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마음이 심란할 때면 새로운 책을 보며 다른 관점의 이들을 찾아 생각 여행을 한다. 지금은 책상과 머물수있는 공간이 있다. 늘 책방아저씨나 책을 파는 가게의 분들께 감사하다. 나를 차분하게 다독여주는 분들이라서. 언젠가부터 집 아래의 서점이 없어지고 나서야 나는 그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 공부 수준이 너무 창피해서 택배로 책을 샀다. 주로 나보다 낮은 학년의 것들이었다.
어린시절, 나는 독서를 하는 법을 몰랐다. 잔뜩 책을 사와도 글이 안 읽혀서 속도가 나지 않았다. 중학교 교과서는 그림이 많아서 그럭저럭 이해가 되었지만 고등학교 때는 글이 많고 분량이 많아 독해의 문턱을 넘기 힘들었다.차분하게 돌아보면 나는 지식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내가 이걸 다 습득해야지 하며 활자를 외우겠다고 덤벼들었었다.
처음에는 교과서를 쓰는 친구를 보고 활자를 모두 써가면서 공부를 했다. 손만 아팠다. 정석도 한 과당 20-30번 예제까지 다 썼었다. 아무도 공부법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없어서 나는 책이란 책을 다 뒤지며 사례를 찾아 나에게 적용했다. 주로 사시보는 사람들의 책, 인터넷 합격 후기 등이었다. 책을 인덱스 하는 것까진 괜찮았다. 나는 따라 하면 할 수 있겠는데, 하며 욕심을 부렸다. 그런데 내가 난독증인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공부방법을 남들과 다르게 바꿨다. 보고 듣고 말하고였다. 시력이 나쁘지만 눈으로 보는 그림은 “시간을 들이면” 모두 외웠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외우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땅바닥이나 핸드폰을 보고 걷는다. 사람이 힘들어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말로 내뱉은 것은 그 날의 감정들이 떠오르게 한다. 그때 누가 무슨 말 했지 하며 되짚기가 가능하다 .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줄 알았다. 아이큐 120이 넘으면 측정해도 필요가 없다고 누군가 그러셨기에 나는 보통의 삶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후 사람들은 나에게 얼마나 기억하나를 궁금해 하니까 외려 피곤하기도 하고, 요새는 나이가 먹으니 까먹는다. 모르는 척 하는 게 더 낫다. 그때는 남들이 싫어하는 지리를 배우고 국사, 근현대사, 세계사, 윤리 등을 선택하며 사탐과목은 교과서만 봐도 문제풀이 없이 1-2등급이 나왔다. 문제의 목적이 무엇인지 아니까. 무리없이 원하는 길로 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근데, 또 문제점이 있었다. 시간 압박을 못 견디는 것이다. 여러번 눈알을 굴려 글을 읽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고 나 자신을 믿는 자신감이 부족했다고 나는 나를 이제서야 이해한다.
사회인이 되어서는 고등학교때처럼 공부하는 것이 더이상 통용 될 수 없었다. 수 많은 시험들이 시간압박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졸라매는 압박감을 해결하기 위해 청보라색 작은 모래시계를 샀다. 덕분에 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져도 나는 어느새 1시간, 2시간 읽기를 쌓아갈 수 있었다. 가끔 이해가 잘 되지 않으면 말을 해서 녹음해 귀로 듣는다. 그러면 내가 선생님인 것 처럼 생각이 되고, 출제자의 문제 의도를 볼 수가 있다. 너 어디 떨어져봐라 하는 시험은 세상에 없다. 그저 낯설어서 그럴 뿐이지. 이는 시험을 치르는 목적 또한 불순하지 않도록 해 준다. 항상 지금도 내가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여담이지만 지금 글로 쓰는 것도 시간압박이 없어 쓸 수 있는 것이다. 월요일이 막상 되면 뭐쓰지 하다가 주변에 있는 신변잡기적인 일들로 열심히 닭발을 움직여 글을 쓴다. 그냥 내키는 대로 말이 되는대로 올리는 건데 좋아해주시니 고맙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