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의 꽃다발 '실망초'

by 때때로
실망초 - 국화과에 속하는 외래잡초

결심은 여름이었습니다.

20여 년간 오랫동안 일한 직장을 이제는 정말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25년에 발령과 이사로 인해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신도시를 조성하고 있어 대중교통이 좋지 않아 새벽 6시에 태양을 보며 자차로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일상이 상반기에 지속되었습니다.


유독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날, 한강에 흔들리며 비추는 아름다운 다리 조명과 차들의 불빛들의 향연을 보며내 눈에도 눈물이 고여 불빛이 내 시야 가득 번졌습니다.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그래서, 여름날 직장생활은 끝을 내고, 내 삶으로 더한층 걸어 들어가게 됐습니다.


고된 마음으로부터의 해방과 기쁨은 잠시,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또 다른 불안과 고민이 생깁니다. 그래서 걷고, 보고, 냄새 맡고, 듣고, 생각합니다. 제가 본 그 아름다운 것들을 저처럼 지쳤던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직 늦지 않은 산책을 권합니다. 낮에는 햇살과 생명들이 보여주는 반짝이는 아름다움이 있고 밤에는 은은한 달과 조명, 색을 잠시 감춘 나무들이 주는 위로가 있습니다.


여름날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아침 산책 중 만난 작은 꽃은 햇살에 빛나고 바람에 흔들거려 한아름의 꽃다발처럼 나의 앞길을 축복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부서지는 눈부신 햇살에 반사되어 빛나는 하얀 꽃들은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그런데 이 아름다운 꽃의 이름은 '실망초'입니다. 바깥으로 나오는 꽃잎이 거의 없거나 적어서 꽃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이 '실망' 스러워 붙여졌다는 유래가 있습니다.


남아메리카에서부터 전세계, 그리고 내가 매일 걷는 대한민국 산책로까지 뿌리내린 이 꽃.

꽃잎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실망에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자그마한 꽃을 피워나가는 이 꽃의 꽃말은 '화해'입니다.


나에게 꽃다발처럼 느껴진 이 꽃을 나에게 한아름 안겨주고 싶습니다.


'실망초'가 아닌 '화해초'로.


‘멈춰도 괜찮아. 그동안 수고했어.’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