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내 안에 너를 담았다.

by someformoflove

별이 수 놓인 밤이었다.

창밖에서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책상에 앉아 작은 종이 위에 오래된 연필을 쥐었다. 한 번 쓰다 남긴 연필의 끝을 손끝으로 느끼며,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그가 떠올랐다. 아니, 처음 그를 마주했을 때의 그 순간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 서로의 아픔을 알아본 듯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 짧은 순간에 느껴진 연결은 쉽게 설명할 수 없었다. 내가 그를 본 순간, 그 역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스치듯 보인 아픔은 나의 것과 닮아 있었다. 그것이 그를 처음부터 나에게 특별하게 느끼게 한 이유였다. 나는 너무 오래 아파왔고, 너무 오래 강한 척하며 살아왔다. 나를 지켜야만 했던 삶 속에서 여러 번의 사랑을 지나왔고, 그 사랑들은 나를 더욱 지치게 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배웠다. 사랑을 받는 것보다, 사랑을 주는 것보다 더 우선인 것은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었다. 사랑을 하면 내 마음이 상처받을까 두려워, 그리고 상처를 받았을 때 다시 일어설 힘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점점 더 혼자 남는 법을 익혔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사랑을 놓쳤다. 그리고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내가 그를 만났을 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흔들렸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수줍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게 말을 걸지 않았고, 나도 그에게 묻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그 침묵 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내가 그를 담았다는 걸.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봤다. 그와 마주하는 순간마다, 나는 나를 닮은 그의 모습을 보았다. 그 역시 상처받은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그 상처가 나와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서로 닮아 있었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서로가 왜 그렇게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했는지 몰랐지만, 그때는 묻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지친 하루가 끝나면, 내 작은 방에서 나는 종종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창문을 열면 바람이 불어 들어와 머리카락을 흩날렸고, 별이 나를 위로해 주듯 하늘에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무언가 달랐다. 그가 그곳에 서 있었다. 별생각 없이 내려다본 그 순간, 나는 그를 발견했다. 그는 나를 본 게 아니라, 그저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별 아래 서 있던 그는, 마치 하늘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듯했다.


왜 그랬을까, 나는 나도 모르게 등을 돌려버렸다. 마치 그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것처럼. 나는 그를 보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날 밤, 그가 수놓은 별들 아래에서 나는 그를 보았고, 그 속에서 나를 보았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 만났을 때처럼, 우리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수줍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나는 그를 찾고 있었고, 그는 나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는 걸. 우리의 아픔이 서로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그리던 별들은 결국 나를 향한 것이었고, 내가 그를 그리던 시간은 그와 함께하는 순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와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우리는 함께 걸으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살결을 맞대며 서로를 느꼈다. 하지만 그 순간조차 나는 그와 진정으로 가까워지지 못했다. 내가 너무나도 오래 혼자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 혼자임을 견디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와의 가까움이 두려웠다. 내가 그의 아픔을 지울 수 있을지, 아니면 더 큰 상처로 남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의 깊은 눈이 나를 들여다볼 때마다, 나는 그 눈빛을 피했다. 마치 내 마음이 들킬까 두려웠던 것처럼. 그러나 내가 그에게 느꼈던 모든 감정은 그 순간순간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를 진심으로 치유해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와 함께 걷고 싶다는 마음.


편지를 쓰며, 나는 그와의 순간들을 다시금 떠올렸다. 우리 둘은 처음부터 서로를 알아봤던 것 같다. 서로의 상처를, 서로의 아픔을. 그 모든 것들이 우리를 묶어주었고, 우리는 그 속에서 서로를 찾아냈다. 그가 나를, 내가 그를 바라본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함께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함께였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