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을 넣은 명란 오일 파스타
3년 전 입시 시험을 치르고 난 후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나와 엄마는 혜화역으로 향했다. 요즘 맛집은 인스타그램으로 찾아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 날이었다. 가게로 가는 도중 이 벤치에서 누구와 이야기를 했고 또 저 장소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엄마는 자신의 대학 시절을 전부 기억하고 계셨다.
그렇다면 나는 그날 긴 웨이팅을 기다려가면서 먹었던 한 가게의 파스타를 기억할 것이다. 파스타에 무슨 애호박이야, 라는 생각이 무색할 만큼 애호박은 면 사이사이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씹을수록 달큰한 맛이 우러났고 밋밋할 수 있는 식감에 아삭함을 더했다. 뒤에 고소하게 올라오는 명란젓과도 무척 잘 어우러졌다. 호들갑을 떨면서 먹었던 파스타 한 그릇에 그날 자리에 없던 남동생과 아빠는 평생 알 수 없을, 나와 엄마만의 작은 연대감(?)이 생겼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그 후 집에서 종종 명란젓을 넣은 파스타를 해 먹는다. 올리브 오일을 넉넉하게 두른 팬에 채 썬 애호박을 볶다가 삶은 면을 넣고 껍질을 제거한 명란젓은 마지막에 넣는다. 그래야 수천 개의 알들이 사방으로 튀는 걸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다. 명란젓 하나를 통째로 넣으면 마지막에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애호박에(집에 마늘이 있어서 그냥 넣어버린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애매하게 남은 양파도 넣어 봤는데 괜찮았다.) 살짝 소금간만 해주자.
엄마는 가끔 내 앞에 앉아서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한입 드신다. 맛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으신다.
그때 그 집 진짜 맛있었는데, 그치? 또 갈까? 별로 안 멀어.
지하철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걸 싫어하는 엄마를 보면서 하루빨리 운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주 아니더라도 적지는 않을 만큼, 기억에 남을만한 곳을 함께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