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옥 아저씨의 명강연

자기 애정과 결혼하는 겁니다

by 햇볕 냄새

# 1

샘은 왜 결혼 안 해?

그러는 샘은 왜 안 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몰라, 다른 거 필요 없어. 내가 좋으면 내가 다 해주면 되잖아. 그런 사람이 있잖아 왜, 내가 다 해주고 싶고 그래도 그냥 좋은 사람 말이야.

응, 그러니까 그렇게 잘 해주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아직 못 만나서 이러고 있잖아.


# 2

샘은 왜 퇴근 안해요? 금요일 저녁인데?

그러게요, 사실 남자친구 연락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 만나기로 했어요?

아니요. 그건 아니구요. 샘이 들으면 바보같다고 하겠지만 전 남자친구 연락오면 친구랑 약속 있던 것도 바꾸고 가요. 남자친구 자취방에 가서 빨래도 청소도 해줘요. 그런데 어느날 그러더라고요. 너는 나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지?

아니, 그런 말을 했다고요? 그런데도 가만히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저는 그 사람한테는 그게 잘 안돼요.

그냥 좋아서 다 맞추게 되더라구요. 을인가봐요. 제가.

그렇구나, 그렇지만 사랑에 그런 게 어딨나요? 그냥 내가 좋으면 된 거지. 그리고 굳이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 남자가 후회할 거에요. 샘이 일하는 거 한번만 보면 정말로 혼자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자기를 많이 좋아해서 말도 안되는 것까지 품어주는 사람이었단 거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에요.

그럴까요? 샘은 안 그렇죠?

왜 안그래요. 저도 똑같아요. 맞춰주는 거라기보단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거죠. 이러면 안되는 건가 했다가도 그냥 해요. 좋아서. 전 제가 밀당 같은 거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할 수 있더라구요. 그런데 그걸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깨달았어요. 아, 나는 이 사람 많이 안좋아하는구나.

전 아마 지금 연락 오면 바로 갈 거 같아요.

저는 선생님의 그 마음이 좋아요. 남자친구가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어느 저녁

퇴근이 늦어진 교무실의 대화였다.



김창옥 아저씨가 그랬다.

자기가 더 해도 아무렇지 않고 기꺼이 그래주고 싶은 사람

상대의 어깨에 진 짐을 나눠지고 싶은 사람이랑

사랑하고 결혼하는 거라고.

다른 게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애정과 결혼하는 거라고.


두 사람이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자기 안에 있는 애정.

김창옥 아저씨의 강연은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또 한편 그런 애정을 상대가 바라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 이쪽은 지극한 애정에서 하는 것을 저쪽은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짐을 나눠지겠다고 해도, 혼자 그 짐을 지고 가는 게 더 마음 편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


모두 다 주고 싶은 사람과 결혼하고 사랑하라는 말씀엔 공감하면서도 내 마음과 감정이라는 것 이상으로 상대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이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인 것은 아니니까,

또 내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것을 상대가 당연히 받아주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고 보면 우리가 서로 "다르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인간관계라는 것도 그래서 조심스러운 것 같다. 좋은 마음에서 하는 행동이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서. 가장 가까운 사이, 가장 사랑한다고 믿는 관계일수록 더욱 그렇다. 내 마음 같지 않은 마음, 내가 알던 것과 다른 상대의 존재와 그 거리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평생 닦아야 도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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