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 정신과와 진로 탐색
나는 한 곳에 오래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을 찾아 헤맨다. 한 곳에 오래 있지 못하는 것은 타고난 성격, ADHD 그리고 환경적 요인 모두 섞여있다고 한다. 직장 같은 경우는 최대가 3년이었고 그 주기는 1년, 6개월, 3개월 점점 짧아졌다. 이렇게까지 주기가 짧아진 것은 자의, 타의 모두 섞여있었다. 한 곳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나에게 지루함을 너머 갇혀있는 것 같은 공포감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나는 더럽게 예민하고 까탈스러웠다. 거기다 적성에 안 맞는 일까지 더해져 결국 나는 직장생활에서 튕겨져 나왔다. 비교쟁이인 나는 모두 다 잘하는 일 잘 다니는 직장에 나는 왜 이토록 고통스럽게 다니는지 괴로워했다. 불안, 우울이 심해지고 거기다 ADHD까지 발견된 후 나는 잠시 쉬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이는 정신건강과 미래 진로를 위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나는 이런저런 알바를 하고 다른 세상을 경험하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모습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전혀 상관없었던 직종, 30살이 넘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 사람들, 프리랜서로 혹은 n잡러로 살아가는 사람들 등, 다시 한번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조금의 용기를 얻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허망함과 안도감 그리고 약간의 희망이 함께 보였다. 새로운 준비는 내가 지금 보다 더 나은 단계로 상승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자유를 느꼈다. 만성적인 우울함은 그나마 조금 나아졌고 나 스스로에게 선택권이 생겼다는 기분도 들었다. 나는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며 커리어를 바꾸기 위한 방황을 하고 있다. ‘방황’의 사전적 의미는 이리저리 헤매어 돌아다님이라는 뜻이다. 나는 아픈 나를 다시 되돌아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튕겨져 나와 돌아가는 길을 택했지만 나는 잠시 쉬어 재정비를 하고 과거의 고통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려 한다.
튕겨져 나온 모든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말과 튕겨 나와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