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다울 수 있는 사람

by someformoflove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외모가 마음에 들어서, 성격이 잘 맞아서, 혹은 같은 취미를 공유해서. 하지만 그런 이유들은 사실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 가장 깊은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외모도 성격도 이상형이라고 느꼈다. 조용한 성격,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 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할 것 같은 분위기. 이상형이니 자연스레 마음이 갔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내가 그녀를 정말로 사랑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항상 관계 속에서 ‘누군가의 나’로 존재해 왔다. 누군가의 동료, 친구, 가족. 관계는 나를 규정짓는 동시에 나를 감추게 했다. 내가 해야 할 역할 속에서 내 진짜 모습은 점점 희미해졌고, 상대방이 나를 기대하는 모습으로 맞춰 살아갔다. 그게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녀 앞에서는 달랐다. 설명하지 않아도 됐고, 꾸미지 않아도 됐다. 그녀와 있을 때는 나 자신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다. 늘 긴장했던 말투와 행동이 그녀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진짜 나의 모습이 드러나는 게 더 편안했다.


어떤 관계에서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연기해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있을 때는 오히려 나 자신이 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마치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이 그녀 앞에서만 스스로 나오는 것 같았다.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였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 같은 사람. 굳이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사람은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두려워한다. 진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상처받을 가능성을 늘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 앞에서는 그런 두려움이 사라졌다.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도, 그녀는 그것을 그 자체로 받아들였다.


이 깨달음은 나에게 큰 위안이자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상대방을 향한 일방적인 동경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와의 시간은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해 주었고, 내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줬다.


물론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들 중에도 부족한 순간들이 없진 않았다. 관계는 늘 완벽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런 불완전함조차도 그녀와의 관계에서는 불편하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라면 내가 실수를 해도, 내가 부족해도 그것이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녀는 내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사람이었다. 동시에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려줬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사람. 그 단순하지만 깊은 이유가 그녀를 사랑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 두고두고 기억할 가장 소중한 깨달음으로 남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비혼주의자예요_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