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나는 잠들지 못한 채 이 글을 쓰고 있다. 새해 첫날의 차가운 공기가 아직 방 안에 스며들어 있는 것만 같다. 새해는 축하와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이라지만, 나에게는 익숙한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시간일 뿐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종종 생각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당연함’으로 여길까. 익숙한 풍경,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온기. 그것들이 얼마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를 깨닫기 전까지는 그 당연함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녀와 나는 매년 새해를 함께 맞이했다. 찬바람을 맞으며 손을 잡고 걸었던 기억, 새해 소원을 나누며 웃던 순간들은 너무나 선명하다. “내년에도 똑같이, 또 그다음에도.” 서로가 곁에 있을 거라는 믿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쌓여가던 익숙함은 내 삶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익숙함은 언제나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내 곁에 없었다. 함께 걸었던 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더 이상 그 길이 똑같아 보이지 않았다. 익숙했던 거리와 풍경은 낯선 공기로 변했고, 그 변화는 나를 매일같이 흔들었다. 익숙함이 깨진다는 것은 단지 누군가가 사라지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시간과 공간들이 한순간에 낯설어지는 경험이기도 하다.
그녀가 없는 첫 새해를 맞던 날, 나는 한참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거리를 걸어도 모든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고, 환호와 웃음소리가 오히려 불편하게 들렸다. 내가 알고 있던 모든 풍경이 변해버린 듯했다. 그 낯설음 속에서 무언가를 붙잡으려 애쓰던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시간은 흘렀다. 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부재는 조금씩 내 일상이 되었다. 처음엔 그 공백이 견디기 힘들었지만,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익숙했던 기억들이 서서히 흐릿해졌다. 익숙했던 것들은 어느새 잔잔한 그림자가 되었고, 그 낯설음조차 무뎌졌다.
올해도 새해가 시작되었다. 나는 여전히 그녀를 떠올린다.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이제는 그 기억이 나를 아프게 하지는 않는다. 불꽃놀이가 터지고,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잠깐 스쳐가는 바람처럼 그녀와의 새해를 떠올린다. 함께했던 순간은 더 이상 내 마음을 흔들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마음 한편에 남아 있을 뿐이다.
새벽이 깊어가는 이 순간, 나는 그녀에게 조용히 마음속으로 인사를 건넨다. 익숙함 속에서 사랑했던 그녀에게, 그리고 그 익숙함을 이제 떠나보낸 내게.
“해피 뉴 이어, 그리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