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글입니다. 푹 쉬고 오니까 다시 달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밥을 지을 때 청수를 낸다. 4-5번 씻으면 그제서야 맑은 물이 나온다. 손틈새로 빠져나가는 갓 도정된 쌀을 씻을 때면 보들보들 아기 살 같다. 귀리도 넣고 병아리콩도 넣고, 맛난 밥은 밥통에 넣어 50분이 채 안되어서 지어진다. 푹푹 들어가는 주걱을 휘이 젓으며 한 김 날리고, 밥그릇을 가져와 꾹꾹 눌러 담는다. 왜냐하면 누구 입에 들어가려나 싶을 정도로 우리집 밥공기는 작기 때문이다. 욕심껏 먹으려다보니 1주걱이 마치 밥솥 1/4같다.
나는 밥솥이 좋아서 밥이 잘 지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기계의 도움도 있다. 쌀도 좋아야 하고, 물의 양도 잘 맞아야 하고, 타이밍도 잘 맞아야 한다. 밥을 짓고 빨리 주걱을 놀려야 밥이 떡이 안되니까. 취사완료했다는 목소리가 나올 때면 조건반사적으로 뛰어나간다. 밥 잘 됐나, 저어야지 하면서 즐겁기만 하다.
폭, 숟가락으로 한입 떠 넣는다. 끈끈한 밥알은 한국인의 정같다. 이렇게 입에 착 달라붙는 쌀은 한국밖에 없다던가? 잘 모르겠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정이라는 게 있는지. 둘이 먹다 둘 다 눌러앉는게 요놈의 밥 때문일까. 저 멀리 타국의 사람이 인고없이 와서 사람을 구한다.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일을 했던, 과거는 과거다. 그래도 좋다. 한국말만 하면 한국사람이니까. 한국을 위해 일하면 한국사람이니까. 그게 족보로 이어진 가족이 아니어도, 새로운 성씨가 만들어지는 요상한 힘, 이놈의 정 때문에 못가는 이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냥 모르는 척 빈 그릇에 자신의 밥을 담아 쓱 내미는 아비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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