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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혜정 Aug 29. 2024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을 오랫동안 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그동안 맞지 않는 것을 하고 계셨어요.

- 우리동네 안경사님 말씀 -




나는 일회용 렌즈를 낀다. 

오랫동안 4.00으로 알고 착용해 왔다. 

그런데 1, 2년 전부터 핸드폰이나 책을 볼 때 

초점이 맞지 않았다.


주변에 얘기하니 노안이 온 거라며 

자연스러운 증상이라고 조언해 줬다. 

그래도 불편함은 어쩔 수 없어

근처 안경점에서 시력 검사를 했다.


안경점에선 내 나이면 노안이 올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그동안 시력이 잘못 교정됐음을 알려줬다.

왼쪽 3.75 오른쪽 4.00인데

양쪽 모두 4.00 렌즈를 꼈다며,

한 마디로 과하게 교정됐었다는 것이다.

(렌즈 숫자가 높을수록 시력이 나쁜 것)


재검사 결과에 맞춰 렌즈를 낀 지 몇 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최근 초점이 안 맞는 증상이 심해졌다.

눈을 많이 써서 시력이 나빠졌나 생각하며

다시 한번 시력 검사를 했다. 


놀랍게도 양쪽 모두 3.50으로 측정됐다.

안경점에서 샘플로 준 3.50 렌즈를 착용하니

초점이 맞지 않는 증상이 사라졌다.

맙소사, 노안인 줄 알았는데!

그동안의 불편함이 과교정된 렌즈로 인해 

생긴 증상이었다는 사실에 조금 화가 났다. 


그동안 책이나 핸드폰, 가까이 있는 물체를 볼 때면

초점이 맞지 않아 애를 먹었다. 

몇 년을 불편하면서도 나이 탓을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시력 측정이 잘못된 거였다니. 


3.50 렌즈를 주문하고 집으로 돌아가며

가까이, 멀리, 왼쪽 눈 감고, 오른쪽 눈 감고.

셀프 시력 측정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모든 것이 잘보였다. 


머릿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계속 나이 탓을 하며 지나쳤다면 어땠을까?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불편해도 참고 사는 거야

라고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맞지 않는 삶을 살면서도

이게 나한테 맞는 거야,

다들 이렇다는데, 

삶은 원래 이런 거야, 

불편해도 감안하고 사는 거지.

라고 생각한다면 삶은 어떤 모습으로 흘러갈까?


늦게라도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을 

알아차려 다행이라 생각하며,

주문해 놓은 렌즈가 빨리 도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남아 있는 렌즈들은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내 시력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니 

왜 이리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하하!


하늘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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