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인연, 그리고 긴 이별

2018년 08월 28일_뤼팽, 별이 되다.

by somehow

유난히 무더운 여름이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제정신으로 이겨내기 쉽지 않았던 폭염. 그 더위속에서도 뤼팽이는 씩씩하게 병마와 싸우며 삶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

길게 보자면 지난가을부터 건강이 눈에띄게나빠지기 시작했다. 췌장염도 강인하게 이겨냈던 천하무적 뤼팽이는 그로부터 병원에 잦은 출입을 하게되었다. 그렇지만 분명 뤼팽이는 우리의 간절함에 보답하듯 조금씩 나아지고 건강을 회복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날 불현듯 시작된 뇌신경손상에의한 치매현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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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간절하게 아이의 회복을 바라며 최선을 다했다. 무더운 여름을 함께 이겨냈으며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기는 해도 우리와 함께 눈을 맞추며 살을 부비고 그 따스한 체온을 나눌 시간이 조금은 더 있을 줄 알았다. 우리는 주문처럼 되뇌었었다. '뤼팽, 스무살까지만 살자...'

하지만 솔직히 말해, 거의 24시간을 곁에 붙어앉아 대소변가리기와 몸가누기가 어려운 15세의 뤼팽이를 돌보는 나는 힘에 겨웠고 가끔 지쳐갔다. 그리고 속으로 '...너무 힘들다...하느님 뤼팽이에 평화와 안식을 허락하세요...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뤼팽이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2주전에 부분미용을 했는데, 그때는 어찌나 힘이 세던지 미용사가 이렇게 말했었다.'지난번엔 기운도 없고 미용할때 싫어하지도 못하더니 오늘은 완전 다시 생생해졌네요. 기운이 넘치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미용사와 나는 뤼팽이가 아직 더 오래 살것같다며 웃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열흘후, 뤼팽이는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져버렸다. 그 바로며칠전에도 비틀거리는 힘겨운 몸짓이었지만 짧은 산책을 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그 산책은 결국 마지막 산책이 되어버렸다....

뤼팽이의 치매증상은 진작부터 있었으나 떠나기 5-6일전부터는 점점 본인이 견디기 힘들정도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어느새 집에서 돌보는 것에 한계가 생겨 병원에 하루걸러 달려가 주사를 맞고 약을 추가로 처방받기도 했다. 가능하면 편안하게 마지막순간을 맞이하기를 바랐던 우리는 조금씩 당황하게 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전날, 우리는 큰마음을 먹고 병원에갔다.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안락사를 할 생각이었다. 아침부터 온종일 뤼팽이를 지켜보며 정말 오늘이 마지막날일까 고민하고 결정을 내려야할까에대해 고민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녁때가 되자 뤼팽이는 오전에 맞은 진정제덕분인듯 호흡이안정되고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바로 그순간,우리는 정말로 '지금이 안락사를 결정해야할까'에대해 다시한번 고민했다.......

우리는 그 아이의 평온한 모습에서 차마 안락사를 선택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때가 아닌것같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평온한 아이에게 지금안락사용 약물을 투여한다면 그것은 내 손으로 아이의 목숨을 끊는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더 뤼팽이와 함께 지내는 쪽으로 결정했다. 평온해진 뤼팽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급하면 진통제를 쓰기로하고 넉넉하게 진통제주사제도 가져왔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오자 뤼팽이느 그전날까지는 없었던 증상이나타났다. 몸을 못가누는 상태에서 누운채로 계속 짖기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에 우리는 그것이 통증의 표시인줄 알았으나 알고보니 치매증상이었다. 한번씩 '멍-'하고 짖기를 쉬지않고 이어갔다.통증때문이라고생각해 진통제를 주사했으나 효과는 거의없었다. 가져온 주사제 3-4대를 모두 맞으며 그 밤이 다 새도록 뤼팽이는 비명같은, 울음같은, 안타까운 울부짖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멈추지 못하는 것같았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숨이 넘어갈 듯 울음같은 짖음소리....그러다 날이 새기 시작하던 새벽 4-5시경에는 정말로 숨이 곧 넘어갈 것처럼 거친 호흡과 가래끓는소리와 같은 단말마의 헐떡임으로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더이상 두고볼 수가 없었다. 그시간까지 버틴것도 뤼팽이에게는 엄청난 고통이었음을 밤새 지켜본 우리는 서둘러 24시간 진료병원을 수소문해서 찾아갔다. 의사에게 뤼팽이의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제그만 고통을 멈추게 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진정제를 맞았다. 처음엔 그것도 듣지 않는 듯했다. 약의 농도를 좀더 높이자 서서히 진정되었고 호흡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병원에 도착하고 두어시간후...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뤼팽이는 편안해진 상태에서 서서히 호흡을 멈추었다...만약 그렇게 스스로 끝나지 않을경우 사용할 최후의 약물도 준비된 상태였으나 그러기전에, 적당량의 진정제만으로 뤼팽이는 직전까지의고통에서 벗어났고 편안해진 상태에서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날 난생처음 우리 뤼팽이를 만난 24시간 병원의 의사선생님의 충분한 설명과 적절하고 효과적인 처치에의해 뤼팽이와 우리 모두 슬프고 아쉽지만 편안하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03년생 15세의 슈나우저 뤼팽이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 우리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고통스럽게 지낸 마지막 하룻밤이 안타깝기도하다.

우리 이기심으로 아이에게 주지 않았어도 되었을 마지막 하룻밤의 고통을 안겨준것은 아닌가.....후회가 남기도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전날 원래다니던 병원에서, 아직 조금더 시간이 남은것처럼 보였던 평온의 순간에 의도적으로 '강제종료'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그랬더라면 지금보다 좀더 큰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가 마음에 짐처럼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그날, 우리는 몸도 못가누고 숨쉬기도 편치는 않지만 눈을 뜨고 우리를 쳐다보며 여전히 따스한 그 작은 털복숭이를, 아직은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기쁘게 생각하련다. 마지막 하룻밤 힘겨운 시간을 보냈으나 뤼팽이와 함께 한 그날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뤼팽이는 우리 가슴속에, 15년간 수없이찍어놓은 수백장의 사진속에 영원히 살아있다.


20180703 고마웠어 뤼팽!
20180713 20180704


그 짧은 15년의 인연이 끝난지 얼마지나지 않았으나 나는 벌써 뤼팽이가 그립다. 그아이가 눈을 걈던 순간부터 나는 그동안 더 잘해주지 못한것들이 생각나서, 사놓고 다 먹이지못한것들, 해주지 못한 것들이 아쉬워서 마음이 아프다.


2003년 5월의어느날 우리집 앞에 불현듯 나타나
귀여운 울음소리로 나를 찾아온 꼬마 슈나우저가 어느새 15년의 생을
우리에게 행복과 기쁨만을 열렬히 안겨준 채 2018년 8월28일에 떠나갔다.
나는 이 작은 강아지에게서
지난 시간동안 무한한 사랑과 위안을 받았다.
아이는 존재자체로 기쁨이고 행복이었으며 언제나 아무런 의심도 계산도 없이
우리를 믿고 의지하며 따랐다...
뤼팽이가 떠날때 나는 '고마웠다'고 되뇌었다.
우리에게 와주어서 고마웠고 조건없이 의심없이 믿고 따라주어서 고마웠고
15년이나 함께 곁에 있어주어서 진심으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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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강아지 한마리가 인간에게 주는 위안의 크기와 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우리 부부의 유일한 가족이며 자식이기도한 이 작은 강아지 뤼팽이의 죽음앞에서 생명의 가치와 고귀함에 대해 새삼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고마워 뤼팽! 잊지 읺을게.
2016년 9월 안면도 바닷가. 바다를 좋아한 뤼팽이
뤼팽이를 생각하는 MEMORIAL WALL at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