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 구독 한달째

by 햇볕 냄새

한달 쯤 전부터 종이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경향 신문과 한국 일보 중 고민하다 한국 일보로 결정했다.

한국 일보가 최종 낙점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 처음엔 경향 신문과 한국 일보 두 개 다 받아보려 했으나, 구독 신청후 1주일 정도 경향 신문만 배달이 오지 않았다. 문의 전화를 해보니 한 분이 두 개의 신문을 모두 배달해주시는데, 아마도 한국 일보를 받아보니 경향을 또 신청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빠뜨린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음 주부터 다시 둘 다 넣어준다고 했으나, 경향 신문은 구독을 취소했다. (이것도 특별히 불만이 있어서라기보다 한 개를 읽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1. 구독료

월 구독료는 2만 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날아오는 신문 구독료로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한번만 클릭하면 모든 종류의 신문 기사를 다 볼 수 있는데 굳이 2만원씩이나 내고 종이 신문을 구독하는 게 아깝고,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인터넷 신문 기사를 열심히 읽지 않는 편이라 돈을 내고라도 종이 신문을 읽는 게 더 나았다.


#2. 읽는 시간

신문 한 부를 다 읽는 데는 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원래 예상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1시간 정도 보면 다 읽고 출근하겠지.. 였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일찍 일어나지도 못했고(ㅠㅠ), 또 신문을 꼼꼼히 읽으려니 딴짓 안하고 완전히 집중해도 2시간, 간간히 생각이나 딴 짓을 하면서 읽으면 3시간 이상이 걸렸다. 그래서 중간에 있는 스포츠 뉴스나 마지막의 사설은 못 읽고 지나갈 때도 많다.


#3. 만족도

이제 한 달 정도 지났는데, 나의 만족도는 '매우 만족'이다.

나는 학교에서 정치, 법과 같은 사회 과목을 가르치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만 따지면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좋아하는 책도 소설과 같은 문학쪽이다. 문학을 좋아하는 건 사회를 가르치는 데 아주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실제 정치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크지 않다는 것, 관심이 없으니 또 그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늘 내 마음속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교과서나 책에 나오는 개념과 지식은 가르치지만, 실상 나는 현실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 학생들이 직접 그에 대해 질문하지 않아도 마음에 찔렸다. 그게 신문 하나 읽는다고 뭐 크게 다를까만은, 고작 한 달 읽었는데 그동안 꽤 많은 것을 읽고 배웠다. 하루에 한 가지씩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서 2만원은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적어도 공직을 맡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만도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4. 생각

신기하게도 인터넷에서 쓱쓱 기사를 클릭하고 넘어갈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종이 신문을 읽으니 자꾸 생각이란 걸 하게 된다. 나에게 '복종할 의무'가 있었던가, 왜 그것이 새롭게 바뀌어야만 했는가. 소년범죄에 대해 성인이 된 후에도 죗값을 묻는 것은 정당한가. 넷플릭스가 워너 브라더스사를 인수한다는데 그럼 영화관은 어떻게 바뀔까, 내가 근무하는 지역에서 쓰레기 매립지 선정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데 이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점에서 종이 신문을 구독하기로 한 것은 잘 한 것이다.


#5. 만듦새와 정성

종이 신문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 기사에 비해 정성이 들어갔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어느 날은 이름에 오타가 있었다는 것을 정정하는 짤막한 기사가 실렸는데, 인터넷상에서 이른바 '낚시성 제목', '기레기'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 기사들을 보다가 다듬어진 글을 보니 확연한 차이를 느낀다. 그리고 전두환 신군부 당시의 언론 탄압에 대한 기획 기사처럼 특집 기사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상,

한달째 종이 신문을 구독하는 소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