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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 Sep 03. 2019

브런치북으로 발간하며

과연 오리지널 초판이 될 것인가

  화요일


  지난주까지만 해도 혼자 정한 마감 요일이라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날이었는데 이제 다 썼으니 오늘은 그동안의 글들을 브런치북으로 묶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뭔가 책 한 권이 또 나온 듯한 신기한 기분이라 내친김에 실물 책 출간 과정에 대해서도 간단히 (물론 매우 긴 글이 될 수 있겠지만) 이야기 드려 볼까 합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서.


  단도직입적으로 핵심은 이건데요. 어떤 원고가 출판이 결정되면 이제 그것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작업이 됩니다. 관련되는 사람들을 쭉 나열해 보면 일단 작가, 편집자, 북 디자이너, 거기에 표지나 내지 일러스트 작가(이분들은 섭외), 글자들을 교정지에 얹어 주시는 조판자, 인쇄해 주시는 분들, 홍보, 영업해 주시는 분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제작비를 대는 대표님 혹은 사장님이 있으시겠네요. 이 많은 분들 중에 실제 글의 변화에 가장 관여를 많이 하게 되는 사람이 바로 앞의 세 명, ‘작가와 편집자, 북 디자이너’입니다.

  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쏟아지는 책들 사이에서 적어도 한 번 펼쳐 볼 만하게, 조금이라도 매력적인 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합니다. 일단 제 책의 첫 출간 회의에서는 원고를 추가해 보기로 결정해서 이후 다섯 편 정도를 더 썼고 (이때 창작의 고통을 매우 크게 느낌. 뭔가 짜내는 기분이) 이전 것들과 합쳐 뺄 것들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목차도 현재의 순서에 이르기까지 몇 번이나 바꿔 봤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저자 이름마저 고민을. 인상적인 필명을 쓰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본명 그대로 가기로 하고 성을 뗐다 붙였다 하고요. 제목도 아시죠? 거의 인쇄 직전까지 고민했네요. 그 사이 디자이너 분은 표지 콘셉트 함께 정해서 일러스트 작가 분 섭외하고 내지는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고요. 사실 제 첫 책이 빨간색이 될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조차 못했어요.

  원고 또한 작가와 편집자가 몇 차례 교정지 교환을 거치면서(작가가 고치면 조판자가 수정 내용 교정지에 반영, 다시 그것을 편집자가 보고 작가에게 전달의 반복) 최종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단락은 통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순서가 바뀌기도 하고, 없던 내용이 새로 들어가기도 하고요. 물론 그 과정에서 글을 주도적으로 고치고 다시 쓰고 하는 것은 여전히 작가의 몫이지만 편집자는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계속 지켜보고 지속적으로 수정 방향을 제안합니다. 즉 편집자는 원고에서 단순히 오탈자 띄어쓰기 등만 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지요. 대부분 이 과정을 많이 모르시는 것 같더라고요. 왜 내 원고를 고치려 하냐며 당황하시거나 속상해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만큼 작가와 편집자의 합은 출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우리 편집자님이랑 작업 참 좋았는데 아마 편집자님은 제가 끝까지 고치려 들어서 좀 힘드셨을 거예요.(엉엉) 사실 글도 너무 고쳐도 처음의 생생한 맛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도 지켜보고 조정해 주는 것이 바로 편집자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나온 형식인 브런치북은 카피부터 이 과정들과는 뭔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네요. ‘기획부터 발간까지 오리지널 초판 브런치북’ 즉 작가가 모든 것을 다 한 새로운 형태의 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발간 전에 퇴고 욕구가 살짝 고개를 들기는 했지만 저도 그냥 처음 상태 그대로 묶었어요. 책 이름도, 목차도, 구성도, 온전히 제 마음대로, 심지어 표지 사진도 내지 사진도 제가 찍은 것들로 구성해 보는 과정은 분명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만약 실물 책으로 나온다면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모르겠네요. 과연 결국에는 이것이 어찌 될 것인지 저도 많이 궁금합니다.


  참, 앞으로 이리 긴 글을 쓰고 싶을 때는 이제 브런치에다 쓰려고요. 인별은 사실 사진 공유를 위한 SNS인데 전 너무 제 마음대로 쓰고 있었어요. 새 브런치 매거진 이름도 정했답니다.

긴 글이 고플 때


매일의 이야기는 @some_daisy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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