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점점 Apr 23. 2022

홀로서기를 다짐하다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 하나의 메시지



나는 시간을 돈을 받고 팔고 있었다.


유튜버 이연 님이 대기업에서 퇴사한 이야기를 하며 말한 문장이며 <부의 추월차선>에서 나온 메시지다. 시간을 돈을 받고 팔고 있다는 것. 이 문장을 보고 머리가 띵 했던 것 같다. 그동안 회사에 다니고 일을 한다는 것은 나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있는 생산적인 삶의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물론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일반적인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들은 특별한 경우고 평범한 사람은 누구나 회사에 다니며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연 님은 회사에 다니는 것이 내 인생을 헐값에 팔고 있는 부당거래 같다고 생각해서 퇴사했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확신을 가지고 주체적인 삶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지 궁금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도 읽어보았다.


책에서는 서행차선과 추월차선을 설명하며 삶을 바꾸고 싶은 사람은 하루빨리 세상의 함정을 깨닫고 부의 추월차선으로 운전해야 한다고 했다. 서행차선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좋은 기업에 취직하여 정년까지 일하는 평범한 삶이고, 추월차선은 세상에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더 많은 부를 더 빠르게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서행차선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설명한다.


대학에 가고, 좋은 성적을 받고, 졸업하고, 좋은 직업을 갖고, 수익의 10%를 주식에 투자하고, 최대한 퇴직연금에 투자하고, 신용카드를 없애고, 쿠폰을 모으고, ... 그러면 당신이 65세쯤 되었을 언젠가 부자가 될 것이다.
평범하다는 것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붐비는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한 후 여덟 시간을 일하는 것이다. 평범하다는 것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의 노예가 되는 것이며 월급의 10%를 저축하는 것이고 그 짓을 50년 간 반복하는 것이다. 또 평범하다는 것은 모든 물건을 신용카드로 구매하는 것이며 주식 시장에 투자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평범하다는 것은 빠른 차와 큰 집이 잇으면 행복하다고 믿는 것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계속 병행했고 졸업하자마자 취업했다. 지금도 계속 회사에 다니며 일하고 있다. 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서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말할 수 있다. 좋은 평가를 받고 연봉도 높이고 싶어서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주말에도 일할 때가 많았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는 보여주기식으로 나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억지로 야근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삶이 만족스럽냐고 한다면, 아니었다. 부자가 된 것도 아니었고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삶에 내가 없는 것 같았다. 회사가 원하는 역량과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억지로 노력했고 스트레스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일하고 돈을 버는 것은 당연히 힘든 것이 아니겠냐고,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어디를 가든 똑같을 거라고 위안하며 버텨왔다. 그러다 자주 '나는 왜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삶을 평생 반복하는 상상을 했다. 답답하고 막막했다. 사람은 일을 하기 위해서 사는 걸까? 열심히 살면 언젠가 부자가 되고 마음의 안정과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더 불안해져만 갔다. 앞으로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하더라도 삶이 만족스럽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성실하신 부모님


부모님은 성실하신 분들이었다. 내 기억 속의 엄마 아빠는 항상 일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지금도 그렇다. 절대 사치하지 않으셨고, 그렇다 할 여행도 가보지 않은 분들이었다. 주식은 도박이라 생각하셨고 피땀 흘려서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었다. 그리고 희생적인 분들이었다. 자식들에게 방을 다 내어주고 꽤 오랫동안 거실 생활을 하셨다. 집에 자기만의 공간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할지 알기 때문에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기적이게도 내 방을 부모님이 쓰라고, 내가 거실에 있겠다고 말을 해보지는 않았다. 


얼마 전까지 자영업을 하셨는데 상황이 어려워져서 아빠는 경비를, 엄마는 건물 미화를 시작하셨다. 아빠는 격일 근무를 하고 계시고 엄마는 저녁 8시에 출근하여 아침 7시에 퇴근하는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신다. 최근에는 시간이 남는 것 같다며 일을 한 개 더 늘려서 점심에 들어오신다. 집에 있을 때는 거의 잠을 자고 잠깐 쉬다가 그렇게 또 출근하신다. 


부모님은 정말 성실하시다. 나도 삶에 대한 고민이 많고 퇴사 욕구가 심해질 때가 많은데 부모님도 과연 그런 고민이 없으셨을까. 분명 고민이 있었고 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계속 일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 자식 때문이겠지. 이런 엄마 아빠가 정말 자랑스럽고 존경하지만…, 나는 부모님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돈을 더 빨리 벌고 싶다. 하고 싶은 것들을 참아가면서 아끼고 저축하고 65세에 부자가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늙어서 부자가 되는 서행차선은 너무 늦다. 심지어 월급을 모아서는 65세가 되어도 부자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에는 부모님이 없으실 수도 있으니까. 빨리 돈을 벌어서 엄마 아빠가 하고 싶은 것들을 돈 걱정 없이 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아파도 참지 않고, 부당한 일이 있어도 마음의 상처를 받아 가며 참지 않고, 싫은 것은 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했다. 





홀로서기를 다짐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지금과 같은 평범한 생활을 반복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중심인 삶을 살고 싶다는 것, 돈을 빨리 벌고 싶다는 것, 내 모든 시간을 회사에 헌신하는 삶이 좋은 삶은 아닐 수 있다는 것, 나도 시간을 돈을 받고 팔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것. 시간이 돈이라면 오히려 나에게 시간을 투자하며 더 높은 부가가치가 나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부의 추월차선>과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는 내가 세상에 영감을 주는 사람의 수만큼 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회사에서는 매출이라는 성과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 그렇다면 회사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내가 가진 것으로 사람들을 감동을 주자는 목표를 위해서 일한다면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더 많은 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조직 생활과 맞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누구는 조직 생활과 맞아서 회사에 가냐고 반박할 수 있다.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을 쓰신 서메리 작가님도 이 책을 쓰고 이런 반박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회사 체질을 체크하는 방법은 회사와 개인적인 생활 간의 on/off 스위치의 작동 여부라고 한다. 퇴근을 한 후 회사와 업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회사 체질이다. 그러나 퇴근하고서도 회사와 업무 생각으로 개인적인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없다면 회사 체질이 아니다. 한마디로 워라밸, 회사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아닌지로 판단할 수 있고 했다.


나는 회사 체질이 아니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풀리지 않는 이슈가 떠오르고 집에 도착해서도 자기 전까지 고민은 계속되었다. 집에서 업무를 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도저히 다른 것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때로는 꿈을 꾸면서도 일하는 꿈을 꾸었고 주말에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월요일까지 해야 하는 것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퇴근하는 길에 울기도 했다. 번아웃이 자주 왔다. 퇴근했지만 퇴근한 것이 아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 않을 뿐이지 정신은 계속 회사 업무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회사는 내가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 또 잘한다고 좋아했다. 나는 스스로 채찍질하며 회사의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좋은 노동자였다. 


이런 체질에 대한 인식이 회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공고히 했다. 일에 진심이었고, 삶에서 일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내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사에서는 연봉 테이블이 있어서 다른 사람의 2~3배로 일을 한다고 해도 월급을 2~3배로 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내 가치관에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한다. 반면 내 일을 하거나 프리랜서가 된다면, 나는 하는 만큼 벌 수 있고 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선택할 수 있으므로 더 주체적으로 일하며 사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상과 현실은 다를지라도 직접 해보고 깨닫고 싶었다.





예쁜 쓰레기를 만든다는 회의감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다. 회사에서 하는 일에 회의감을 더 강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홀로서기를 다짐하고 나서 더 심해졌는지, 아니면 회사 일이 점점 더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홀로서기를 강하게 다짐하게 되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전부터 의미 없어 보이는 일에서 회의감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업무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일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돈도 벌고 점점 성장해나가는 회사의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나도 왜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됐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진선 님의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을 읽으면서 내 감정을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문장을 발견했다.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마다 갈아엎기를 반복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디자인하며 예쁜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는 죄책감과 공허함에 빠져들곤 했다.


사무원, 편집 디자이너, UXUI 디자이너를 거쳐 지금은 프로덕트 디자인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한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되는 것이 좋았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수십, 수백만 명이 사용했기 때문에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도 느꼈다. 사실 혼자서는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어느 순간 한계를 느꼈다. 개발 공수가 중요했기 때문에 고객 경험과 UX 방법론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고민하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다. 불편한 점이 명확해도 소수만 겪는 문제라며 무시하고 넘어갔다. 매출을 높이기 위하여 고객을 속이는 디자인을 해야 할 때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이 상황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스스로가 한심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내가 한 작업도 다른 작업자에 의해서 많이 바뀌었다. 때로는 통으로 없어지기까지 했다. 물론 서비스가 개선되는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내 노력과 고민의 과정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하여 투자한 내 시간도 같이 날아간 것 같아서 일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때부터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또 없어질 것을 만드는구나.'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에는 성장을 멈춘 디자이너에 대하여 이런 설명도 나온다.


디자이너의 역량은 개발자의 역량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 조직 안에서 디자이너인 나는 개발자들이 요구하는 일정 안에 일정한 수준으로, 적당한 산출물을 내며, 종종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면서, 성장하기를 멈춘 채 서서히 퇴보할 것이었다.


퇴보하고 싶지 않았다.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

나는 무언가 남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포트폴리오 학원에 다녔을 때 어떤 디자인을 할까 계속 고민하다가 책 디자인을 선택했다. 책은 책장에 항상 꽂혀 있었기 때문에 명함이나, 전단지와 같은 다른 디자인보다 더 가치 있게 느껴져서다. 버려지는 디자인이 아니라 보관되는 디자인이었으니까. 누군가는 책 표지가 예뻐서 책을 산다고 하기도 했다. <나무>, <파피용>,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등 읽었던 책을 생각하면 디자인도 같이 떠오른다. 책 디자인은 책의 가치를 높여주기도 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직접 만든 것도 좋아했다. 예전에 화실에 다닌 적이 있었다. 강사님이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나는 나만의 스타일을 살려서 그림을 그리곤 했다. 사실 내 스타일을 살리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항상 그리다 보면 다른 그림이 되어있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그리는 사람에 따라 결과물은 달랐다. 어느 날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강사님이 더 좋은 수채화 기법을 알려준다고 하시며 질문을 했다. 지금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에 바로 해줄지 아니면 새 종이에 알려줄지를. 고민도 하지 않고 새 종이에 알려달라고 했다. 내 디자인에 경력이 많은 강사님이 대신 작업해준다면 그림의 퀄리티는 올라갈 수 있겠지만 왠지 그건 내 그림이 아닌 것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직접 해야 오로지 나의 그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내 것을 만들고 싶었다.


나의 산물을 남기는 것을 가치 있게 여겼기 때문에 내 기준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하여 작업해야 하는 환경과 다른 사람들로 인하여 내 것이 바뀌고 없어지는 일이 공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 휘둘리지 말고 나의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쉽게 버려지는 예쁜 쓰레기가 아니라 가치 있는 예술을 해보자고. 사실 지금 글을 쓰면서 내 경험과 생각을 기록하는 것도 이런 생각들의 산물이다. 내가 이 시간에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살았다는 것을 남기고 싶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과거를 생각했을 때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도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 폴 호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라면,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정년까지 일하는 평범한 삶일 것이다. 남이 만든 세계에서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의 미래, 정년퇴직 후의 삶을 알았기 때문에 더욱더 그 세계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온라인이 발전하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도 간접적으로 쉽게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능력을 인정받아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한 분들이었지만 회사를 떠나니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준비되지 않은 채 사회에 홀로 덩그러니 놓였고, 살날은 많이 남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회사에만 헌신한 결과였다. 회사는 개인을 책임져주지 않았다. 같은 경로를 밟지 않기 위해서는 회사라는 명함이 아니라 내 스스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스템, 나의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나를 알아가는 시간에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기 위해서는 생활비를 벌어두어야 한다. 그리고 최근에 마인드를 바꾸면서 너무 회사에 내 모든 시간을 바치지 않는 연습도 하고 있다. 아침에 일기를 적고, 퇴근하고서는 습관을 기록하며 내 이야기를 적어보고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 진행한 업무를 자세히 기록해두면 추후 홀로서기를 했을 때 좋은 지적인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계속 업데이트되는 회사 서비스에서는 없어지더라도 내 고민의 과정과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글로 기록해두면 주니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은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또 그 과정을 조금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 더 다녀보기로 했다.


물론 회사를 평생 다닐 수도 없고 언젠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한동안은 회사에 다니며 홀로서기 준비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거나 시간을 나에게 모두 투자했을 때 내가 더 의미 있는 것들을 창출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시간의 자유를 선택할 것이다.





시간도 자산이다


자산이라고 하면 보통 금전적인 자산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도 중요한 자산이다. 돈을 잃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크지만, 시간을 잃는 것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었다. 시간은 그냥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지나간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히려 돈보다 시간이 훨씬 중요한 것 같다. 돈은 언제든지 벌 수 있지만 시간을 벌 수는 없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을 버리는 것이고 내 자산을 잃고 있는 것이다. 


회사에 다니며 시간을 팔지 않기 위해서는 그 시간을 나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경험도 쌓고 돈도 버는 일석이조의 환경으로 만드는 것. 그래서 회사에 다니는 동안 진행하는 업무의 모든 시행착오 과정을 최대한 기록하고 나만의 콘텐츠 자산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실제로 사내 스터디를 계획한 적이 있다. 리더십을 키워보자는 개인적인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동료들이 긍정적인 평가했다. 기존에는 혼자 일하는 것 같았지만 스터디를 하면서 서로 진행중인 이슈를 공유하고 피드백 하는 과정을 통하여 조금은 팀이라는 느낌이 생겼다고 했다. 이기적 이타성의 긍정적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나중에 '내향인의 리더 도전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종종 마음에 들지 않는 업무와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원치 않았던 경험이라 해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기록하다 보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자. 생각 없이 일하고 시간을 때우는 것보다 의미를 가지고 일하는 것이 당연히 나으니까.


최근에 유튜브에서 이태원 클래스의 요약본을 본 적이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교도소에서 출소한 최승권이 같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던 박새로이를 이태원에서 발견한 장면이었다. 교도소에서 자신의 가게를 차리겠다고 말했던 박새로이를 무시했지만 실제로 목표를 이루어낸 그를 보고 마음에 큰 파문이 일며 이런 생각을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하지만 그와 나의 시간은 그 농도가 너무나도 달랐다.


그리고 내 마음에도 파문이 일었다. '시간의 농도'라는 표현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목적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멋있다. 심지어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는 더. 그래서 나도 농도 높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