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심리#37.할수록 역효과 나는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에, 많은 구성원들은 여전히 이를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로 느낀다. 경영학의 선구자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약 60% 정도는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장면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그 중에서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자주 쓰는 표현 중 다음의 세 가지는 사용할수록 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상황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내 그럴줄 알았어”


사람들은 각종 사고나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큰 사건이 발생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나 팀이 실수하거나 패배했을 때,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각종 사건과 불미스러운 일로 언론에 오르내릴 때 “내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한다. “내 그럴 줄 알았어”는 심리학에서 사후확신편향(hindsight bias)으로 정의된다. 이는 일단 어떤 사건의 결과를 알고 나면, 마치 그 일이 결국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여기는 심리를 말한다. 실제로는 결과를 알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예견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말을 가족이나 동료 등 가까운 사이에 사용할 때 발생한다. 주위 사람이 뭔가 부정적인 결과를 얻었을 때 “내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을 사용하면 듣는 사람은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들까? 실제로 사람들의 반응을 조사해 보니 ‘기분 나쁘다’, ‘의욕을 꺾고 위축시킨다’, ‘나를 못 믿는구나, 나를 안 믿었구나 하는 억울함이 든다’, ‘그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말해주지 왜 끝난 다음에…’,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이다’, ‘자기 잘난체 하면서 굉장히 효율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말이다’ 등 부정적 반응 일색이었다.


그렇다면 이 말을 하게 되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자신의 안목이나 예견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이다. 나는 알고 있었는데 상대방은 모르는 것이 당연했을 거라는 자기 과시의 무의식적 산물이다. 인간은 긍정적 단서보다 부정적 단서에 훨씬 민감하다. 그래서 만일의 경우 벌어질지도 모르는 부정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부정적 결과가 나오고 나면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거기에 맞춰 합리화하는 것이다. 즉 자기의 과신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새로운 정보의 획득에 의한 인지 재구축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징조나 단서 같은 것들을 사건 이후 더 쉽게 알 수 있는데, 이것이 결과 판단에 연결되어서 원인과 결과에 대한 그럴듯한 논리가 만들어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원래 그렇게 생각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셋째는, 설명을 통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나면 그 일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우리의 뇌는 과거, 현재, 미래의 상황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해 돌아가는 유기적인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내 그럴 줄 알았다”라는 설명은 인간의 통제감과 자기만족으로 이어진다. 뭔가를 통제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말을 자주 쓰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상대방은 “또 그 말할 줄 알았어. 내 그럴줄 알았어.”라고 반응하면서 당신과 거리를 두거나 대화를 꺼리는 역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시험이 내일인데, 공부를 안 해서 큰일이네”


학창 시절 시험 전날 꼭 이런 말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호감이었을까? 비호감이었을까? 또 친구들과 게임을 앞두고 있는데 “요즘 연습을 안 해서 실력이 나올지 모르겠네”라는 말도 자주 듣는 표현이다. 이런 말의 의도는 자기가 어떤 일을 하는데 불리하게 작용하는 여건(구실) 쪽으로 상대방의 주의를 이끌어서, 혹시 실패했을 경우 그 원인을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불리한 여건(구실)로 돌리기 위한 것이다. 만약 성공하면 더 멋져 보이고 좋은 것이고, 실패해도 핑계를 댈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자기 열등화(Self handcapping) 전략 혹은 구실 만들기 전략이라고 한다. 의도는 자신이 보기보다 수준이 높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이 전략은 남들이 우리의 성과를 평가하려는 기준에 영향을 줌으로써 그들이 우리에게 받는 인상을 관리하려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한 이후 실패의 경우에도 스스로의 능력 부족보다 구실 탓을 할 수 있고, 뜻밖에 성공한 경우 자기의 자존심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전략은 효과가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자기 열등화 전략은 상대방에게서 의도한 효과를 낳지 못한다. 상대방은 거짓 변명을 간파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대부분 속이 뻔히 보이는 자기 연출 책략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 방법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과제 수행력도 떨어지고 자존심도 결국 낮아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자기가 아는 유명인 이름을 자꾸 거론하면서 자신의 수준이나 영향력을 높게 보이려는 시도도 자기 열등화 전략의 또 다른 모습이다. 역시 이 방법도 별 효과가 없다.



“내 의도는 아니지만, 내 그럴 뜻이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실수했을 때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 진정한 사과인지, 마지못해 등 떠밀려 하는 사과인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사과조차도 자기 방어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본의 아니게” “그럴 뜻은 없었지만”“억울하다. 안타깝다, 유감이다”“앞으로는 신중하게”등의 문구를 덧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자기 방어적인 표현들을 사용할수록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해결보다 책임소재 규명이나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까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이기에 ‘자기 책임’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불편한 상황에서의 솔직한 사과와 책임 수용은 화자의 인격을 드러내는 훌륭한 증거가 된다. 아울러 인간은 약간의 결점을 가진 사람을 더욱 좋아한다. 실수효과(Pratfall effect)가 말해주는 것은 지위가 높고 능력이 많을수록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지만, 결점이 있다는 증거가 매력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라는 말을 하면 할수록 타인들은 당신의 솔직하지 못한 의도 더 많이 알아차리게 된다.


모든 말에는 의도와 감정이 담겨져 있다. 사람들은 텍스트보다 의도와 감정에 더 잘 반응한다. 우리가 진정한 의도와 감정을 텍스트에 잘 담아서 전달할 때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저자가 속한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최윤식 공동대표가 매일경제([트라이씨 직장인 심리학] 할수록 역효과 나는 커뮤니케이션 -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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