 반응을 좌우한다. AI의 진화가 정보와 지식을 확장하고 있는 시대에 리더는 관점을 가지고 AI가 제공하는 정보에 맥락과 방향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좋은 질문을 던지는 리더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대신 쓰며, 해결 방법에 대한 조언까지 건네지만,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한 가지는 스스로 할 수 없다. 바로 '무엇을 알고 싶은가' '무엇을 묻는가'를 정하는 일이다. AI는 답을 만들어내는 도구이지, 문제를 정의하는 도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AI의 답은 언제나 질문의 품질에 비례한다. 모호한 질문에는 평범한 답이 돌아오고, 깊이 있는 질문에는 통찰이 따라온다.
이런 기제는 구성원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질문은 사고를 자극하고, 관점을 확장시키며, 조직의 집단지성을 깨운다. 여러 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가르치고 설득하는' 방식보다 '질문하고 듣는' 방식이 구성원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자기주도성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이유는 질문은 수동적인 수용자에서 사고하는 주체로 입장을 변화시켜 '왜' '어떻게'와 같은 사고의 흐름을 자극하고, 구성원이 스스로 답을 탐색하게 함으로써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이기 때문이다. 또 질문은 지시보다 내부 동기를 자극할 가능성이 커서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표현하게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은 자신이 중요한 대화 파트너라는 느낌을 경험해 성취감과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러려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전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최근 국내 기업에서 강조되고 있는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조직문화가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리더의 좋은 질문과 구성원의 주도적 탐색은 모두의 성장을 자극하고, 조직의 에너지를 모으는 심리적 나침반이 되기 때문이다.
AI시대 리더의 덕목은
연산에 최적화 된 AI도입
업무속도·효율 높이지만
가치판단·의미 제시 못해
AI 답변 맹목적 수용땐
인지편향 빠질 가능성도
오류 줄이는게 리더 역할
셋째, 일의 의미를 부여하는 리더
AI가 일의 '방법'을 제공했다면 리더는 일의 '의미'를 제공해야 한다. 의미부여란 자신의 일의 가치, 중요성 또는 더 높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을 말하는데, AI는 업무 수행의 효율은 높여주지만 "왜 이 일을 하는가" "이 일이 어떤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답은 인간만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AI가 일의 영역에 더 많이 도입될수록 "내 일이 왜 필요한가?" "내 일은 무엇에 기여하는가?"와 같은 정체성 위기와 역할 혼란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 일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미래를 재해석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리더가 제공하는 해석의 틀은 단순한 설명을 넘어 구성원 전체의 사고방식과 행동 방향을 결정짓는 심리적 기준점으로 작용하는데, 특히 젊은 직원들에게는 리더의 해석과 의미구성의 영향력이 더욱 크다. 따라서 리더는 AI 도입 과정에서 단순히 효율이나 생산성만 강조하기보다 구성원이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 "나도 성장하고 조직의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설명하고 구성원들이 새로운 맥락에서 방향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의미 생성자, 의미 안내자가 돼야 한다.
넷째, 공감과 소통, 조율하는 리더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과정이다. 그리고 AI의 놀라운 진화에 따라 리더로서 업무 맥락이나 역할 행동은 달라지더라도 리더십의 본질은 달라질 수 없다. 리더십은 기본적으로 타인과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의 연구나 현장에서 경험들도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방향 제시, 조정, 의사소통, 해석, 공감, 협업 같은 인간 활동임을 보여준다. 또 AI와 리더십에 대한 최근 연구들도 AI가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이런 인간적 측면을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오히려 기술의 발달이 일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만드는 상황일수록 인간적 측면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AI 기술 진화에 발맞춰 인간 지능과 리더십 역시 진화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리더십마저도 AI가 대체하는 시절이 올 수도 있다.
이 글은 저자가 매일경제신문(리더십마저 AI에 내줄라…방향·전략 제시하는 리더 돼야 [트라이씨 기업심리학] -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