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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민 Apr 30. 2018

스마트 연애 개론

IT 시대에 IT 도구를 연애에 적용하기 - 1편, 구글 캘린더

새로운 방식으로 연애하기

이 글은 연애에 IT 도구들, 특히 소위 말하는 '생산성 도구'를 끌어다 쓰는 것에 대한 간단한 '종합판'이다. '심화판'은 기획하고 있지만 언제 나갈지 모르겠다. 왜냐면 내가 일단 그 '심화과정'을 먼저 밟아봐야될 것 같아서다. 연애에 쓰기 좋은 툴은 뒤적 뒤적 하다보면 정말 끊임없이 나오는데, 그걸 우리의 실제 연애생활에 접목시키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아마 다음편은 그것보다 훨씬 먼저 기획했던, 스마트한 '교환학생' 연애생활이다.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연애란 사실 간단하다. 대학생의 평범한 연애. 우리라고 뭐 특출나서 이런저런 도구를 끌어다 쓴건 아니었다. 우연히 여자친구가 근무했던 한 곳에서 생산성 도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나는 또 나대로 이런 도구에 관심이 많았어서 그럼 우리 같이 좀 써보자, 하는 이야기가 됐다. 그 결과물이다. 사실, 이름은 그럴싸해보이지만 평범한 도구들이다. 찾기 어려운 도구는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도구들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다들 한 번쯤 써보시면 좋겠어서,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연애를 IT기업들에게(특히 중점적으로는 Google) 의탁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소개해보기로 했다.


원래는 글 하나에 다양한 어플을 소개하는 형태로 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서비스 별로 1편 씩의 글을 발행하기로 했다.


첫 번째, 구글 캘린더(Google Calendar)

일정 관리 도구로 이만한 호환성을 가진 친구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워낙 여기저기서 지원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앱과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캘린더, 구글 캘린더다.



일정관리는 사실 캘린더 앱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과 종이 플래너를 사용하는 사람, 둘 다 워낙 많아서 딱 어느 쪽이 더 우월한 방법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사실 나도 종이 플래너와 캘린더를 오가면서 그 때 그 때 땡기는걸 쓰고 있어서.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건, 아실 분들은 다 아실 캘린더 공유 기능이다.


① 공유 캘린더 만들기


구글 캘린더는 계정을 만들 때 기본 캘린더가 하나 제공되는데, 그 외에도 더 많은 캘린더를 가질 수 있다. 구글캘린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분들 중에는 많은 캘린더를 만들어서 활용하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에도 개인일정, 수업시간표, 동아리, 스터디 등 여러 캘린더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이 방법을 이용해서, 아예 같이 사용할 캘린더를 하나 만들어보자.


먼저, 캘린더 목록에서 새로 만든 캘린더에 커서를 올리면,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아이콘이 나타난다. 여길 누르면 그 안에서 다시 한 번 "설정 및 공유"라는 메뉴를 찾을 수 있다.



위와 같은 화면이 먼저 출력되는데, 이 화면에서 아래로 쭉 내려보면 특정 사용자와 공유라는 부분이 있다.


여기서 사용자 추가를 눌러서 새로운 사용자를 추가해준다.


둘이 함께 사용할 생각이라면 "일정 변경" 또는 "변경 및 공유" 관리 권한을 주는게 좋다. 변경 및 공유 관리는 사실상 소유자와 동일한 권리를 주는 것에 준하고, 일정 변경은 공유 관리 기능만 제외하면 거의 같다. 사실 둘이 사용하기로 만든 캘린더에 공유 관리를 할 일이 별로 있을 것 같지 않으니 두 권한은 거의 같은 기능이라고 보면 된다.


참고로 일정변경 기능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해당 캘린더에 새로운 일정을 등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번역이 조금 애매하게 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엄밀히 말하면 일정변경 이라기 보다는 일정편집에 가깝다. 따라서 최소한 일정변경 이상의 기능을 주어야만 함께 한 캘린더를 원활히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캘린더인데, 아무래도 내일 약속 이런건 잘 안올리다보니 많은 약속들이 올라오지는 않지만 함께 잡아놓은 약속들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② 내 캘린더 보여주기


그리고 또 하나, 내 캘린더를 상대방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오픈해줄 수 있다. 위와 동일하게 오픈해줄 캘린더의 공유 설정에 들어가서, 위 마지막 이미지의 4가지 권한 중 "모든 일정 세부정보 보기" 권한을 할당하면 된다. 이러면 이제 캘린더에 새로운 할 일을 추가할 수는 없지만, 그 캘린더의 모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기왕 이렇게 줄거 일정 변경 이상의 권한을 주면 안되느냐고 물으신다면, 뭐, 당연히 안될 건 없다. 근데 굳이 줄 필요도 없고, 오히려 상대방에게도 캘린더에 일정을 추가할 때 목록에 함께 출력되서 불편하고 실수로 캘린더 내용을 수정할 우려도 있다. 그냥 보기 권한만 주는 게 속편하다.


이렇게 추가한 캘린더는 캘린더 기본 화면에서 왼쪽 캘린더 목록 부분의 하단에 "다른 캘린더"라는 이름으로 출력된다.


여기에 보면 "시험"이나 "*** 약속", "스터디" 같은 캘린더가 내 여자친구가 나에게 권한을 열어준 캘린더다.


이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방이 바쁠 때, 상대방 일정이 언제쯤 끝나는지 물어보거나 하는게 미안하고 부담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나 혼자 알아서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것 ^.^ 이다(서로 기억하고 있네 잊어버렸네 싸움 방지 기능도 있지 않을...까...?).


③ 심화편: 여행 캘린더로 사용하기

연인끼리 여행을 간다는건 참 좋은 일이고, 동시에 위험한 일이다. 커플여행이란 싸움의 연속이 되기 쉽고, 그 시작은 여행 계획 내지는 일정 조율에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는 그런 싸움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서로 더 편하게 일정을 조율할 수 있도록 "공동 여행캘린더"를 제안한다.


기본적으로 공동 여행캘린더는 ①의 방법대로 공용 캘린더를 이어서 쓰면 되는데, 이게 싫다면 동일한 방법으로 여행용 캘린더를 별도로 만들어 활용해도 좋다.



이게 우리가 여행에서 사용했던 캘린더였다. 우리는 기존의 커플 캘린더를 계속 사용하는 쪽을 택했다. 사실 이 캘린더에 너무 많은 내용을 넣지는 않는 것이 좋다. 당일 계획은 사실 굳이 캘린더에 넣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당일 사소한 일정까지 넣는건 오히려 가독성을 해친다.


따라서 이 캘린더에 넣으면 좋은 것은 교통편, 호텔, 공연 등 기타 날짜 및 시간이 고정되어있고 반드시 지켜야하는 항목들이다. 특히 유럽 여행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예약 시스템이 캘린더로 저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구글 캘린더와 연결된 계정을 메일주소로 사용하면 업체에서 보내준 예약 확인 메일을 자동으로 인식하여 구글 캘린더가 저장하기 때문에 더 편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참고로 gmail이 자동으로 인식한 메일은 복사하기 기능을 통해서 공용 캘린더로 공유해줘야만 양측 모두에게 보인다.)


아래는 우리가 캘린더에 저장해놨던 것 중에 몇 가지 유용한 경우를 뽑은 것이다.


① 호텔

우리는 주로 부킹닷컴을 이용해서 숙소를 예약했다(정확히는 여자친구가 했지만). 이를 구글 캘린더에 저장하면, Arrival과 Departure(조금 더 익숙한 표현으로는 체크인과 체크아웃) 날짜는 물론 시간까지 출력되고, 아래에 주소를 짤랐지만 "You can view, change or cancel your booking here" 아랫 부분에 부킹닷컴의 예약 확인 페이지 주소가 출력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부킹닷컴과 호텔 측의 시스템에 뭔가 엇박자가 있어서 종종 문제가 발생하곤 했는데(대표적으로는 프랑스의 제너레이터 파리 호스텔은 우리가 예약했던 여성 전용 룸을 끝까지 공용 룸으로 니들이 잘못 예약한거라고 우기다가, 우리가 부킹닷컴 페이지를 보여주고 나서야 방을 바꿔줬다) 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예약확인 페이지를 확인하고 업체 측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럴 때 어플 켜서(혹은 부킹닷컴 접속해서) 저 예약 확인페이지까지 들어가는 과정은 굉장히 번거롭다. 이를 간단하게 캘린더에 들어가서 → 세부정보 확인 → 주소 클릭 만으로 끝낼 수 있다.

이건 우리가 체스키 크롬로프로 가는 버스를 예먀했던 거였다. 스튜던트 에이전시를 활용했는데, 이곳은 줄바꿈이 없어서 보기는 힘들지만 굉장히 디테일한 내용까지 모두 입력해줘서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위를 보면 18시, 체스키 크롬로프 역 4번 station에서 39번, 40번 자리에 앉으면 되고, 20시 55분에 도착할 거라는 내용을 모두 확인해볼 수 있다.


이건 조금 특수한 경우인데, 우리 여행은 여자친구가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는 동안 필자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독일에 가서 합류하고 3주 정도의 여행 이후에 다시 혼자 돌아오는 것이었다. 따라서 같이 탈 비행기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상대방이 몇 시쯤에 도착하는지는 언제나 궁금한 법. 이 또한 캘린더에 미리 넣어놓으면 좋다. 많은 항공사가(내가 탑승했던 루프트한자 포함) 보낸 확인메일을 gmail이 자동으로 인식하는데 실수로 지워버려서 여기는 내가 수기로 입력했따. 여기에는 걸리는 시간과 편명(ex. LH0095편)을 적어주면 인터넷에서 쉽게 상태도 확인할 수 있고 상대방이 도착했는지 어땠는지 가늠하기도 좋다.


참고로 이 캘린더에 입력을 할 때는 반드시 표준시를 바꿔서 입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나 체코에서 오후 2시에 프라하성 가야지"라고 생각하고 입력하면 한국 표준시로 입력되고, 그 스마트폰을 들고 유럽에 가면 시간대가 자동으로 해당 표준시로 바뀌면서 오후 2시가 아닌 (7시간 시차가 반영된) 오전 7시라고 출력된다. 따라서 현지 일정은 꼭 표준시를 바꿔서 입력해야 한다.


구글 캘린더 새 일정 추가 화면

위와 같은 새 일정 추가 화면에서 시간 날짜 옆에 "시간대" 부분을 누르면 시간대를 변경하여 입력할 수 있다.


여기에서 시간대를 서울이 아닌 여행 지역으로 바꿔 놓아야 한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시작 시간 및 종료 시간에 별도의 시간대 사용"에 체크할 필요 없이 시작 시간대만 바꾸는 것으로 족하고, 비행기나 대륙간 기차와 같이 출발/도착 지역의 시간대가 다르고, 티켓에 기재된 시간이 각각의 현지 시간대를 따르는 경우에는 체크란에 표시하고 각각의 시간대를 설정해주어야 한다.


④ 마지막 깨알 팁 - 캘린더가 중심이 되게 하지는 말 것

사실 구글캘린더 같은 생산성 도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곳은 스타트업들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고셍서는 문화적으로 상대방에게 구글 캘린더의 '초대' 기능을 통해 약속을 잡고 회의도 잡는 게 시스템화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런 시스템은 회사 내에서 사용하기에는 굉장히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연애에는 효율성이 제1의 가치가 될 수 없다는 거다. 특히 공유 캘린더를 사용할 때는 일정 하나 추가한 게 제대로 알림이 가지도 않는다. 때문에 캘린더를 중심으로, 내가 내 일정을 잡고 "내 캘린더에 다 올려놨는데 이제 와서 왜 그래?"라는 식이 되면 서로 속상함이 쌓이고 결국 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캘린더를 연애에 활용하자는 기본 요지는 합의 하에 공동 일정 또는 한 쪽의 일방적인 일정이 잡혔을 때, 계속 거듭해서 물어보거나 끝도없이 쌓인 카톡 창을 뒤져 뒤져 올라가서 그게 언제고 어디서여였는지를 찾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데에 있다.


그러니, 이 캘린더 공유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더라도 캘린더가 중심이 되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제일 중요한건 몇 번 반복해도 부족하지 않은, "약속을 정할 땐 꼭 말로 잘 정하기"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이건 다 "연애의 도구"이니, 연애의 한 축인 대화와 소통, 공감을 이것으로 대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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