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how Nov 17. 2024

19.어느날, 요양원 일기_9

_참을 수 없는 존재의 떨림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요약하자면,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계의 만성 진행성 퇴행성 질환이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우리 뇌 속에는 여러 가지 신경 전달 물질이 있는데 그 중에서 운동에 꼭 필요한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중뇌에 위치한 흑질이라는 뇌의 특정부위에서 원인 모르게 서서히 소실되어 가는 질환이다.

파킨슨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들은 서동증(운동 느림), 안정 시 떨림, 근육 강직, 자세불안정 등이다. 파킨슨병은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는데, 연령이 증가할수록 걸릴 위험도가 점점 높아지는 질환이다. 발생빈도는 인구 1,000명 당 1~2명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60세 이상의 노령층에서는 약 1%, 65세 이상에서는 약 2%정도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아직까지 파킨슨병의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요약/출처:[네이버 지식백과]파킨슨병 [Parkinson's disease]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70대 초반의 선자 어르신이 요양원에 입소한 것은 6~7월즈음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70대 초반이면 비교적 젊은 나이 아닌가. 게다가 어르신은 겉보기에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치매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이동하고 행동이 불편할 만큼 팔다리의 동작에 어떤 문제가 있지도 않았다.

다만, 파킨슨이 문제였다. 그것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어르신에게서 파킨슨환자들의 대표 증상인 서동증이나 안정시 떨림, 근육강직, 자세불안정 등의 상태를 평상시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다만, 입소상담을 하러온 아들의 설명에 의해 증상이 있으며, 집에서는 철저하게 돌보기가 어려워 시설에 들어오시려는 것이라고 알려진 것이다.


지금은 댁에 계시나요?


원장님이 선자(가명)어르신의 보호자인 막내아들에게 물었다.


아니요, 사실은 지금도 다른 요양원에 계시는데...좀더 나은 시설로 옮기려고 찾고 있는 중입니다.


아들이 대답했다.


아 그러시군요. 단지 그것뿐이라면, 요양원 시설은 다 비슷비슷하니까 그래도 계시던 곳에 계시는게 환자 본인에게는더 나을수도 있을텐데요...


원장님은 조심스레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그곳에서 조금 문제가 있어서....옮기려고 하는거에요....


보호자인 아들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현재 있는 곳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전원을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입소상담을 이어가며, 아들은 어머니의 입소에 붙여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어머니의 방은 요양보호사들의 휴게실 혹은 요양보호사들이 상시 지켜볼 수 있는 곳으로 해달라.(떨림이 시작되거나 어머니의 도움요청이 있을 경우 즉시 달려갈 수 있도록)

-하루에 몇 번, 심하게 떨림증상이 시작되는 시각이 있는데 그때마다 약을 챙겨주어야 한다.

-심하게 떨릴때는 가만히 있으면 더욱 힘들기 때문에 걷거나 산책을 하는 등 함께 계속 움직여주는 돌봄이 필요하다. (떨리는 상태로 혼자서 걷게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에 보조나 부축행위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머니가 매우 깔끔한 성격이시라, 목욕은 일주일에 두번씩 해야되니 그렇게 해달라.

-공동식탁에서 식사할때, 앞이나 옆자리에 남자분이 앉는 것이 싫으니 그렇게 해달라.

-아들 자신이 직장에서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주로 이른 오전시간, 매일 혹은 며칠마다) 와서 어머니와 일정시간동안 야외로 나가 산책을 할테니 그 시각에 맞추어 준비를 해달라.


이 요구사항 중에는 요양보호사들이 해줄 수 있는 일도 있고 쉽지 않은 일도 있다. 그것을 원장님도 잘 알고 있기에 입소상담은 며칠에 걸쳐 이어졌고, 결국 선자 어르신의 입소가 결정되었다.

우리는 어머니를 지극하게 생각하는 아들의 마음에 감동했다. 원장님도 가능하면 보호자가 제시하는 조건을 맞춰주려고 애썼다.

그래서 아들이 직접 생활실을 돌아보며 근무자들과 가장 가까운 방으로 선택하는 특혜까지 주었다. 그방에서도 가장 출입구와 가깝고 요양보호사들의 휴게실과도 가까워서 큰소리로도 서로를 부를 수 있을만한 거리의 침상을 선택했다.


이 자리로 할게요!


문제는, 그 자리는 이미 다른 어르신이 자리잡고 계신다. 그럼에도 그는 그 옆의 비어있는 침상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딱 그 자리만 원한 것이었다. 가능하면 비어있는 자리로 하면 안되겠느냐고 물었으나 딱, 그자리.


헐...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차 내버리는 꼴이 아니고 뭐라 하겠나.


아무리 제 부모가 소중하고 효심이 지극하다해도, 다른 어르신의 자리까지 빼앗아 들어앉아야할까?

우리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은 그렇게 되었다.

원래 그자리에 계시던 어르신이 얌전하고 주위의 일에 전혀 무관심하시다 보니, 당신의 자리를 이쪽으로 옮기거나 저쪽으로 옮겨도 아무 상관을 하지 않는 성격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오직 그 자리만을 고집하여 파고드는 선자 어르신과 보호자를 보니, 마음이 답답했으나 힘 없는 우리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흡족한 위치에 자리잡은 선자 어르신은 그뒤로, 특히 야간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의 눈총을 받게 된다. 사실, 그러면 안 되는 것인데, 요양보호사도 사람이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대는 바람에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고 했다.

야간 근무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7시까지는 야간조 두명이 근무, 7시에 주간조 출근하여 3~4명이 됨)인데, 두 사람이 전체 인원(당시 총 30여명 정도)을 밤새 라운딩하며 기저귀를 교체하고 잠자리를 확인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선자 어르신의 떨림 현상은 새벽 2시경이면 거의 틀림없이 시작된다고 했다. 그럴 때, 바로 근무자가 옆에 있다면 좋겠지만, 야간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선자 어르신은 호출벨을 눌러야 했다.


떨림이 시작됐다. 약을 달라, 혹은 나를 안정시켜 달라. 혹은 화장실에 가야하니 부축해 달라, 화장실에 갔을 때는 일으켜서 다시 침상으로 이동시켜 달라....


그 일이 밤사이 수 차례 거의 5분간격으로 반복되는 일이 이어지자, 야간근무자들은 금세 지쳐버렸다. 그들이 돌보아야 할 다른 어르신들은 뒷전으로 밀뤄두고 당장 온몸을 참을 수없게 떨고 있는 선자 어르신, 당신에게만 집중해달라고 쉼없이 외쳤다는 것이다.


저기요.....선생님.....도와주세요....선생님.....!!!


벨을 눌러도 소용이 없으면 이렇게 소리쳤을 것이다. 혹은, 이렇게 말로 해도 자리에 없으니 벨을 눌러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처음엔 야간 근무자들도 그 호출에 득달같이 달려가 불편사항을 해결해 주고 도움을 주고자 기꺼이 노력했다. 그런데, 그것이 밤마다 끊임없이 되풀이 되자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너무 힘들어요.....우리가 그 시간에 선자 어르신 한 분만 돌보는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분은 자기 필요할 때는 우리가 하던 일도 다 제쳐놓고 달려와 주길 바라는 거지, 그런데 그럴 수가 있나? 다른 방에서 기저귀를 갈고 있을 때도 있고 여러가지 상황이 얼마나 많은데! 당연히 그 시각에 가까이 있다면 즉시 달려가서 당연히 도와드리죠! 그런데 또 벨을 너무 자주 누르시니까...우리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점점 방관하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했다.


아무리 벨을 눌러도 안 오는 거야! 나는 온몸이 떨려서 죽을 것같은데....!


신호만 하면 총알같이 달려와 자신을 돌봐줄줄로만 믿었떤 어르신은 며칠만에 느낀 실망과 배신감을 아들에게 전화로 하소연하듯 일러바쳤다. 파킨슨증상 외에는 활동력이나 인지력 등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이기에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야간근무자로서도 할 말이 많았다.


그런데 말이죠, 내가 CCTV로 지켜보니까, 안 떨다가도 내가 다가가면 갑자기 막 떨기 시작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내가 보기에는 선자 어르신이 우리를 훈련시키는것 아닌가 싶어요. 저 어르신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니까요!


혹은 이렇게 푸념했다.


어저께는 완전히 나를 똥개훈련을 시키는 거야!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면서, 화장실가고 싶다며 데려다 달래서 모셔다 앉혀 드렸어, 그랬더니 금세 다시 일어난다며 부르는 거야...침상에 눕혔더니 또다시 불러, 뭐가 또 나올 것 같다며 화장실에 다시 가야된대, 가면 또 금세 일어나고....그걸 정말 대여섯 번 했다니까요! 완전히 밤새도록 똥개훈련했어요!


똥개훈련.

그날 아침은 어르신이 입소하신지 며칠 안된 시점이었는데, 내가 출근했을 때, 간밤에 야근을 한 요양보호사가 그야말로 두눈이 때꾼한(눈이  들어가고 생기가 없다) 얼굴로 탄을 늘어놓았다. 

문제는, 똥개훈련관 노릇을 한 선자 어르신의 방이 우리들의 휴게실과 한두 걸음 정도로 가까운 거리라는 사실이다.

나를 보자, 고단했던 밤새 훈련담을 목소리높여 떠들어 댔는데, 다른 내용은 몰라도, 똥개훈련이라는 표현만이 맞은편 방 선자 어르신의 귀에 꽂혔던 것이다.


자신으로서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만큼 힘겨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요청했던 일에 대해 그렇게 일축하고 폄하해버리는 것에 대해서 선자어르신은 몹시 분노했다.


똥개훈련이라니!

그순간 당장 죽을것만 같은 두려움에 떠는 사람을 향해서.


한치 건너편에서 등에 칼이라도 꽂듯이 들려온 소리에, 선자 어르신은 부르르 떨며 아들에게 알렸고 그 사실은 다시 원장님에게도 알려졌다.

우리는 선자 어르신의 상황도, 야간근무자의 고충도 이해가 되기에 섣불리 뭐라고 말을 보태기가 어려웠다.


또한 선자 어르신의 도움요청 호출이 야간에만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나의 근무시간은 오전 7시~오후4시)무렵의 주간근무시간대에도 어르신의 도움요청은 이어진다. 다만 이 시간대에는 근무자가 최소한 3~4명정도가 되므로 한두 명이 전담을 하는 야간보다는 일인당 집중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주간근무시, 나도 선자어르신의 떨림이 시작되어 괴로워할 때면 손을 잡고 부축한 채로 거실을 걸으며 떨림이 진정되기를 함께 기다려주기도 했으며, 화장실에 가시겠다고 알리면 부축하여 이동을 도와드리기도 하였다. 그러나그역시 몇시간씩 그분께만 매달려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야간에는, 그 사이에도 시간을 쪼개어 쪽잠이라도 자두어야 하는 야간근무자들로서는 그런 사정과 상관없이 울려대는 호출 벨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기도 했기에 쌓인 불만과 푸념이었을 것이다.


현재, 요양기관 내에서 요양보호사 1명이 담당하는 어르신의 비율은 1:2.3명으로 되어 있다.

요양보호사 1명이 약 2명을 돌본다는 것이다. 그것도 내년부터는 2.1명으로 더 줄어든다고 한다.

정말 현실적으로도 내가 출근해서 하루에 2명~3명 정도만 돌보았을까?


결론은 아니라는 것.

내가 근무할 당시 2층의 입소중인 어르신은 15,6명 정도였다. 직관적으로 계산해 봐도 16명의 어르신을 하룻동안 3명씩 돌본다고 칠때, 상시 요양보호사 5명 이상이 함께 같은 시간대에 근무를 해야 말이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내가 7시에 출근하여 오후 4시까지 근무하는 동안 오전에는 1~2명이 더 출근하여 대략 나까지 2~3명이 15,6명의 어르신을 돌본다.

그러다  오후 2시가 되면 이브닝 근무조 1명이 추가로 출근한다.

그때부터 오후 4시, 내가 퇴근할 때까지는 최대 4명 혹은 5명이 함께 근무한다.

그러나, 내가 4시에 퇴근하고, 오후 6시에 다시 오전 9시에 출근한 인원이 퇴근하면? 그때부터 밤10시까지는 오후2시에출근한 이브닝근무자만 남게 된다.

그러다가 밤 10시가 되면 다음날 아침 8시까지 근무하는 야간 근무자 1명이 출근한다.

어르신들의 수는 하루종일 변동이 없을 뿐더러, 심지어는 새로 입소하는 어르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돌볼 대상자가 더 늘어나기도 한다.

그러니까, 최대로 많은 인원이 동시에 근무하게 되는 오후2시부터 4시까지 딱 2시간 정도를 빼면 그외는 실제로 1대 2.3명의 돌봄이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오후 1시반부터 1시간정도는 어르신들의목욕이 항상 예정되어있다. 따라서 그 시각에는 두 사람이 목욕당번을 맡게되므로 그시각에 실제로일반적인 어르신 돌봄을 담당해야 하는 인원은 총 근무인원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관리자들은 어르신 총 인원수와 총 요양보호사 수의 이론적 비율만 가지고 1:2.3이 되고도 남는다고 주장하곤 했다.

아무튼, 낮시간 근무시에도 이처럼 실제로는 1:2.3의 돌봄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자어르신처럼 1:1의 돌봄을 요구하는 대상자에게만 집중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선자 어르신은 자신의 요구 기대치에 못미치는 요양보호사들의 대응민감도(?)에 대하여 날마다 문제를 제기하고 아들에게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으며, 아들또한 재빨리 원장님에게 문제를 제기하며 따지고 들었다.

그로인해 요양원은 날마다 시끌시끌했다.

원장님은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고 우리들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요양원은 일대일 케어가 이루어질 수 없는 곳이에요. 숫자상으로는 1:2.3명이라는 돌봄 비율도 실제로는 미치지 못할 뿐더러, 특히 혼자서 근무하는 야간시간대에 계속 호출을 해대면 저희들은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수시로 도움받아야 할 입장이라면, 차라리 집에서 일대일 간병인을 쓰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똥개훈련시킨다는 말도, 오죽하면 저희가 그런 표현까지 썼을까요...정말 그시간대에 다른 어르신들도 못 주무시게 밤새 요란하게 벨을 울려대고, 이렇게 해달라 해서 해드리면 금세 저렇게 또 해달라고 하시고 다시 이렇게 해달라 하시고...정말 너무나 힘듭니다....


그일로 직원회의까지 소집된 자리에서 야간근무자들은 이렇게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자 원장님은 어느 편도 쉽게 들어줄 수 없기에 이렇게 말한다.


그래요...많이 힘드시죠...전에 계시던 요양원에서도 바로 그런 문제때문에 갈등을 빚다가 이쪽으로 오신 것같아요....여러분들 많이 힘드신 건 알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자 어르신은 인지는 정상이시라, 무슨 훈련을 시킨다느니 하는 말은 다 알아들으시죠...그러니까 불만이 있어도 그분 앞에서는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다 알아듣고 아드님한테 바로 얘기하나 봐요. 그 보호자도 어머니가 매일 그렇게 전화를 해대니까, 모른체 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그러니 또 우리한테 문제제기를 하게 되고요....아들이 참 효자에요...요즘 그런 효자도 없어요....



사실, 회의를 아무리해도 명쾌한 결론은 날 수가 없다.

어르신에게는 집이 아닌 머물 곳이 필요하고, 요양원으로서도 입소자가 필요하니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만난 곳이 아닌가. 그곳에서 우리들은 어르신을 돌보아야 한다.

가능하면 당신의 입맛이나 필요에 실시간으로 부응하기 위해 애쓰지만 누구 말마따나 요양원은 일대일케어가 불가능한 곳이다. 그렇다면 서로 조금씩 참아가며 양보하며 지내는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선자어르신도 우리 요양보호사들도 서로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계하며 좀더 서로 예민하고 까탈스럽게 상대를 바라보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를 수록 선자 어르신은 요양원의 시스템에 조금씩 적응해 갔다. 처음엔 목욕도 일주일에 두번씩 시켜달라 해서 우리를 당황스럽게 했다.

실제로 처음엔 두번씩 해드렸으나, 점차 어르신과 대화를 통하여 서서히 요양원의 스케줄에 적응하도록 유도하기 시작했다.

또 매일 아침 동행 산책을 간다며 퇴근길에 요양원에 들른 아들은 어머니와 함께 나가곤 했다. 아들도 어머니의 파킨슨병이 더이상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열심히 운동을 시키느라 애를 쓰는 것이다.


특히, 선자 어르신은 또 공동식탁에서 식사시, 남자분 주위에 앉기 싫다고 꺼렸으나 나중에는 그냥 넘어가게 되었다. 인지나 활동력은 정상인지라, 식사가 끝나면 자신의 식판을 스스로 치우고 양치질도 화장실 에가서 스스로 하시며, 우리 일을 도와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셨다. 파킨슨 증상으로 힘들때 외에는 자립적인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셨다.

그사이, 아들은 날마다 어르신의 먹는 약 복용량을 조절하고 먹는 시간대를 조절하여 통보하곤 했는데, 그것이 어머니의 간헐적인 떨림 증상을 가능한한 줄이고 증상이 나타날 때도 가능한한 덜 힘들게 하려는 의도라고 전해듣기도 했다.

특히, 파킨슨병이 아주 심해져도 파킨슨병 자체로 사망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파킨슨환자는 파킨슨병 증상으로 인한 내과적인 합병증(폐렴, 욕창, 요로감염 등)의 원인으로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약물치료를 열심히 해도 도파민 신경세포 변성이 계속 진행되기때문에, 처음에 시작했던 약물치료가 어느 시점에서는 효과가 떨어지고 새로운 문제들이 다시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이런 경우, 약물 용량을 변화시키거나 약물의 종류를 바꿈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파킨슨병의 치료는 한 번 처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수시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8월말 휴직 이후로 선자 어르신을 마지막으로 본지 3개월이 넘어간다.

그 사이 어르신의 증상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정 시간대가 되면 온몸이 떨려오는 증상을 오롯이 홀로 매일 매일 견디는 일은 그야말로 고독한 투병이 아닐까.


아는 것이 더 무섭다고, 그 떨림의 두려움과 공포심을 잘 알기에 떨림이 시작될 때면 특히 두려운 표정이 되곤 했던 선자 어르신의 모습을 기억한다.



작가의 이전글 생전 처음, 제주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