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혼주의자예요_2

그녀와의 첫 번째 사랑 고백

by someformoflove

그녀와의 사랑은 생각보다 빨리 진전되었다. 서로가 솔직했고, 그 솔직함이 둘에게는 한없이 빠져들게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첫 만남부터 그녀에게 숨길 것이 없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지치고, 관계의 무게에 눌려왔던 내 지난 시간들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녀도 그랬다. 자신의 비혼주의를 고백하며, 결혼이 아닌 연애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나를 이상하게 안도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관계는 경계선이 없었다. 과거의 연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연애를 바라보는 서로의 다른 시선도 숨김없이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솔직함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아직 깊은 사랑에 빠지기엔 준비가 되지 않았던 내게, 그녀와의 관계는 한 걸음씩 더 깊어지는 만큼 불안감을 남겼다. 내가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이 커질수록, 이 관계가 끝날 때의 아픔이 얼마나 클지 알기에 나는 스스로를 보호하려 했다. 뿌리가 깊어질수록 도려낼 때의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을 이미 두 번의 연애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서 꺼내기를 두려워했다. 그 단어는 무겁고, 되돌릴 수 없는 약속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녀와 사귀고 난 한참 뒤까지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쉽게 말하지 못했다. 내 마음속에는 그녀를 향한 커져가는 감정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것을 단어로 표현하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뀔 것 같았다. 사랑이란 말은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완전히 열어 보여주는 일이었다. 나는 대신 “좋아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널 좋아해.” 이 말은 가볍고 부드럽게 들렸지만, 사실은 그 속에 감춰진 두려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와 나는 카페에 앉아 서로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그저 한 주를 마무리하며,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글로 전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녀는 펜을 들어 편지를 써 내려갔고, 나도 그 옆에서 종이에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적어 내려갔다.


편지를 읽을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글을 읽기 시작했다. 편지에는 그동안 말로 하지 못했던 내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녀와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녀가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러나 나는 끝내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못했다. 대신 그녀가 나를 온전히 사랑해 주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기만 하다는 내용을 적었다.


편지를 읽다가 나는 갑자기 목이 메었다. 감정이 터져 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눈가에는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그 순간, 나는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온전히 깨달았다. 그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깊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단어를 말하기 두려웠다.


그녀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놀라 당황한 듯 웃으며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왜 울어? 무슨 일이야?” 그녀는 부드럽게 속삭이며 내 등을 다독였다.


나는 그녀의 품에 안긴 채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사랑해.”


그것이 내가 그녀에게 처음으로 한 사랑 고백이었다. 많은 생각 끝에, 많은 망설임 끝에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모든 불안감이 사라졌다. 그저 그녀의 품에 안겨 있는 이 시간이 모든 것을 대신할 만큼 충분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더 꼭 안아주었다. 우리는 그 순간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어쩌면 사랑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모든 것을 말해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의 품에서 잠시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사랑이란 단어의 무게는 여전히 무겁다. 하지만 그 무게를 나 혼자 지는 것이 아니라, 그녀와 나누어질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감사함일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그녀 앞에서 자주 쓰게 되었다. 처음엔 어색하고 조심스러웠지만, 그녀는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미소 지으며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 미소가 나를 안심시켰다. 사랑은 단지 나를 열어 보이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더 단단하게 묶어주는 힘이라는 것을 그녀를 통해 배웠다.


그날 카페에서의 고백은 내게 평생 잊히지 않을 순간으로 남았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온 사랑의 말이 그녀의 품에서 받아들여졌던 그 장면은, 비혼주의자였던 두 사람이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마주했던 순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비혼주의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