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때, ‘역광’이라는 단어는 자주 등장한다. 역광은 사물이나 인물 뒤에서 강하게 비춰지는 빛을 말한다. 역광이 강하면, 사물은 어둡게 드리워지고, 윤곽만 흐릿하게 드러난다. 마치 그림자 같은 모습으로 대상이 숨겨지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 순간 선택해야 한다. 초점을 빛에 맞출 것인지, 아니면 빛을 배제하고 사물에 맞출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사진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빛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인물이나 사물은 어둠 속으로 숨어 버린다. 그 대신 빛의 찬란함과 빛나는 주변부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반대로, 인물에 초점을 맞추면 배경의 역광은 흐릿하게 사라지고, 인물이 환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역광 속에서는 무엇을 중심으로 삼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 현상을 보며, 나는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매일같이 무엇인가를 선택하며 살아간다. 무엇에 집중할지, 무엇을 우선시할지. 그 선택은 우리의 시야를 크게 좌우한다. 역광 속에서 빛을 바라보는 사람은 빛의 찬란함에 매료될 수 있지만, 그 순간 인물과 사물은 희미해진다. 반대로, 빛을 등지고 사물에 집중하는 사람은 그 사물을 명확히 보지만, 그 뒤에서 비추는 환한 배경의 아름다움은 놓칠지도 모른다.
사진을 찍는 과정은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선택의 연속이다. 초점, 노출, 밝기. 작은 조정 하나가 전체적인 이미지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우리가 어떤 순간을 기억하느냐, 무엇을 놓치느냐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빛과 어둠, 배경과 초점. 우리는 그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역광은 빛이 대상 뒤에서 카메라로 들어오는 각도 때문에 발생한다. 이때 빛의 강도가 너무 강하면, 카메라는 이를 정확히 처리하지 못하고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인간의 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너무 밝은 빛을 보면 순간적으로 사물이 보이지 않는다. 눈이 빛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어둡고 희미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역광이 주는 시각적 효과는 단순히 방해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역광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예술가들은 역광을 자주 활용한다. 빛의 대비 속에서 사물의 형태가 드러나고, 인물이 빛과 어둠 사이에 놓이는 순간이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역광은 사물을 단순히 밝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 속에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불확실함과 감추어진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삶에서도 우리는 종종 역광 속에 선다. 어떤 선택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볼지 고민하게 된다. 실패와 좌절로 어둡게 보이는 날에도, 그 배경에는 어딘가에서 빛이 비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반대로, 빛만을 좇아가다 보면 눈앞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칠 수도 있다. 이처럼 역광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내가 역광 속에서 배운 것은 단순하다. 모든 것을 동시에 잡으려 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빛의 찬란함을 선택해도 좋고, 때로는 어둠 속 사물에 집중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무엇이든, 그것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남길지 생각하는 것이다.
삶의 모든 순간이 역광과 같다.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선택을 반복한다. 빛이 너무 강해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어둠이 너무 짙어 놓치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런 선택들 속에서 우리의 기억과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마치 사진 한 장 한 장이 쌓여 앨범이 되듯이.
역광 속에서 무언가를 바라볼 때, 나는 내 시야를 정리하고, 내 마음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지 고민한다. 그리고 그 초점은 나의 삶을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그렇게 선택한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결국, 역광은 어둠을 만들어내는 빛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밝음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풍경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