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감과 연쇄효과
어제는 공복 유산소 후 집에와서 식사를 하고 터벅터벅 스타벅스에 가서 할 일을 했다.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집에선 뭔가를 해내기 보다 안해내는 게 훨씬 쉬운 곳이니까.
오늘도 공복 유산소를 할까? 하다가 하체 웨이트로 방향을 틀었다.
하체 웨이트를 하려면 일단 쌀밥 먹어줘야하니까 ... 하면서 혼자 와구와구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빠져든 고민.
어느정도 소화가 되기 까지 2~3시간이 비는 데, 이시간을 어떻게 활용하지?
가만히 누워있자니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자소서를 쓰자니 왠지 내키지 않았다.
저번에 이렇게 운동가기 전 음식물 소화 시간 내내 노트북을 켰다가 그냥 핸드폰으로 쇼츠만 내리 보던 떄가 생각나 핸드폰은 침대위로 던져버렸다. 눈에서 안보이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하였느니라.
뭘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노트북을 켰다.
구직사이트에서 스크랩만 공고 해놓고 미리캔버스를 켰다.
어제 부터 쫌쫌따리 시작한 책 리뷰 카드뉴스 버전을 이어 만들기 위해서.
사실 피드에 변화를 주고 싶단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었다. 다 내가 게을러서 뒤쳐진것 뿐 !^^
양산형 피드들이 쏟아질 때도 '나는 내 정체성을 지킬거야' 라며 꿋꿋히 책 표지 + 길다란 글 형태의 리뷰만 남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정체성 확립이 아니라 고집이었던 것 같다.
피드에도 유행이 있는데, 유행 따라 순식간에 치고 올라간 계정을 보면서 아주 많이 부러워했다.
또 그런 질투는 내색하기 싫어하는 사람인지라 아닌 척 했지만.
정말 긴 길을 돌고 돌아 이왕 배운거 써먹자 + 한번 해볼까가 결합되어 나도 시각화에 올라탔다.
습, 이걸 올라탔다고 해야할까 이미 흐름은 한바탕 지나간 지 오래인 것 같은데
백기 들고 합류했다고 해야할까.
혼자 사부작 사부작 변경된 인스타 피드에 맞게 적용한다고 게시글을 3번이나 지웠다가 재업로드했다.
정말 3번째에서 또 뭐가 안맞았으면 울었을거다.
그리하여 책 표지만 가득하던 피드에 뜬금, 새로운 디자인의 피드가 업로드 됐다.
뿌듯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뿌듯하지? 이걸봐 내가 해냈어!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숨긴 채
후다닥 옷을 갈아 입었다.
신나는 마음을 둥둥안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하체웨이트 야무지게 해줘야지 다짐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꽤나 사부작거리며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이 사부작거림은 성취로 이어지고 연쇄효과처럼 그 날 하루를 아주 야무지게 보내게 된다.
오늘 식사 후 소화시간을 활용하여 만든 미리캔버스는 엄청난 성취감을 안겨줬다.
나는 못할거라고 생각했고 나와는 절대 관련이 없을거라 생각한 디자인툴을
내가 직접! 독학으로 ! 배워서! 이렇게 만들어 내다니!
이걸 내가 만들었다고?
남들 눈에는 몇개 요소 넣은 게 전부이겠지만 잠이 안오는 새벽이면 혼자 머릿속으로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
상상하던 것의 결과였다. 그러니 어쩌면 성취감이 두배 이벤트가 됐을지도 모른다.
성취감을 안고 팔랑팔랑 헬스장으로 향해 신나게 하체 웨이트를 했다.
눈치보지 않고 파워 웨이트 존에서 바벨 스쿼트를 열심히 했고, 레그프레스에 무게를 채웠고,
브이 스쿼트에서 발바닥 위치를 바꿔가며 가장 자극이 잘 오는 위치를 확인 했다.
그리고 집에 와 저녁을 먹고 잡코리아를 켜서 자소서를 수정하고 이력서를 수정하고
책을 읽고 매일 쓰는 기록들을 이어간다.
정말 엄청난 뿌듯함이 온 몸에 내려 앉는다.
예전에 그저 운동하고 책 읽고 글만 쓰던 날의 성취감과는 다른 맛이었다.
그 전의 성취가 그저 잔잔하고 평온한 맛이었다면
이번 성취는 달콤하다. 마치 목요일 오후 3시에 시원하게 들이킨 아이스 카페모카의 맛이랄까.
'와씨 당오른다' 같은 맛.
예전의 성취가 그저 묵묵히 하루를 엮어가는 맛이라면
요새의 성취는 앞으로의 날을 위해 엮어가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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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나의 화두는 중요한 것과 시급한 것 구분하기다.
모든게 다 중요하고 시급하다 생각해서 죄다 투두리스트에 빽빽 하게 넣어놨다.
그리고 하나하나 해치우며 쾌감을 느꼈는데, 거기엔 정말 시덥잖은 것들도 많았다.
예를들면 다이소가서 리뉴사기, 번개장터 택배 부치기 같은 정말 소소한 일과들.
근데 갯수가 보여주는 힘은 아주 세서 중요도, 시급도와 상관없이 그저 리스트에 있고
체크가 됐다는 것 만으로도 괜한 우쭐함과 뿌듯함이 자리잡았다.
대체적으로 그런 뿌듯함은 오래가지 않았고, 크게 마음에 남기는 것도 없었다.
오히려 지나고 난 뒤, '나 뭐했지?' 같은 허무함만 안겨줬다.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취업이고 돈벌기 일테니
허튼짓을 하는 것 같을 때 마다, 혹은 자꾸 요상한데 관심을 돌리려고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진다. '시급한 것 먼저 하는거야. 거기다 중요하면 더더욱 우선. 우선은 취업이다'
한 때 유행했던 확언의 힘인걸까 (?)
덕분에 딴길로 새려고 할 때 마다 정신을 꽉 부여잡고 노트북을 열고 자소서를 수정하게 된다.
달달한 이 성취가 기껍고 반갑다. 실로 오랜만이다 때론 두근거린다.
나와는 절대 관계가 없을거라 생각한 영역에 스스로 교집합을 그려넣으니
세상이 다채롭고 나 자신에 새로운 색이 더해진 기분이다.
요새 스스로에게 발견한 새로운 지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오후 때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생산성이 올라가려면 운동으로 스타트를 끊어줘야 쭉 이어지는 것이었다.
결국 모든 건 이어지고 연쇄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구나
참, 세상사 많은 것이 연결되어 있으며 큰 변화없이 고요했던 일상 역시 이렇게 연결되어 시너지를 내는구나 다시금 연결과 연쇄효과를 생각한다.
이거봐, 시작은 성취의 연쇄효과인데 결론은 모든게 이어진다로 귀결되잖아.
이것 또한 생각의 연쇄효과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