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어느날, 요양원 일기_13

_경계를 서성이는 사람들

by somehow

2025년 1월2일부터 다시 출근하여 1주일정도가 지났을 때, 내가 근무하기 시작한 4층에는 12~3명 정도의 어르신이 계셨다. 모두 여자분들이었고 매일 식사 때마다 공용거실 식탁에 나와 함께 식사를 하시는 분들이 5~6명, 거동이 거의 불가하여 침상에서 먹고자고 하시는 분들이 7명 정도였다.


이들중에서 당장 위독하다고 볼 만한 사람은 없어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활력이 넘치는 것은 아니다. 쉽게말해, 당신들 모두 결코 마지막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그들중 누가 그 다음날 눈을 뜨지 않는다 고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두 생과사의 위태로운 경계선을 서성이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거동이 불가하여 침상에서 매여지내는 7명의 어르신들 중 앞서 언급했던, 피부병환자 형자어르신은 요양원입소 어르신과 돌봄을 제공하는 근무자들에게 피부병을 전파하신 분이다.



그분은 결국 새로 출근한 나에게조차 가려움증을 전해주시고 가족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가셨다.

그때 우리는 모두 한시름 놓았었다.


이제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거에요.


맨처음에 오실 때부터 피부병이 심했어요. 그게 쉽게 낫지는 않을 거에요.


그런데 원장은 자꾸 다시 오라고 한대요! 돌보는 건 우리들 몫이니까, 원장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건 아니니까!


이건 무슨 소린가? 피부병 다 나으면 다시 입소하라고 원장이(재정압박을 받는 입장에서, 한 푼이 아쉬운 입장이니, 한 사람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원장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 것이다) 가족들을 상대로 설득 아닌 설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 정말 너무 하시네요....그나저나 일단 그피부병이 확실하게 낫기라도 한다면 모를까...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근무자들로서는 형자어르신을 다시 환영할 마음이 없었다. 그냥 제발 치료 잘 받으시고 완치되면 더좋은 다른 요양원으로 가시는게 좋겠다고 각자 바랄 뿐이었다.


와상환자가 아닌 어르신들 대부분은 공용거실에 나와 식사를 하시고, 워커를 잡고 하루종일 거실을 오가며 운동을 열심히 하신다. 그중에 금옥(가명)어르신도 생의 의지가 강한 분이셨다.

원래 그분의 주거지는 2층이었으나 1월중순께 4층으로 옮겨오셨다.

그분은 종종 자식들을 원망하는 말씀을 하셨는데, 내용은 이렇다.


자신명의의 집 50평대 아파트가 있었는데, 자식들이 자신을 요양원에 보내놓고는 그 집을 처분했다는 것이다. 큰아들이 그 사실을 알리면서도, 얼마에 처분했는지 알려주지 않아 속이 상하다고 했다.

그런 얘기를 넋두리처럼 털어놓으며, 금옥어르신은 분하다고 했다.

자식들이 본인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고 그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어머니를 마치 없는 는사람 취급하는게 서운하고 원통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금옥어르신은 수시로 아들이나 딸과 통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통화도 거의 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어르신은 어지럼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선생님, 너무 어지러워요....나좀 살려주세요....


어르신, 그러면 좀 누워계세요.. 어지러운데 계속 걸어다니다가 넘어지실까 걱정됩니다...


어르신은 어지럽다고 하소연하면서도 워커를 밀고 다니거나 침상에 누웠다가 도 5분도 안되어 다시 일어나 움직이기를 하루종일 쉼없이 반복했다. 그 상황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어르신은 요양보호사들의 걱정의 말씀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날이 하루이틀 일주일여가 지날정도가 되었다. 어르신은 약을 달라고 호소했고 병원에가봐야겠다고 딸을 불러달라고 하소연했다. 물론 그 며칠전에도 보호자와 함께 병원에 다녀왔고 어지럼증 치료제도 복용중이라고 했다.그러나 그 증상은 쉽게사라지지 않고 어르신을 괴롭혔다.


우리는 가능한한 어르신의 요구를 들어드리기 위해 애썼다.

어지러워서 죽을것같다며 병원에가고싶다고 며칠을 졸라대던 다음날에는 딸부부가 찾아와 면회만 하고 갔다. 그때도 사실 나는 의아했다.

아프다는 어머니를 병원에 데려가는게 아니라 면회만 하고 가다니...

어머니의 마음을 달래어드리면 되는 병이라고 딸은 생각한 것같았다. 들리는 말로는 어머니인 금옥어르신이 어떤 이유인지, 자녀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듯했다.


쉽게말해, 그냥 골골하는 어머니가 미워죽겠는데, 왜 자꾸 병원에 가자며 징징대는가, 엄살을 부리는 거지.라고 생각한 듯하다.


자식이 어떤생각을 품었든간에 얼굴을 한번 보고나자 어르신은 조금 조용해지는 듯싶었다. 그러나 그것도 길지 않았다. 그 다음날부터 다시 어지럼증 호소는 더욱 심해졋고, 나중에는 온몸의 활력이 갑자기 나빠져, 침상에서 스스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덥다며 옷을 다 벗고 창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누가 보아도 이상증상이었다.

나를 포함한 그날의 근무자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간호사를 통해 가족에게 이런 상황을 알리고 이번에야 말로 급히 병원에 가봐야할것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휴무인 다음날이 지나고 출근했을때, 금옥어르신의 침상은 말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그날 밤 더욱 위급한 상태로 판단되어 가족에게 알리고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설연휴의 마지막날즈음이었던 것같다.

금옥어르신 병원에 가셨어요?


네, 그날밤 활력징후가 너무 나빠져서 급히 응급실로 가셨어요.


일주일 가까이 계속 어지럽다고 하시는게 좀 이상했어요...

그때 전날 근무한 근무자가 말했다.


금옥어르신 돌아가셨어요.


네? 뭐라고요?? 갑자기?


처음 병원에 갔을때, 폐렴이라고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 일련의 상황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며칠동안 머리가 아프고 깨질 듯하고 어지럽다며 괴로워하셨고 급기야 활력징후가 나빠져 병원에 가셨다는것, 그외 병원에서 어떤 경과가 있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바로 하루이틀 전까지도 스스로 걸어다닐만큼 활력이 있던 분이 갑작스레 경계를 넘어버렸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울 뿐이다. 금옥어르신의 얼굴이 여전히 선명하게 머리속에 떠올랐다.

그때, 다른 근무자가 이렇게 덧붙였다.


형자어르신도 돌아가셨어요!


옴이라는 피부병때문에 고통스러워하던 형자어르신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중 바로 전날, 돌아가셨다는것이다!

갑자기?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그즈음, 2층에 계시던 경애(가명) 어르신이라는 분도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경애어르신이야말로 외견상 전혀 위중한 문제가 없던 분이었는데, 그렇게 되었기에 모두들 가장 당혹스러운 경우라고 했다.


갑작스레 들려온 세 분의 사망소식에, 나는 어두운 밤길을 가다가 예상밖의 웅덩이에 발이 빠진 듯 몹시 황망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우리는 모두 경계를 서성인다.

젊다고 그 경계가 멀지 않다.

아무리 활력이 넘쳐도 경계를 넘어서는 것은 한순간이다.


지금 또 한사람, 삶과 죽음의 위태로운 경계를 서성이는 또 한사람이 있다.

췌장암 말기환자인, 주신(가명)어르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