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h My Lif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how Mar 24. 2017

안녕, 내인생?

나만의 향기를 가진 사람



저는, 오늘 두 분을 보면서 두 분처럼 멋지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우리 뤼팽이의 상태와 치료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이렇게 말한다.

'혹시 두분 영화배우세요? 어디서 뵌것 같기도하구요..너무나 멋지세요. 어느 영화에 나오셨죠?!.'

네? 아하하하...그의 말이 우리를 불현듯 유쾌하게 한다.

글세요..함 맞춰보세요..내친김에 우리도 유쾌하게 응수한다..

'당신들처럼 늙고싶다'니..이 말은 언뜻 우리가 나이가 한참 들어보이는구나 싶기도 하여 좀 아쉽기도 하겠으나 그보다는 '우리처럼'이라니, '멋지게'라니 하는 표현이 다른 것은 그리 중요하게 들리지 않게 한다.


우리는 주름지고 해져가는 외모를 가꾸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거나 특별한 관심을 쏟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는 지나간 시간들이 나이테처럼 서서히 주름져가는 피부와,

혹은 봄 여름이 지나고 겨울에 접어들 무렵 문득 첫 눈처럼 하나 둘 흩날리는 흰 눈가루가 자연스레 내려앉듯

그저 그렇게 스스럼없이 세어져가는 머리털을 가졌을 뿐,

 어느 날부터 그렇게 세어져가는 머리털에 굳이 특별히 검은 색을 덧칠하는 수고로 외모를 관리하는 대신

그 시간을 좀 더 단단하고 분명한 스스로의 궤적을 우리 생에 남기는 일에 열중하였을 뿐이라면

오히려 너무나 과장되게 들릴까.


언뜻 그의 말은 단순히 사람의 외모에 대한 직관적 판단에 다름아니게 들린다.

흔한 입발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비슷한 소리를 언제부턴가 종종 듣게 되면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과연 어떻게 살고 있는가 ..

'생선을 쌌던 종이에서는 비린가 나고 향을 쌌던 종이에서는 향내가 난다'

부처의 말씀이 문득 생각난다.


나는 얼마나 향기로운 사람인가? 향수를 애용하긴 하지만 잘 알 수 없다.

그 문장이 가슴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나는 분명 언제부턴가 자신만의 향기를 지닌 사람이 되기를,

나이 들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얼굴을 갖게 되기를 바라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분명 외모가꾸기를 위한 명분이 결코 아니었음을 나 자신 또한 가장 잘 알고 있다.


다르면서도 아주 많은 부분이 점점 더 닮아가는 그와 나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분명 우리가 외모가꾸기에

특별히 무언가를 투자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분명히 알아차릴 것이다.

우리를 잘 모르는, 우리를 잘 아는, 그들이 우리 두 사람에게서 암암리에 느끼고 발견하는 것은 어쩌면

불완전한 삶이나마 진지하고 조심스런 발자욱을 남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를 잘 아는 잘 모르는 그들은 그래서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은 모르겠으나 멋지다..'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우리는 확실히 좀 멋지게 살고 있나..싶은 자뻑에도 취해 본다.

그래서 다시금, 나는 어떤 냄새를 풍기고 있는지 킁킁..스스로를 되맡아 본다.


아직도 나는 거칠고 우유부단하며 때때로 충동적이고 종종 교활하기도 하다.

그러나 믿는 대로 살아가기를. 그 믿음이 긍적적이고 공정하며 정의롭고 객관적 논리에 부합하기를 바란다.


하루하루가 진실하고 진지한 나날이기를,

지금처럼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가 평화로이 이어지기를,

죽는 순간 그리 나쁘지 않게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기를, 당신을 만나 행복했다고 속삭여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안녕, 내 향기로운 인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