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할머니'라고 불러야 하나

_기준이 궁금해

by somehow

시집을 갔든 안갔든 나이가 많아지면 어느날부터 저절로 아줌마 소리를 듣게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나이 들어보이니까.

내 경우도 결혼해서 시간이 좀 지난 언젠가, 뒤에서 아줌마라고 부르는데, 어, 나...나??하고 심적으로충격을 먹으며 당황스러워하면서도 태연한 척 뒤를 돌아보던 시점을 기억한다.

그날부로 나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아가씨처럼 보이는 줄, 그렇게 보이길 바라던 나자신을 설득했다.


야, 너 아줌마다. 잊지 마라...


엄마는 너무 어릴때 시집보내져서, 처녀시절이 있었을 리가 없다.

청소년이 갑자기 아줌마가 돼버린것 아닌가...그런 엄마가 진작에 할머니도 됐다.

손주들도 있고 머리도 백발이고 구순을 바라보니 할머니 맞다.

그런데, 나는 누가 자꾸만 우리 엄마를 할머니라고 강조해서 그 특성을 확인하듯 부르는게 싫다.


학교다닐 때도 보면 우리 엄마만 어머니가 아니고, 친구의 엄마도 어머니라고 불렀던 것을 기억한다.

친구엄마를 아줌마라고 하면 왠지 스스로 예의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줌마는 그냥 나와 상관없는, 이를테면, 구멍가게 주인아줌마, 지나가는 동네 아줌마 등이 그런 호칭의 대상이라고 나름대로 구분지었던 것같다.


어느새 내가 아줌마가 되고 보니 내 어머니는 자연스레 할머니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또 내 친구의 어머니도 할머니 연배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내 어머니가 할머니가 돼도 내게는 어머니이듯, 나는 내 친구의 어머니도 '어머니'라고 칭한다.

이를테면, '(너희) 어머니 건강하시지?'라고.


그런데, 꼭 남의 어머니를 '할머니, 할머니'하며 지칭하는 사람이 있다.

맞는 말이다. 호호백발에 나이도 그러니 할머니 맞다.

그런데 이왕이면, 아줌마인줄 뻔히 알면서도 아가씨 아니세요?하고 낯간지러운 소리를 들으면 제자신도 뻥인줄 뻔히 알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처럼, 100명이 봐도 명명백백하게 할머니일지라도 '어머니'라고 좀 해주면 안 되느냐 말이다.


그런 사람을 나는 두명 정도 가까이서 보고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O경리과장은 이제 40세가 됐나하는 애 셋 딸린 아줌마다.

그녀는 가끔 내 어머니의 안부를 묻곤 하는데, 꼭

"할머니 건강하세요?"

"할머니가 입원하셨다고요?"

"할머니 어디 아프세요?"

등등 말머리에 무슨 문법이라도 끼워맞추듯 이렇게 할머니 소리를 강조해댄다.


처음 할머니 어쩌고하며 내 어머니를 지칭하던 때에는, 나는 심지어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무슨 할머니? '우리 할머니를 왜 찾나'하는 생각을 순간했던 것이다.

내가 멍청한가 싶었다.

다음 순간에야, 그 할머니가 내 어머니를 가리키는 표현임을 깨닫고 심적으로 당황하며 한편으로는, 뭐 저런 애가 다있나 하는 서운함 같은게 밀려오기도 했다.


그러면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다 그렇게 내 어머니를 '할머니'라고 지칭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는게 더 나의 빈정을 상하게 했다. 그녀보다 더 어린 직원들도 내 어머니를 입에 올릴 때는 '어머니가요?'하는 식으로 어머니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반복적으로 몇 번이나, 경리과장의 할머니 표현을 듣고 나면 괜히 기분이 안 좋아져서 한번은 왜 그러는지 물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과장님은 친구 어머니를 어떻게 부르세요? 친구 어머니니까 너희 어머니-식으로 지칭하죠? 그런데 왜 우리 어머니는 꼬박꼬박 할머니라고 하세요? 할머니인 줄 세상이 다 알지만 과장님과 내가 전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매일 얼굴보는 사이에서 말할 때마다 할머니할머니 하니까 듣는 할머니 딸은 기분이 좀 그러네요..."


그러나, 그냥 생각일 뿐, 마음 속으로만 골백번 이렇게 외고 있을 뿐이다.

예전같으면 벌써 붙잡고 이러니저러니하고 설득아닌 설득을 하려들었을테지만.


또 한사람, 할머니할머니 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요즘 집에 와서 매일 3시간씩 어머니를 돌보는 요양보호사다. 그녀는 나보다 2살정도 위인데, 어느날 내가 마침 집에 있는 날 도착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어머니를 향해 인사를 건넨다. 이렇게.


"할머니- 나 왔어!'


그러고도 계속 어머니를 마사지를 해주거나 실내자전거 운동을 할 때 옆에서 보조하거나 돌보면서도 꼬박꼬박 할머니 소리를 입에 달고 있다.

그녀를 보며,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보았다.

돈을 받고 일하는 사이지만 요양보호사로서 나이 많은 사람을 돌보는데 있어서 예의와 공손함이 좀더 필요하지 않을까.

나라면, 어머니, 저 왔어요! 할 것같다.

그래야 맞을 것같다.

내 귀에 거슬리는 것은 할머니 소리만이 아니다.

'나왔어'하는 반말꼬리다.

그렇게 하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되었다.

친근하게 굴자는 것이겠지. 몸 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가까워져야 타인끼리 만나 돌보고 받는데 어색하지않고 더 편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할머니 이랬어 저랬어. 이렇게 하라니까. 하는 말투보다는 어머니 이러셨어요. 이렇게 하세요-하는게 듣는 할머니도 그렇고 옆에서 보는 가족들도 좋을 것같다.

특히 상대가 반말을 찍찍 해대서인지, 어머니도 그녀를 어려워하지 않고 막 대하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그녀가 이렇게저렇게 말을 하면 일단 수용하려는 태도가 아닌 '일단 거부'의사가 섞인 투덜거림이 어머니의 말투에서 느껴진다는 거다.

서로 편하자고 말부터 놔버리고 나니, 존중이 사라진 자리에 슬그머니 무례함이 들어앉았을 뿐 진정 친밀한가 의혹이 떠오른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궁금하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원래 이렇게 좀 까칠하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것처럼 사소한 것일지도 모르는 거슬리는 것을 까탈스럽게 따져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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