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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cerely yours Feb 15. 2022

경상북도 영덕군

2021년 6월

대학교 2학년 때 전혀 친하지 않던 동아리원 셋과 계획에 없이 영덕에 간 적이 있다. 왜 영덕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무척 멀었고, 대게가 비싸서 홍게를 먹었고, 그중 둘은 얼마 뒤 연인이 되었다. 10년도 더 된 일이니 뭐 해피엔딩은 아니었겠지요? 아무튼 영덕은 두 번째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동해바다 보러 가자! 하면 보통 강원도만 떠올리기 쉬운데 생각해보면 경상도도 모두 동해를 접하고 있다. 다만 훌쩍 다녀오기엔 조금 멀뿐이다. "블루시티 영덕"의 바다는 실제로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관광객 신분으로 영덕바다 구경을 하는 데에는 해맞이공원만 한 데가 없는 것 같다. 오르락내리락하며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아주 지쳐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주차장이 있는 찻길로 올라오니 커피 트럭이 있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혼미해진 정신을 다잡을 수 있었다. 

미세먼지여 물러가라


마음에 드는 카페 하나만 있어도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버리는 나에게 영덕=좋은 곳으로 남게 해 준 "번영 커피앤스프"는 산장? 캠핑? (둘 다 안 해봐서 모름) 느낌의 카페다. 영덕에서 나는 송이버섯을 활용한 자연송이 크림 라떼(번영커피)와 자연송이 스프가 메인 메뉴다. 방문했던 날엔 스프 주문이 안돼서 번영커피에 도전. 버섯+커피라는 끔찍한 혼종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캠핑의자에서 늘어져서 자는 고양이 옆에서 선선한 날씨를 한참 즐겼다.

커피와 스프와 고양이가 있는 곳... 당연히 좋은곳


영덕에 오면 365일 대게가 있는 줄 알았다.(아니었다) 대게를 코스로 파는 식당들이 몰려있고 시장이 있는 강구항 대게거리는 흥정 쪼렙인 우리 부부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곳이라 대신 축산항으로 갔다. 축산항 대게 식당을 검색하면 주로 00호선주집이 많이 나오는데 비수기에도 수족관에 게들이 그나마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방문한 6월은 이미 대게 철이 다 지났을 때라 러시아산 박달대게가 주를 이루었고, 영덕 대게나 홍게가 조금 남아있었다. 대게보다는 게딱지 볶음밥이랑 라면이 더 먹고 싶었던 우리는 마음씨 좋은 사장님 추천대로 박달대게 1마리와 크기가 작은 영덕대게 1마리를 꽤 좋은 가격에 먹을 수 있었다.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온는 메타세쿼이아 숲


걸을 만한 곳이면 어디든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아기나무를 심는 중인 것 같은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한 바퀴 돌며 사진을 남기고 좋은 공기를 많이 마셨다. 바다가 있는 도시에 왔으니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자고 싶어서 "하벳"을 예약했다. 야속하게도 날씨가 너무 쌀쌀해져서 해수풀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중정에 있는 풀에서 잠시나마 수영을 했다. 물이 무척 차가웠는데 객실의 히노끼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몸을 녹였다. 저녁과 다음날 아침을 모두 1층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했다. 숙소가 기대 이상으로 따뜻하고 편안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피로회복엔 냉탕과 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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