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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에는 '사칙 연산'이 적용된다고 한다

by Somewon

1. 인간 관계를 포함해 자연 상태의 모든 관계에는 ‘사칙 연산(Elementary arithmetic)’이 적용된다고 한다.


2. 즉, 서로가 만났을 때 플러스가 되는 관계가 있는 반면, 마이너스가 되는 관계도 있고, 서로의 가치가 시너지가 나면서 곱셈으로 증폭되는 관계도 있는 반면, 만났을 때 서로의 가치가 몇 토막 나는 관계도 있다는 것.


3. 그렇기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사칙 연산에 기반해서 가치가 긍정적으로 늘어나는 관계는 계속 늘려가고, 가치가 줄어드는 부정적인 관계는 줄여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고 하는데..


4. 이런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픽사의 핵심 조직 문화 중 하나라는 ‘플러싱(Plussing)’이 떠올랐다고 한다.


5. 픽사에는 ‘상대의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는, 건전한 피드백을 더해 줄 수 있을 때만 비판이 허용된다'는 나름의 피드백 원칙이 있다고 하는데, 이를 ‘플러싱’이라고 부른다고.


6. 바꿔 말하면, 픽사에서는 자신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깎아내리거나, 자신의 아이디어가 승리하기 위해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죽이는 비판은 문화적으로 아예 금지되어 있다고.


7. 그리고 픽사의 놀라울 정도로 창의적인 결과물들은 대부분 이 플러싱이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이 플러싱 문화의 정점에는 그 유명한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가 있다고.


8. 애초부터 ‘브레인 트러스트’라는 것이 어려움에 빠진 감독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기도 하고.


9. 즉, 픽사는 조직 문화를 설계할 때부터 회사 내의 여러 관계들이 플러스가 되는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어온 셈인데, 다른 말로 하면 관계의 가장 기본 법칙인 사칙 연산을 잘한 셈.


10. 반면, 잘은 모르지만, 대부분의 조직들은 사람을 채용할 때, 관계의 사칙 연산에 기반해서 사고하기보다는, 1) 이 사람을 얼마나 뛰어난지 아닌지를 보거나, 2) 그 사람이 우리의 조직에 얼마나 핏한지 정도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11. 그런데 어쩌면 사람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이 사람에게 플러스가 될 수 있느냐?’일 수 있다.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 또한 조직 안에 플러스인 관계가 넘쳐나도록 만든 것인지도 모르고.


12. 그리고 어쩌면 에고가 넘쳐나는,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의 천재성을 증명하기 위해, 타인의 생각이나 콘텐츠 정도는 스스럼없이 깎아내리는 것에 익숙한, 콘텐츠 업계에서 픽사가 추구했던 플러싱은 그 자체로 엄청난 특이점이었는지도 모르지.


13. 그런 의미에서, 픽사의 콘텐츠들이 다른 그 어떤 회사들보다도 유난히 타율이 높은 이유는, 그 콘텐츠 안에는 이 작품이 잘 되길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더해져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4. 그리고 창작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플러스인 관계를 계속 늘려가고, 마이너스인 관계를 줄여가는, 수학적으로는 굉장히 단순한 과정일 수 있는데,


15. 그렇기에 인생을 살아가면서 혹은 사업을 하면서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나는 누군가에게 플러스가 되는 존재인가?’ ‘우리는 고객에게 플러스가 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가?’일 수 있다.


16. 그렇게 플러스인 관계를 계속 축적해나다 보면 어느 시간에 그 가치가 곱셈으로 증폭되는 지점을 만날 수도 있는데, 어쩌면 그때가 짐 콜린스가 말하는 ‘돌파(breakthrough)의 순간’이 아닐까?


17. 그런 의미에서, 살다 보면 인생이나 비즈니스라는 게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려운 고차방정식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사칙 연산에 집중하는 것이, 다른 누군가가 플러스가 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 어쩌면 이를 돌파하는 슬기로운 방법일 수도 있다.


18. 그리고 조직을 만든다는 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건,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건, 이 플러스가 되는 관계를 조금씩 계속해서 늘려나가는 끈질긴 과정인지도 모르고. 무튼 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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