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그녀가 물었다. 창밖으로 흩날리던 가을 잎이 그녀의 말에 맞춰 가볍게 흔들렸다. 나는 잠시 멈칫했다. 그 물음은 내게 아주 낯선 질문이었다.
나는 평생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사람도, 감정도, 세월도 모두 변한다고 믿었다. 어린 시절부터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여길 정도로 냉정하게 생각해 왔다. 내가 알던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흐릿해지고, 결국엔 사라져 버리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녀와의 시간을 쌓아갈수록,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겨울부터 지난 계절들까지, 그녀와 함께한 순간들이 마치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처럼 선명했다. 변하지 않는 것이란 없다고 단정 지었던 내가, 그녀에게는 어쩐지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어졌다.
그날 이후, 그녀의 말이 머릿속에 자꾸만 맴돌았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문득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조금 달라 보였다. 가볍게 살아가던 내가, 어쩐지 묵직한 책임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에게, 그리고 우리 사이에 어떤 모습으로 남고 싶은지 고민하게 되었다.
다음날, 우리는 공원을 걸었다. 그녀가 좋아하던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벤치에 앉아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는 무심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고, 나는 무심하게 웃으며 말했다.
“변하지 않는 건 없다고 생각해. 사람도, 마음도, 다 변할 수밖에 없잖아.”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나는 가만히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그래도,” 내가 말을 이었다. “너에겐…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나도 몰랐다. 언제부터였을까. 사랑은 변한다고 철저히 믿어왔던 내가, 그녀를 위해서라면 변하지 않는 마음을 지키고 싶어졌다. 그녀가 언젠가 나를 떠나더라도, 그 순간까지 이 마음만큼은 그대로 두고 싶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을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흔들었고, 나는 그 순간을 마음에 새겼다. 어쩌면 그녀와 함께 있는 지금이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를 향한 내 마음만큼은 끝까지 변하지 않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