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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모모 Jul 22. 2024

당신에게는 전달되지 않을 사랑편지

정답=없음

다시금 돌아본 당신과 나의 과거가
1년도 채 되지 않은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 짧은 시간 속 우리가 채워온 감정들이
당신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오래된 나의 습관과 생각을 고치는 일이
1년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이루어졌다니 말이죠

처음에는 사실 그저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였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전보다 더 잘 살아내겠다는 나의 의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게
도무지 상상도 되지 않고
그저 어색하게만 느껴졌기에 그랬다면
당신은 저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요

그래요 애착관계를 제대로 만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본 적은 더더욱이 없죠

저에게 이성과 사귄다는 것은
사랑받을 행동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사랑을 쏟아준다는 것이였습니다

그것이 나에겐 거부할 수 없는 근본적인 욕구를 자극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또한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해준다 했으나
그 사랑을 의심해대고
그들의 최선을 감히 재단했으니
사실 진짜 사랑 따위는 겪어본 적 없는게
당연한 일이였을까요

어느순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꽤나 많은 이들을 만났음에도

나는 “진짜 사랑”의 진척에도 가지 못했다는 것은

나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모두가 느낄 행복을 나만 못 누린다고 생각하니

배가 아팠던 것일까요


아니라고 말은 못하겠습니다


정말 오래동안 마음을 나눌 상대를 만나기 위해

짧지만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열댓명의 사람을 지나고 나니

인정하지 않을래야 할 수 없을만큼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아주 어릴적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차곡히 쌓여온 나의 결핍과 애정관의 민낯을 그제야 제대로 마주하게 되더군요


여느 누구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아무것도 가려지지 않은 스스로의 진짜 모습이란

내가 원하고 상상했던 이상향과

얼마나 많은 괴리가 있는지 말입니다


수치에 치를 떨었으나

그를 마주하지 않으면

과거와 똑같은 삶을 반복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제는

진짜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함을 직감했습니다




때마침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당신을 만났다고 한다면


너무 운명적인 만남처럼

꾸며낸 것으로 여겨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당신을 만나고

감정은 정말 차분히 스며들어

완연히 사랑빛을 띄었습니다


그것을 인지하고 알게 되는 모든 순간마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소중한 이를 만날 줄 알았다면

과거의 내가 조금 더 빨리 스스로를 깨닫고

다듬었을텐데


누군가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많이 고민했을텐데


나의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좀 더 빨리 마주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달래주었을텐데


아니 그 전에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인 모습으로

좀 더 떳떳하게 당신을 만날 수는 없는지


바꿀 수 있던 것과

바꿀 수 조차 없던 것들이 뒤섞여

스스로를 초조하게 만들고

그렇게 초라해지는 기분이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웠는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이렇게 멋진 당신에게

현재의 내가 최선을 다 한들

스스로가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 당신에게 무언의 요구와 바람이 없는 것은

나의 성격 탓도 있지만 이런것들로 기인한 왠지 모를 미안함도 있지 않았을까

늘상 생각합니다




글쎄요 나도 왜이리

고작 얼마보지 않은 이에게

이만큼의 사랑을 느끼고

그의 평안과

그의 행복을 빌게 되는지 모릅니다




여태 사랑을 의심해왔던 것처럼

한 명의 거절에도

쉬이 깨질 이 관계에

왜 이리 속절없이 빠지게 되는건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말 당신은 말도 안되게 매력적인가를 고민하지만


사실 그것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도 결국 하나도 모른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자꾸 불확실한 것 또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이정도 역치의 행복은 누리지도 못할 것 같다며 말입니다


혼자서 행복한 것과

두 명의 사람이 서로에게 예측할 수 없는 행복을 예측하지 못하는 타이밍에 준다는 것은

아마 쾌락의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다를 것을 직감합니다




왜들 그리 사랑을 소모적이고 불에 비유해

한철 뜨겁게만 타오른다고 비유를 해댔는지

궁금합니다


나에게 이 사랑은

상대를 위해

모자란 내가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느낌입니다

이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나는 혼자서는 절대 생각해내도, 경험할 수도 없는 영역을 보고 느낍니다



이상하게도 그 공간은  ㅣ유독 모든 것을 잘해내고 싶습니다

자꾸만 과한 행동을 하거나, 심하게 당황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여지껏 경험해본적도, 걱정해본적도 없는

신선한 기분입니다


이에 오히려 설레는 것은

아직 충분히 순수하다는 방증일지도 모르죠




스스로가 아닌

누군가를 위한 일이

이토록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니


이 또한 소모적이고 소멸적 성격을 띈다면

결국 끝이 존재한다는 것인지

여전히 알 수 없는 기로에 놓여있지만




쉬이 꺼지지 않은 숯불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은 역시 나의 몫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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