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완 지음
책을 읽다 보면 그 작가에게 닿은 다른 책을 만나게 된다.
요조의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읽다가 이 책을 언급한 부분에서 오래 머물었다.
죽은 자의 집 청소.
눈을 감아본다.
깜깜하고 깜깜한 여운을 느끼다 이대로 지금 내 감정과 기분까지 먹먹해질 정도로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하면 또 소름이 돋는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진해지기도 했지만
어려서부터 죽음, 죽음 후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다.
생각의 끝은 늘 두려움과 공포였고 울다 잠든 날도 많았다.
지금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아침부터 밤까지 너무나 고단하게 일을 하고 나서 갑자기 혹은 천천히 내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걸까.
그럼 난 영혼이 되어 하늘을 둥둥 떠다니며 곁다리로 세상을 관찰하는 걸까
천국에서 미리 자리를 터 놓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걸까.
혹시 가족들 중 내가 먼저 떠나게되면 난 그들의 남은 생을 멀리서라도 볼 수 있는 걸까.
사람이 떠난 후 남겨진 것들에 대한 청소.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
살아 있는 자들이 짊어져야 할, 죽고 남겨진 것을 정리하는 특수청소업을 하는 작가의 이야기이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의 쓸쓸한 사연을 가진 집.
죽은 자들만 이유를 알고 있는 혈흔이 가득한 범죄 현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이 흘러 방독면을 쓰지 않으면 청소가 불가능할 정도로 쓰레기 무덤이 된 집.
죽은 이의 곁에서 또는 빈 집에서, 언제 죽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방치된 반려동물이 있는 방.
쓸쓸한 집을 방문하고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수도, 전기, 각종 고지서 더미와 최후통첩 안내문이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돌아가신 분의 고뇌가 섞여 있는 자살 수단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가난한 자의 집과 외로움을 들여다보고 마지막 흔적까지 청소하는 그의 마음은 어떨까.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에 어딘가 미어지기도 하고 오늘은 더 못 읽겠단 마음이 들기도 한다.
글쓴이에게 전화를 걸어 견적을 물었던 이가 얼마 후 주검이 되어 그를 다시 찾았을 때,
그리고 그 전화가 그의 마지막 통화 내역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무너짐은 읽는 나의 마음도 너무 무겁게 했다.
도대체 이 세상에는 어떤 피도 눈물도 없는 사연이 있기에
한 인간을 마지막 순간으로 밀어붙인 것만으로 모자라,
결국 살아 있는 자들이 짊어져야 할,
죽고 남겨진 것까지 미리 감당하라고 몰아세우는지
그가 생전에 의지하고 믿었던 신이 어딘가에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그 품으로 불러 단 한 번만 따스하게 안아주실 수는 없는지.
고독하고 특별한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나를 더 차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나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소중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