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후기
N년 취준인생에 취업이라는게 있긴 있었구나
N년차 취업준비생에게 있어서 취업이라는 순간은 막연한 꿈같았다.
취준 유튜브를 보면서, 각종 후기를 보면서, '제게도 이런 순간이 오네요', '저도 취업했으니 포기하지 마세요' 같은 다양한 취업 후기를 봐왔지만 솔직히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나한테도 그런 순간이 있을까? 막연한 남의 이야기 같아서 별로 부럽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냥 일과처럼 꾸준하게 취준하다보니까 되긴 되더라, 취업이.
단 한번도 최종에서 합격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두 개나 합격이 됐다.
이런 날이 또 얼마나 있을까 싶어서 적어보는 취업 후기.
첫 번째 회사는 굉장히 평범한 회사였다.
직무가 맞지는 않았는데 나쁘지도 않았고, 워라밸도 좋았다. 연봉은 좀 적지만 이정도면 납득 가능했던 수준이었고, 분명히 이 회사에서 일한다면 배울 점은 있었다.
그런데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고 마냥 즐거운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냥 그렇구나, 그게 끝이었다. 꼭 수능이 끝난 순간 같았다. 그냥 평소처럼 모의고사를 본 것 같은데 수능이 끝났대. 그래? 근데 그냥 모의고사 본 것 같은데ㅋㅋ 이런 기분이었다. 며칠 뒤 3개의 면접이 아직 남아있었기에 더 그런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취업했다는 소식에 축하해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는 고마웠지만 아직 축하할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그런 기분이 들었다. 면접도 남았는데 아직 축하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엄마 말대로 괜한 주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취업을 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즐거운 기분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잠잠한 상태로 남은 3개의 면접을 마무리했다.
3개의 면접은 모두 1차면접이었고, 2차면접이 남아있었지만 다음주에 입사해야 하는 일정상 2차면접은 보지 못할 것 같았다. 합격한 회사에 입사일 미루기를 요청하는 것도 이미지가 좋지 않을 것 같았고, 이러다가 합격이 취소될까봐 겁이 났다. 그래서 그냥 합격한 회사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입사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1차 면접만 봤던 회사에서 최종합격했다는 연락이 왔다. 채용전형에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당연히 좋았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출근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새로 합격한 두 번째 회사는 첫 번째 회사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직무도 마음에 들고, 워라밸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연봉도 훨씬 높았고, 내가 만족스러워하는 조건들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면접이 있었던 3개의 회사 중에 가장 가고싶었던 곳이었다.
취업이 생각보다 즐거운 기분은 아니구나 생각했었는데, 회사에 따라 달랐나보다.
날아갈듯이 즐거운 기분은 아니었지만 뿌듯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다른 사람이 축하해줘도 부담스럽다는 생각보다는 고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나를 챙겨줬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오랫동안 잠이 안왔다. 어떻게 내가 이 회사에 합격이 됐지? 채용 전형은 왜 바뀌었지? 이 회사 분위기가 어떻지? 아까 합격했을때 상황이 어땠더라? 계속 생각이 떠올라서 잠이 안왔는데, 조금 더 가고싶었던 회사라 그런지 잠에 들 때도 들떴나보다.
N년동안 취업준비를 하면서 항상 궁금해했었다. 이 기나긴 취준생활 끝에 취업을 할 수 있을지, 하게 된다면 어떤 회사일지, 어떤 기분일지.
나도 결코 짧지 않은 취준기간을 거치면서 이제는 거의 일과처럼 채용공고를 찾고 지원하고 면접을 보고 불합격 메일을 봐왔는데, 그냥 하다보면 언젠가는 취업이 되긴 되더라. 나름 만족스러운 기업에서,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뿌듯한 마음은 든다.
서류지원 115개와 면접 29번, 언젠가 취준을 기록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모아놓은 취업 기록이었는데 이제 숫자가 더 늘어날 일은 없을 것 같다. 취업이라는게 앞으로 있을 더 험난한 길의 시작이겠지만 그래도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점에서 나한테 수고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싶다.
울고 웃었던 N년간의 취준일기. 이제 끝!
이제 먹고싶은 거 다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